[사회] 엄마도 깜짝 놀랐다..."지금이다" 18세 유승은이 보드 던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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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 여자 빅에어 동메달리스트 유승은이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왜 보드를 던졌냐고요? 그 기술을 난생처음 성공시켰거든요. 그것도 다른 어디가 아닌, 바로 여기 올림픽에서요!”
1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 결선. 예선 4위로 올라온 유승은(18·성복고)은 1차 시기에 거침없이 날아올랐다. 그가 선보인 기술은 ‘백사이드 트리플콕 1440’. 뒷방향으로 점프해 공중에서 몸을 축으로 세 번 뒤집으며 네 바퀴를 회전하는 고난도 기술이다.
2차 시기에선 앞을 보고 도약해 네 바퀴를 도는 ‘프런트사이드 트리플콕 1440’을 시도했다. 착지 과정에서 손을 살짝 짚었지만 회전만큼은 완벽했다. 아드레날린이 폭발했는지, 유승은은 보드를 허공으로 집어던졌다. 이때까지 순위는 당당한 1위. 3차 시기 착지 실수로 최종 3위로 밀려났지만, 유승은의 얼굴엔 메달 색깔보다 더 환한 미소가 번졌다.
유승은은 결선에서 다양한 고난도 기술을 선보였다. [연합뉴스]
어머니 이희정(47)씨는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저도 깜짝 놀랐어요. 연습 때도 완성하지 못했던 기술이었거든요”라고 말했다. 유승은 역시 “사실 눈 위에서는 한 번도 성공해본 적이 없는 기술이었어요. 에어매트 위에서만 연습했죠. 그런데 오늘 경기 전 연습에서 감이 오더라고요. ‘지금이다’ 싶었죠”라며 수줍게 웃었다.
수퍼스타와 일반 선수의 차이는 기술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순간 그 기술을 꺼내 쓸 수 있는 심장을 가졌느냐에 달려 있다고 한다. 골프의 타이거 우즈나 농구의 마이클 조던, 야구의 마리아노 리베라 같은 전설들이 그랬다. 유승은은 어려운 기술이 아니라, 평소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기술을 그것도 가장 큰 무대에서 터뜨렸다. 그야말로 ‘10대 소녀 킬러’의 탄생이다.

메달을 들어 보이는 유승은(오른쪽)과 어머니 이희정씨. [사진 이희정]
유승은의 올림픽 여정은 가시밭길이었다. 2024년 월드컵 데뷔 직후 발목 부상으로 1년을 쉬었고, 복귀전이었던 지난해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같은 부위를 다쳤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스위스 훈련 중 손목까지 부러졌다. 대회 직전까지도 뼈는 완전히 붙지 않은 상태였다. 이씨는 “불안함에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갔어요. 남편과 제가 할 수 있는 건 기도발 좋다는 강화도 보문사와 낙산사를 찾아 108배를 올리는 것뿐이었는데, 다시 생각해도 승은이가 참 대견해요”라고 했다.
아버지 유승범(51)씨는 ‘골프 대디’ 비슷한 ‘보드 대디’다. 2000년대 초반 국내 보드 열풍이 불 때 독학으로 국가대표급 실력을 쌓았다. 외국인 코치를 쓰기엔 비용 부담이 커 보드 강국인 일본 선수들의 영상을 수만 번 돌려보며 공부해 딸을 가르쳤다. 코치, 분석관, 장비 담당까지 1인 4역을 자처하며 딸을 키웠다.
이씨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걸 알기에 승은이는 운동용품 외엔 물건을 잘 안 사요. 손목이 부러졌을 때는 ‘저 그만두는 게 맞죠?’라며 울더라고요. 부상 자체보다 훈련을 못 하게 됐는데도 예약한 호텔비 등을 돌려받지 못하는 게 미안했던 것 같아요. 그때 모녀가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죠. 올림픽 전에는 ‘스폰서가 안 붙으면 그냥 관두고 공부할래요’라고 말해 더 가슴이 아팠어요”라고 전했다.
이씨는 “승은이가 어렵게 운동하는 후배들을 위해 새로운 길을 개척했으면 좋겠어요. 재능과 열정이 있다면 누구나 돈 걱정 없이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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