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눈 감고 드셔보세요" 값싼 만다린에 맞선다, 제주의 필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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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파괴 선별기로 자동화...최종 선별은 손으로
5일 오전 제주 중문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에 출하를 기다리는 제주산 만감류 '레드향'. 최충일 기자
지난 5일 오전 제주 서귀포 중문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설 명절 출하를 앞둔 레드향이 비파괴 선별기를 따라 일정한 속도로 흘러간다. 중문농협이 지난해 말 12억 7000만원을 들여 도입한 최신 기기다. 자동화한 저울에서 무게에 따른 크기를 선별하고, 광센서를 통과할 때마다 당도와 산도에 따라 분류한다. 작업자들은 기계가 분류한 레드향을 하나하나 눈으로 한번 더 확인 후 박스에 옮겨 담고 있었다. 김성범 중문농협 조합장은 “5일 대구 지역 도매시장에서 우리농협의 5㎏들이 레드향이 4만3000원을 받아 평균 단가의 2배가 넘는 최고가를 기록했다”며 “당도와 품질이 높고 균등한 열매를 골라내는 작업속도가 종전 선과기보다 3배가량 빨라져 더 신선한 과일을 소비자 식탁에 올릴 수 있게 했다”고 했다.
유통시기 겹치는 무관세 만다린 우려
5일 오전 제주 중문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에선 제주산 만감류 '레드향' 출하작업을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올해 미국산 만다린이 무관세로 수입되는 가운데 제주 만감(滿柑)류가 본격 출하해 시장에서 맞붙는다. 만감류는 나무에서 완전히 익도록 오래 두었다가 따는 감귤이다. 한라봉, 레드향, 천혜향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만감류는 일반 노지 감귤보다 늦은 1~3월에 수확한다. 문제는 제주산 만감류 출하 시기와 수입 만다린의 국내 유입 시기가 일부 겹친다는 점이다. 만다린은 국내에 주로 3~4월에 집중적으로 들어와 경쟁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산 감귤 ‘만다린’ 수입량은 2017년 0.1t에서 2024년 2875.7t으로 대폭 늘었다. 관세율이 9.5%로 낮아진 지난해에는 7619.3t이 들어왔다. 업계에선 무관세가 적용된 올해 수입 물량이 1만6000t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만감류 생산량 2.6% 늘어...홈쇼핑 완판
5일 오전 제주 중문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에 설치한 최신 선별기가 제주산 만감류 '레드향'을 선별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우려와 달리 제주 만감류의 2월 출하 시장 분위기는 본격적으로 ‘맛이 드는’ 시점과 맞물리며 상승세다. 농협 제주본부에 따르면 1월 말 진행된 홈쇼핑에서 레드향과 한라봉은 목표치를 웃도는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대형마트에서도 반응이 이어졌다. 최근 이마트가 진행한 ‘만감류 골라 담기’ 행사에서는 4일간 371t, 19억원어치가 팔렸다. 올해 처음 선보인 레드향 홈쇼핑 방송 역시 준비 물량 4000세트를 훌쩍 넘긴 4880세트를 판매하며 완판했다. 올해 만감류 재배면적은 전년 대비 0.4%, 생산량은 2.6% 늘어날 전망이다.
블라인드 시식에서도 만다린에 승리
5일 오전 제주 중문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에 설치한 최신 선별기가 제주산 만감류 '레드향'을 선별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도와 농협은 품질 경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장거리 운송과 저장 과정을 거치는 수입 과일과 달리, 제주산 만감류는 나무에서 충분히 익힌 뒤 수확해 바로 출하할 수 있다. 향과 맛, 당도, 식감의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실제 블라인드 시식 평가에서도 제주산 만감류가 만다린을 맛으로 압도했다.㈔제주국제감귤박람회조직위원회가 지난달 20일 소비자 250여 명을 대상으로 제주산 만감류 3개 품종(한라봉·레드향·써니트)과 만다린을 비교했다. 레드향이 더 맛있다고 한 참여자가 만다린보다 114.7% 더 많았다. 써니트와 한라봉도 각각 63.3%, 24.6% 선호도가 더 높았다. 선입견 배제를 위해 만다린은 비슷한 국내 품종인 온주감귤로 표기했었다.
수급관리 병행 “맛 들었다, 소비자 선택 확신”
5일 오전 제주 중문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에선 제주산 감귤류의 출하작업을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수급 관리도 병행한다. 제주도와 농협은 출하 초기 가격 급락을 막기 위해 1만t 규모의 매취사업을 추진한다. 농협이 자체자금으로 만감류를 매입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농가에는 1㎏당 300원의 매취 물류비를 지원한다. 또 통합마케팅 물량 2만2000t과 직거래 지원사업 2000t을 연계해 판로를 넓히고, 설 전후로 대형 유통사를 중심으로 할인·판촉 행사를 집중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이춘협 농협중앙회 제주본부장은 “결국 소비자가 선택하는 기준은 맛과 품질이 가장 중요하다”며 “무관세 만다린 수입은 분명 부담이지만, 완숙과 중심 출하 원칙을 지키며 고품질 출하를 이어간다면 소비자 입맛이 제주로 향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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