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메달 걸어준 음악…그 음악에 걸었다 [곽민정의 백플립]
-
14회 연결
본문

곽민정
음악과 함께하는 스포츠 종목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동계올림픽 종목에선 피겨 스케이팅이 유일하다. 피겨가 다른 종목과 차별화되는 지점이자 남다른 장점이다. 음악을 잘 표현하는 것은 피겨 선수의 중요한 숙제다.
한국 남자 싱글 간판 차준환(25)은 지난달 말 열린 사대륙선수권대회를 앞두고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 음악을 ‘물랑루즈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에서 ‘광인을 위한 발라드(Balada para un Loco)’로 바꿨다. ‘광인을 위한 발라드’는 그가 2025년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딸 때 사용한 음악이다.
차준환은 올림픽을 앞두고 프리스케이팅 배경음악을 바꿨다. 지난해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좋은 기억이 있는 곡으로 돌아갔다. 사진은 지난 7일 단체전 쇼트프로그램 경기 모습. 김종호 기자
피겨 선수는 본인이 잘했던 시즌의 프로그램이 늘 마음에 남아 있다. 시즌마다 새로운 곡을 고르게 되는데, 스스로 가장 컨디션이나 성적이 좋았던 시즌이 있기 마련이라 ‘그때 섰던 그 무대, 그 음악은 나에게 좋은 기운을 주는 것 같다’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같은 이유로 시즌이 뜻대로 잘 안 풀릴 때, 혹은 유독 간절한 시즌일 때 좋았던 시절의 프로그램으로 다시 돌아가는 경우가 간혹 있다. 여자 싱글의 이해인(21)도 과거에 썼던 음악을 다시 선택해 시즌을 치른 적이 있고, 나 역시 새 프로그램이 유독 몸에 익지 않아 이전 시즌 음악으로 돌아간 적이 있다.
음악을 고르는 기준과 방식은 선수마다 다르다. 평소 음악에 관심이 많거나 ‘이번 시즌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방향성이 확실한 선수는 선곡에 적극 참여한다. 프로그램 안무 소화력이 뛰어난 차준환 역시 선곡에 자신의 의견을 어느 정도 반영하는 선수로 알려져 있다.
특히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올림픽 시즌은 다른 시기보다 선곡에 심혈을 기울인다. 아무래도 올림픽은 모든 선수에게 가장 간절한 무대라 ‘모험’보다는 자신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의 음악을 선택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차준환이 올림픽 직전 프로그램을 바꾼 이유 중 하나도 ‘그 음악을 표현하는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일 수 있다. 워낙 음악에 따라 변화무쌍한 표현력을 보여주는 선수인데, ‘광인을 위한 발라드’ 연기에서 가장 ‘나답다’는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시즌 도중 프로그램을 바꾸면 당연히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차준환은 연습량이 많고 준비 과정이 착실한 선수라 그런 선택에 믿음이 간다.
음악이 없으면 피겨가 아니다. 음악을 먼저 정하고 그 위에 기술과 표현을 올린다. 그래서 ‘음악을 잘 선택하는 것’은 피겨 연기에서 무척 중요하다. 자신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곡을 고르는 능력도 선수에게는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김연아 선수가 그 부분을 정말 잘했던 선수라고 생각한다. 어떤 선수는 여러 시즌을 치러도 어떤 음악에 맞춰 연기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다. 아마도 그 음악을 충분히 소화해내지 못해서일 것이다. 반면 김연아 선수는 현역 시절 어떤 시즌에 어떤 음악으로 어떤 연기를 했는지 모든 프로그램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차준환도 마찬가지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