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석유봉쇄에 쿠바 올스톱...트럼프 붕괴작전 성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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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쿠바 시민이 수도 아바나의 한 주유소에 앉아있다. EPA=연합뉴스
버스와 비행기는 멈췄고, 학생들은 등굣길이 막혔다. 병원 진료도 제대로 볼 수 없다. 사실상 일상이 마비됐다. 미국의 에너지 봉쇄로 석유가 고갈된 쿠바 얘기다.
AFP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쿠바 정부는 9일(현지시간) 대중교통 운행 제한, 대학 비대면 수업, 근무시간 단축 등의 비상조치를 시행했다. 지난 6일엔 국영 기업의 주 4일 근무제 도입과 연료 판매 제한 등의 긴급조치도 실시했다.
수도 아바나는 제대로 된 도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간호사 로사 라모스(37)는 AFP에 “출근을 위해 버스를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며 “나라가 얼마나 오래 버틸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이 운행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대학생들은 학교를 거의 못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도 아닌데 비대면 수업이 이뤄지는 이유다. 병원에선 응급 환자를 제외한 수술과 입원도 제한하고 있다.
지난 6일 쿠바 아바나에서 시민들이 택시 합승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석유 15~20일치만 남아”
지난 7일 쿠바 아바나 거리에서 한 행상인이 물품을 들고 길을 건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혼란의 배경엔 석유 고갈이 있다. 쿠바는 전체 에너지 수요의 3분의 2를 수입에 의존해 왔다. 대부분을 의지하던 베네수엘라산 석유 수입이 지난해 말 급감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서 제재 대상 유조선 출입을 봉쇄하면서다. 이마저도 지난달 3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이 체포된 후 아예 끊겼다.
현지 일간 아바나타임스에 따르면 쿠바 주유소에서 디젤 판매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휘발유는 쿠바 현지 통화(페소)가 아닌 달러화로만 살 수 있다. 이마저도 1회 20ℓ로 구매를 제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쿠바의 석유 비축량은 15~20일 치밖에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9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의 호세마르티 국제공항에 튀르키예 항공 소속 여객기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하늘길도 비상이다. 스페인 EFE통신에 따르면 쿠바 항공 당국은 쿠바에 취항하는 해외 항공사들에게 오는 10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항공기 급유가 어렵다고 통보했다. 이에 항공사들은 운항을 중단하고 있다. 에어캐나다는 이날 “지속적인 항공유 부족 사태를 고려해 쿠바행 항공편 운항을 중단한다”며 “향후 며칠간 약 3000명의 쿠바 방문자를 고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좌석을 비운 항공기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항공사 로시야 항공도 9일 운항편을 취소하고 러시아 관광객을 태우기 위한 빈 항공기를 쿠바로 보냈다.
항공편 중단은 침체한 쿠바 관광산업에 더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쿠바 국가통계·정보사무소에 따르면 지난해 쿠바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약 180만 명으로 전년 대비 18% 감소했다. CNN은 “에너지 부족으로 인한 전력난 등 열악한 관광환경”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쿠바 정부는 객실 점유율이 낮은 일부 호텔은 폐쇄하고, 투숙객을 다른 호텔로 분산 배치하고 있다.
“곧 무너질 것” 쿠바 목죄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쿠바의 목줄을 죄고 있는 건 미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지난해 1월 20일 쿠바를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쿠바를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 결정을 6일 만에 취소하면서다.
이후 쿠바 정부와 군 등을 겨냥한 강력한 제재안을 지속해서 내놨다. 미국인의 쿠바 관광도 특별한 사유를 제외하고 금지했다. 지난달 29일엔 쿠바와 석유 거래를 하는 국가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여기엔 베네수엘라 다음으로 정권 교체를 할 나라로 쿠바를 겨냥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돼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베네수엘라 지원을 더 받지 못 하는 쿠바는 곧 스스로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이 미국과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발언에도 반응하지 않고 있다.
다급히 쿠바 챙기는 중·러
지난 5일 중국을 찾은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무장관 및 정부 특사(왼쪽)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손을 맞잡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상황이 심각해지자 러시아와 중국은 다급히 오랜 우방 챙기기에 나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미국이 채택한 질식 전술이 쿠바에서 정말로 많은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며 “가능한 모든 원조를 제공하는 방안을 쿠바의 친구들과 함께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콜로콜체프 러시아 내무장관은 지난달 21일 쿠바에서 디아스카넬 대통령을 만났다.
중국도 지원에 나섰다. 쿠바 관영매체 그란마는 중국이 8000만 달러(약 1170억원)어치의 유로화와 6만t 분량의 쌀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5일 중국을 방문한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무장관을 만나 “중국은 쿠바가 국가 주권과 안보를 수호하는 것을 확고히 지지한다”며 “역량 범위 내에서 지지와 조력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양국의 행보엔 아메리카 대륙 유일 공산국가인 쿠바의 위상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압박으로 쿠바 정권이 붕괴할 경우, 쿠바와 오랜 친분을 가진 러시아와 중국의 중남미내 영향력은 약화할 확률이 높다. 우방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이 글로벌사우스(남반구 중심 개발도상국)를 중심으로 확산할 경우 국제사회 위상도 떨어질 수 있다.
美압박에 쿠바와 거리 두는 중남미 국가
반면 인근 중남미 국가는 쿠바와 거리두기 중이다. 과테말라 정부가 쿠바 의료진 파견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종료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0일 전했다. 현재 과테말라에서 근무 중인 412명의 쿠바 의료진과의 계약을 갱신하지 않기로 하면서다. 쿠바는 지난 수십년 간 전 국가 차원에서 양성한 의사를 전세계에 보냈다. 미국은 이를 쿠바 정부의 외화벌이 수단, 노동력 착취로 비판해왔다. 지난해 해당 프로그램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쿠바 관리들도 제재했다.
대표적 반미성향 국가인 니카라과도 최근 쿠바 주민들에 대한 무비자 입국 혜택을 철회하고 사전 인터뷰를 의무화했다. 니카라과는 쿠바인들이 미국으로 향하는 ‘중간 기착지’ 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니카라과 정부가 이민자 밀입국을 방조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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