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송원섭의 와칭] 솔로지옥5, 연애라는 이름의 프로 스포츠

본문

btc550e8f737d07250e5cb9333cb775a5a.jpg

넷플릭스 '솔로지옥' 시즌5 출연자 최미나수. 사진 넷플릭스

스포츠는 진화한다 

아주 오래전, 고대 그리스 시대의 권투는 전투 기술이었습니다. 태초의 인류는 맨손으로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 마구잡이로 주먹을 날렸지만, 이내 주먹질에도 법칙이 있고, 효율적인 타격을 위한 훈련법이 있다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전문적으로 권투를 훈련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생존 능력의 격차가 생겼죠. 그러고 나서 인류는 서로 죽고 죽이지 않아도, 이 기술의 우열을 가리는 대결이 흥미롭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적당한 선에서 승부를 가릴 수 있는 규칙도 생깁니다.

굳이 권투의 예를 들었지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오늘날 스포츠라 부르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비슷한 일들이 벌어졌을 겁니다. 다양한 종목에서 남달리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선수들이 나타나죠. 많은 이들은 자기가 직접 플레이하지 않고, 남들의 활약을 응원하며 구경하는 것도 아주 재미있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함부로 흉내 낼 수 없는 탁월한 기량을 과시하는 사람들일수록 많은 팬을 거느리고, 더 큰 부와 명성을 누리게 됩니다. 이른바 모든 스포츠의 끝에는 프로페셔널의 등장이 있습니다.

네. 저는 지금 '솔로지옥' 시즌5를 본 소감을 쓰고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대부분 짐작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연애란 본래 승패가 없는 것입니다만, 요즘 인기 높은 리얼 연애 콘텐트들을 보면 아무래도 짝을 이룬 사람들이 승자로 보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패자로 분류됩니다. 많은 사람이 그 과정을 보며 열광하고, 응원하고, 안타까워하며 결과를 지켜봅니다.

대부분의 리얼 연애 예능에는 당연히 일반인들에 비해 뛰어나게 매력적인 분들이 출연하지만, '솔로지옥' 시리즈는 그중에서도 압권입니다. 특히 이번 시즌5에는 미스코리아 입상자만 3명이나 등장하죠. 로마 시대 콜로세움에서도 사자와 호랑이를 붙여 놓으면 누가 이길까 많은 사람이궁금해했던 것과 비슷합니다. 홍진경이나 덱스가 "우리가 언제 이분들이 이런 일로 가슴 졸이는 걸 구경하겠어요. 여기니까 가능한 일이죠"라고 강조하는 것은 과장이 아닙니다. 외모든, 직업이든, 말솜씨든, 실제 사회에서는 생태계 파괴자인 분들이 이 링 안에서는 서로 피를 흘립니다.

우리는 왜 악동을 사랑하나

이번 시즌을 더욱 흥미롭게 한 것은 강력한 규칙 파괴자의 등장입니다. 모든 종류의 스포츠에 룰이 있듯 연애 예능에도 암묵적인 규칙이 있죠. 모든 출연자는 다른 출연자의 구애를 거절할 때 최대한 미안함을 표현해야 하고, 한꺼번에 둘 이상의 상대에게 노골적으로 호감을 드러내는 것은 페어플레이가 아닌 것으로 간주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스포츠에 비쳐 보면, 관중들이 항상 신사적인 매너를 잃지 않는 선수에게만 열광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이미 악동들의 매력을 알고 있죠. 상대를 물어뜯는 우루과이의 축구 영웅 루이스 수아레스나 테니스의 닉 키리오스 같은 선수들은 뛰어난 실력 못지않게 권위에 도전하는 거친 매력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시즌의 제작진은 출연자 최미나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그 압권은 "두 남자와 같이 떠나면 안 되는건가요" 같은 명대사였습니다.

"이제 뭘 보지?" - 영화 '트루만 쇼' 

그렇게 해서 여러분은 지금까지 '솔로지옥' 리그의 다섯 번째 시즌, 12라운드의 치열한 대결을 지켜보셨습니다. 여느 때처럼 승자의 환호와 패자의 눈물이 있었지만, 스포츠가 늘 그렇듯, 스타디움의 우승자가 항상 현실의 영웅이 되는 것은 아니죠.

그들은 이제 가장 강력한 적, '관중들의 망각'과 맞서 싸워야 합니다. 결승점은 아직 멀고, 어쩌면 최고의 악동이 최후의 승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 리그의 진짜 강자들은 다음 시즌에도 돌아올, 모니터실의 출연자들이겠죠. 콜로세움의 밑바닥에서 담장을 기어올라 그 위치를 차지한 김진영(덱스)야 말로 진정한 승자일 겁니다.

경기장에는 이제 불이 꺼졌습니다. 즐겁게 관전하는 것은 좋지만, 은근히 걱정되는 것은 혹시라도 많은 사람에게 연애가 '하는 것'에서 그냥 '보는 것'으로 의미가 점점 바뀌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점입니다. 설마 아니겠죠. 관중의 입장에서 우리 편에게 환호하는 것도 무척 즐거운 일이지만, 기왕이면 직접 땀을 흘리며 플레이하는 것은 어떨까요. 고개를 돌려 보면 당신은 이미 경기장 안에 있습니다. 스트레칭은 하셨나요. 다들 신발 끈을 꼭 매고, 밖으로 나가 봅시다. 아직 춥지만, Just do it.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8,092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