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송전탑 4만개, CCTV 100개뿐…산불 난 문무대왕면엔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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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75개 규모 임야를 태운 경주 문무대왕면 산불의 원인이 송전설비에서 비롯된 불꽃(스파크)이 지목된 가운데, 한국전력공사와 산림청이 이 같은 유형의 화재를 막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CCTV를 설치해 두 기관이 상황을 공유하고, 송전탑 스파크가 튀지 않도록 완충지대를 조성하기로 했지만 사실상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8일 오후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 입천리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확산되는 가운데 산불 진화 헬기가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11일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림청과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두 기관은 2024년 3월 ‘산불예방 및 전력설비 보호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2018·2019년 고성·속초 산불 등 송전시설에서 산불이 시작된 점이 많았던 만큼, 송전철탑에 CCTV를 설치해 산불 위험 상황을 서로 공유하고 전력설비 주변에서 산불 원인이 될 수 있는 위험목을 제거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송전탑 등) 중요 전력설비를 보호하기 위해 완충지대 격인 ‘산불 안전공간’을 조성하고, 산불 관련 공동 연구 및 진압 기술을 공유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임 의원실에 따르면 이 협약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전국 송전탑 수는 4만2664개 수준이지만 협약 이후 설치된 CCTV는 지난해 100개 수준이었다. 또 산불 안전공간 181개소 중 전력설비 주변에 조성된 건 7개소에 불과했다. 산불피해 최소화를 위한 공동연구 및 기술공유 역시 협약 이후 진행한 적이 없었다.
CCTV 없고, 위험목 제거 중단…협약 이해 ‘제각각’

2024년 3월 산림청과 한국전력공사가 맺은 업무협약서의 내용. [임호선 민주당 의원실]
이번 화재가 발생한 문무대왕면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전 측은 화재 지역에 대해 “원전에서 가까운 지역이라 중요 전력설비인 송전탑 여러 개와 송전선로가 있는 곳”이라면서도 “발화점인 입천리 산20번지를 비롯해 이 지역엔 CCTV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산불은 7일 오후 9시40분 경 차량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던 시민이 소방 당국에 최초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연간 3회 송전선로 주변을 정기적으로 돌아보고 산불 위험목을 제거해야 했지만, 이 지역은 2016년 8월을 마지막으로 관리된 적이 없었다. 한전 측은 다만 “송전 선로와 위험목과의 이격거리는 15.7m로 적정 이격거리 기준(5.48m)을 고려하면 충분한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산불 위험목 제거 사업에 대한 이해도 두 기관이 서로 달랐다. 한전 측은 “송전탑이 있는 곳 주변의 위험목은 제거됐다”며 나무를 치워 선로를 보호하는 취지로 국회에 답변한 반면, 산림청은 과거 대형 산불이 났던 동해안 9개 시·군(강릉·동해·삼척·속초·고성·양양·포항·영덕·울진 등)으로 한정해 “총 1887본의 위험목을 제거했다”며 대형 산불 발생지역의 사후조치 격으로 사업을 이해했다. 그나마 2024년 시범 사업 이후 위험목 제거 사업은 예산 문제를 이유로 중단됐다.
임호선 의원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두 기관 간 업무협약만으론 반복되는 송전탑 인접 산불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며 “관련 법인 전원(電源)개발촉진법을 개정해 송·변전시설 설치 계획 단계에서부터 산불 예방과 진화 대책을 의무적으로 마련하도록 하고, 실질적인 산불 대응 체계가 작동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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