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단독]美의회 '쿠팡 청문회' 알고보니 보좌관 상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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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 법사위원회가 지난 5일(현지시간)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에게 발송한 소환장(subpoena)은 법사위 차원의 공식 청문회(hearing)가 아닌 의견청취(deposition) 과정에 참석하라는 요청인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미국 회사인 쿠팡이 자국 의회에서 주장을 펼치기 위해 법사위 협력을 조건으로 자사 대표의 소환장 발부를 직접 요청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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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경찰에 출석한 해롤드 로저스 한국 쿠팡 임시대표가 국회 청문회 위증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고 약 14시간여 만에 귀가했다. 7일 오전 3시 25분께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청사를 나온 로저스 대표는 '위증 혐의를 인정했느냐', '국정원이 개인정보 유출범 접촉을 지시한 게 맞느냐'는 등의 질문을 받았으나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연합뉴스

우호적 소환장…쿠팡이 직접 요청했을 수도

미국 현지 소식통은 이날 중앙일보에 “오는 23일 로저스 대표가 참석할 회의체는 청문회가 아닌 비공개 증언”이라며 “쿠팡의 로비 업체가 일부 한국 언론에 ‘여야 의원이 직접 한국 정부를 추궁할 것’이라고 주장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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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현지시간) 미 하원 법사위가 해롤드 로저스 한국 쿠팡 임시 대표에게 보낸 소환장. 짐 조던 법사위원장의 서명이 담긴 소환장에서 법사위는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가 자국 기업인 쿠팡에 대한 차별적 행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간 미 의회에서 쿠팡과 관련한 논의는 관세와 조세 문제를 소관하는 세입위원회에서 주로 진행돼 왔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실제 법사위 일정표엔 23일 청문회 계획이 없다. 소속 의원들이 참여해 통상 온라인으로 생중계 되는 공식 청문회와 달리 의견청취는 의원실 보좌관 등이 참여해 비공개로 진행된다. 쿠팡 관련 일정이 게시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로저스 대표의 의견청취 역시 이런 비공개 일정이 될 가능성이 있다.

미 의회 소식에 정통한 인사는 본지에 “법사위 소속 스태프들은 공통적으로 로저스 대표에게 발송한 소환장과 관련해 ‘우호적 소환장(friendly subpoena)을 보낸 사안’이란 말을 쓰고 있다”며 “이는 의견청취 절차 자체가 쿠팡이 로비를 통해 만들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우호적 소환장은 소환을 통보받는 쪽이 사전에 협력을 약속하거나 출석을 동의한 상태에서 발부되는 소환장을 일컫는 워싱턴 정가 용어다. 쿠팡이 강제로 불려나가는 것이 아니라, 발언을 자처했거나 최소한 사전에 출석을 약속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앞서 쿠팡은 소환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소환장을 받게 된다면 출석 여부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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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 시내 쿠팡 물류센터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쿠팡 침해사고에 대한 민관합동조사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쿠팡 전 직원에 의한 정보통신망 침해사고로 인해 '내정보 수정' 페이지 내 가입자 이름과 이메일 정보 등 3367만 건이 유출된 것으로 밝혔다. 뉴스1

세입위 이은 법사위…핵심엔 ‘로비 대상자’ 포진

쿠팡이 사실상 법사위 출석을 자처한 것은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혀 미 정계에서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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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현지시간) 중앙일보가 입수한 쿠팡의 투자사 2곳이 청원서 원본.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의 미국 투자사 2곳은 한국 정부가 미국 회사 쿠팡을 차별 대우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에 조사 및 조치를 요청하는 청원을 제기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미 의회에서 지금까지 쿠팡 관련 사안을 논의해왔던 곳은 조세 정책 등을 총괄하는 하원 세입위원회였다. 세입위가 관세와 무역 정책까지 총괄하기 때문에 쿠팡에 대한 논의는 무역문제로까지 확대됐다. 지난달 13일 열린 ‘해외 디지털 규제 동향’과 관련한 세입위 청문회에서 일부 의원들은 쿠팡의 정보 유출에 대한 수사를 “한국 정부의 부당한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이런 주장을 한 의원들의 공통점은 쿠팡으로부터 대규모 정치 후원금을 받았다는 점이다. 공화당 소속 에이드리언 스미스 세입위 무역소위원장은 지난해부터 1만7500달러(2541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쿠팡 수사를 “정치적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한 캐롤 밀러 의원(공화당)은 1만250달러(1490만원)를, “한국이 약속을 위반했다”고 한 수잔 델베네 의원(민주당)은 1만5000달러(2181만원)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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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 임시대표가 6일 국회 '쿠팡 사태 연석 청문회'에서 허위 증언을 한 혐의(국회증언감정법상 위증)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로저스 대표를 소환하겠다는 법사위는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를 카운터파트로 둔다. 이 때문에 법사위는 소환 배경에 대해 “공정위가 한국의 경쟁사를 보호하기 위해 혁신적 미국 기업을 표적으로 징벌적 의무, 과도한 벌금 및 차별적 집행을 하고 있다”는 논리를 들었다.

이번 소환장에 서명한 짐 조던 법사위원장의 핵심 고문을 지냈던 타일러 그림은 현재 쿠팡이 계약을 맺은 로비 업체 ‘밀러 스트래티지스’에 소속돼 있다.

‘청문회 확대’ 가능성…쿠팡은 ‘위증 책임’

외교 소식통은 “의견청취가 진행되는 것은 쿠팡 측 로비의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며 “아직 정식 청문회 단계는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쿠팡 관련 이슈가 법사위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미 의회에서의 증언이 오히려 쿠팡의 일방적 주장을 차단하는 계기가 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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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또 다른 인사는 “의견청취 단계에서도 위증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선서를 해야 한다”며 “‘셀프 조사’를 근거로 유출된 고객 정보가 3000건에 불과하다고 주장해온 쿠팡이 스스로 발목을 잡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실제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쿠팡에서 유출된 정보는 3367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화번호와 주소 등이 포함된 ‘배송지 목록’은 1억4805만회 조회됐고, 공동현관 비밀번호가 담긴 페이지는 5만 여회 조회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쿠팡은 정보 유출자가 빼돌린 정보는 3000여 건에 불과하고, 이를 모두 회수해 추가 피해는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다 로저스 대표의 미 의회 소환 소식이 알려진 지난 5일 돌연 “16만5000여 건의 추가 유출을 확인했다”며 유출 규모를 바꿨다.

그럼에도 애덤 패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은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팟캐스트에서 23일 의견청취 절차에 대해 “쿠팡 사안에 의회까지 개입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 위험할 수 있다”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합의를 교란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이끌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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