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삼성 “우리 기술력 최고” vs SK하닉 “협업 중요” HBM 기술 두고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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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코리아 2026'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를 돌아보고 있다. 연합뉴스

“기술력에 있어선 우리가 최고입니다. 고객사 피드백도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송재혁 삼성전자 사장)
“10년 뒤 반도체 기술 변곡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인공지능(AI)과 결합한 반도체 협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성훈 SK하이닉스 부사장)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국내 최대 반도체 전시회 ‘세미콘 코리아 2026’이 개막했다. 반도체 호황기를 반영하듯 역대 최대 규모인 550개 기업·2409개 부스가 마련된 행사장은 이른 아침부터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업계의 시선은 단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쏠렸다.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양사가 서로 다른 해법인 ‘독자적 시너지’와 ‘전략적 동맹’을 화두로 던졌기 때문이다.

이날 먼저 기조연설에 나선 건 삼성전자였다. 송재혁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사장)는 ‘1등 삼성’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HBM3E(5세대) 시장에서 겪었던 부침을 뒤로하고, HBM4(6세대)를 통해 기술 리더십을 완벽히 회복하겠다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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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혁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6'에서 '제타플롭스(ZFLOPS) 시대를 넘어, 다음 단계는?'을 주제로 기조연설하고 있다. 뉴스1

송 사장은 ‘제타플롭스(초당 10해번의 연산)를 넘어, 그 다음 단계는(Beyond ZFLOPS : What’s Next)’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삼성만의 ‘원팀(One Team)’ 전략을 강조했다. 그는 “AI 패러다임이 단순 학습을 넘어 추론과 에이전트, 그리고 피지컬 AI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설계·로직·메모리·패키지를 모두 최적화하는 AI 시스템 아키텍팅이 필요하다”며 “삼성은 내부 시너지를 극대화해 고객 가치를 높이고 AI 시장의 요구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HBM은 단순히 D램을 수직으로 쌓는 메모리 적층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대역폭을 넓히고 전력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HBM의 두뇌 역할을 하는 ‘베이스다이(base die·HBM의 아랫부분)’에 시스템 반도체용 초미세 파운드리(로직) 공정 도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은 파운드리 확보를 위해 국경을 넘는 연합 전선을 구축해야 하지만, 삼성은 메모리와 파운드리 기술을 모두 보유한 종합반도체기업(IDM) 역량을 앞세워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송 CTO는 기자들과 만나 “삼성전자는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지 사업을 모두 갖춰 AI가 요구하는 제품을 만드는 데 가장 좋은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삼성은 칩과 칩을 범프(납땜구슬) 없이 직접 접합하는 ‘하이브리드 코퍼 본딩(HCB)’과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 위에 HBM을 3D로 수직 적층하는 ‘zHBM’ 등 차세대 로드맵을 공개하며 기술 초격차 의지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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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훈 SK하이닉스 R&D 공정담당 부사장이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6에서 '메모리 기술의 전환점'을 주제로 기조연설하고 있다. 뉴스1

반면 ‘변곡점의 도래: 메모리 기술의 미래를 향한 혁신 주도’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 이성훈 SK하이닉스 부사장은 ‘협업’을 강조하며 삼성과는 결이 다른 전략을 제시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시장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물리적 한계에 봉착한 미세공정 기술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파트너사와의 연합전선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이 부사장은 “메모리 기술 난도의 상승 곡선은 매우 가파를 것”이라며 “앞으로 마주할 기술 변곡점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구조’와 ‘물질’에서 혁신이 필수”라고 말했다. 해결책으로는 AI 기반의 연구개발(R&D) 전환과 협업 생태계 구축을 제안했다. 그는 “AI 모델을 활용하면 기존 방식 대비 광범위한 물질을 단기간에 검토할 수 있고 최소한의 실험만으로도 최적의 공정 조건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별 회사의 AI 시스템을 넘어, 소재·부품·장비 파트너사들과 데이터를 공유하고 협업하는 ‘AI 생태계 시스템’을 통해 기술 변곡점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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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세미콘코리아 2026' 원익(WONIK)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의 모습. 뉴스1

이는 SK하이닉스가 HBM4 생산을 위해 대만의 TSMC와 동맹을 맺고 베이스다이 생산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현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삼성전자가 내부의 수직계열화된 역량을 강조할 때,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선두기업과 연대를 통해 ‘적기 공급’과 ‘수율 안정성’이라는 실리를 챙기겠다는 전략이다.

이날 행사에는 정소영 엔비디아코리아 대표와 팀 아처 램리서치 회장 등이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정 대표는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서 AI 기반 개발과 제조 혁신이 필요하다”며 “한국 기업들과 함께 AI 팩토리 기반의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아지트 마노차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회장은 개막식에서 “AI 혁명과 산업 구조 변화로 올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 총 매출은 1조 달러(1452조원)를 확실히 넘어설 것”이라며 “2035년 2조 달러 산업으로 성장하는 것도 충분히 현실적인 시나리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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