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현장에서] ‘민주적 절차’ 지켰다지만, 찬반 모두 "유감"...의대 증원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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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마지막 회의. 정부의 2027~2031학년도 의사인력 양성 방안이 확정되는 자리인 만큼 많은 취재진이 모였다. 현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의대 증원 규모였지만,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회의장을 언제 박차고 나갈지 여부도 주목됐다.

의협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의사 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 보정심 회의를 거치며 증원 논의 중단을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소수 의견'인 김택우 회장은 표결 전 먼저 회의장을 떠났다. 그리고 결론은 대다수 위원 찬성으로 연평균 668명 증원으로 정리됐다.

하지만 보정심 회의 후 반응은 '압도적 찬성'과 거리가 멀었다. 김택우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향후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혼란의 책임이 정부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어깃장을 놨다.

반대편에 선 환자·시민단체도 정부 결정을 비판했다. 대부분 정부가 의료계 반대 때문에 의사 부족 추계에 훨씬 못 미치는 증원을 한 데 대한 유감과 규탄이었다. 어렵게 증원이 이뤄졌지만, 찬반 양측 모두 불만족스러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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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문가자문회의장에서 열린 제6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는 2년 만에 의대 증원에 나선 정부가 떠안은 숙제를 보여준다. 내년 490명을 시작으로 5년간 3542명을 늘리겠다는 이번 결정은 '민주적 절차'를 지켰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추계위가 12차례 회의를 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보정심도 7차례 열리며 합의를 끌어냈다. 갑작스레 '2000명' 증원을 밀어붙인 2024년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대조적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도 "과학적 근거와 민주적인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결정됐다는 의미가 가장 클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정부가 관여한 의사 공급·수요 추계 논의 결과는 회의를 거듭할수록 하향 조정됐다. 그마저도 보정심이 합의한 2037년 부족 의사 수 4124명(공공·지역신설의대 배출 600명 제외)의 75% 수준인 3542명만 늘리기로 했다. 복지부가 교육 여건 등을 내세워 의대 유형별 증원 상한선을 설정한 영향이다. 한 보정심 위원은 "정부 측이 보정심 내내 의사들 눈치만 봤다"는 불만을 전하기도 했다. 정부가 내세운 과학적 추계와 거리가 멀어졌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더 큰 아쉬움은 의료계의 반응이다. 추계위는 의료계 요구를 반영해 의료 공급자 추천 위원을 전체 15명의 절반 이상으로 꾸렸다. 이는 아예 법으로 명시됐기 때문에,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필요 인력이 깎여나갔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는 비판까지 나왔다. 실제로 추계위가 지난 연말 내놓은 2040년 의사 부족 규모(5704∼1만1136명) 추계엔 의료계 입장이 대폭 반영됐다.

그럼에도 의료계는 '맘에 들지 않는다'며 밥상을 엎으려는 모양새다. 복지부가 의대 교육의 질 개선, 27학년도 증원분 축소 조정 등을 약속했지만, 의협은 '파괴된 의학 교육 바로잡기'를 내세워 투쟁 모드를 이어간다.

물론 의대 증원이 흔들리는 지역·필수·공공의료(지필공)의 완벽한 해법일 순 없다. 결국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노력해서 풀 수밖에 없는 문제다. 의협은 의료사고 형사 절차 개선 등을 위해 정부와 머리를 맞대야한다. 정부는 의료계가 꾸준히 우려를 표하는 의대 교육 정상화 등에 대한 투자를 꼼꼼히 챙겨야 한다.

어렵게 증원은 결정했지만, 이렇게 뽑은 지역의사는 6년 뒤에나 나오기 시작한다. 이대로면 지필공 문제는 그때까지, 혹은 그 이후까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러는 사이 국민과 환자의 어려움만 커질 뿐이다. 이번 증원 결정 과정서 나온 지적을 정부도, 의료계도 곱씹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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