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호랑이를 키웠나…‘AI의 역설’에 보험·운용사도 떤다

본문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대한 우려가 미국 증시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AI가 기존 서비스 소프트웨어 기업의 몰락을 가져온다는 ‘사스포칼립스’ 공포가 번진 데 이어, 자산운용·보험 업종도 직격탄을 맞았다.

블룸버그·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금융서비스 기업 레이먼드 제임스 파이낸셜 주가가 8.8% 급락했다. 2020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찰스 슈왑은 7.4%, LPL파이낸셜이 8.3% 하락하는 등 투자자들은 앞다퉈 자산자문·관리업종 주식을 던졌다. 자산관리 사업의 비중이 큰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모건스탠리·웰스파고 등 대형 은행 주가도 나란히 1~2%대 하락했다.

파문을 일으킨 건 미국의 AI 스타트업 알트루이스트다. 이날 알트루이스트는 AI를 기반으로 고객의 급여 명세서·계좌 내역 등을 분석해 개인 맞춤형으로 세금 전략을 분석하고 제안하는 세무·자산관리 자동화 도구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애널리스트 닐 사이프스는 “이번 매도세는 AI가 금융 자문과 자산관리 사업 모델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다는 광범위한 우려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며 “경쟁으로 인한 효율성 저하, 장기적인 수수료 압박, 잠재적인 점유율 변동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핵심은 ‘AI 기술 발전의 역설’이다. 그동안 AI는 빅테크의 성장 동력으로 평가를 받았지만, 이제는 급성장한 AI가 기존 사업을 대체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주식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주 오픈AI 출신들이 설립한 앤트로픽이 법률서비스·금융 리서치 등 다양한 분야의 업무 자동화를 목표로 하는 AI 도구를 출시한 게 신호탄이었다. 사스포칼립스 우려에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과 데이터·금융정보 제공업체의 주가가 급락했다. 골드만삭스의 샤론 벨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최근 상황을 “기술주 붕괴(tech wreck)”라고 진단했다.

자산운용사는 물론 보험업계도 영향권에 들었다. 온라인 보험 플랫폼 인슈리파이가 AI 기반 비교앱을 내놓자 보험업종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출시 발표 후인 지난 9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보험지수는 3.9% 내렸는데,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었다. 윌리스 타워스 왓슨(-12%), 아서 제이 갤러거(-9.9%) 등 보험 중개·컨설팅 회사 주가도 일제히 내려앉았다. 마이클 브라운 UBS 애널리스트는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데, 부정적인 가능성을 반박하기도 매우 어렵다”며 “앞으로 12개월, 혹은 24개월 동안 이 기업들(자산관리회사 등)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금은 전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과도한 공포라는 반론도 있다. 레이먼드 제임스 파이낸셜의 애널리스트 윌마 버디스는 이번 매도세를 두고 “완전히 과장된 반응”이라며 “결국 사람들은 자신의 돈을 누군가, 그것도 사람에게 맡기길 원한다”고 말했다. AI가 보조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자산관리 산업을 단기간에 대체하긴 어렵다는 주장이다.

실제 일시적 과민 반응인지, 산업 구조를 뒤흔들 변화의 전조인지 아직 판단하기엔 이르단 평가다. 로이터에 따르면 S&P 500 소프트웨어·서비스 지수는 6거래일 동안 최대 17% 하락했지만, 이후 7% 반등하면서 하락분을 일부 메웠다. JP모건의 두브라브코 라코스-부야스 전략가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AI의 교란 우려가 과도하게 비관적으로 반영돼 있고 펀더멘털(기초체력)은 견조하다”고 짚었다. 많은 투자자가 아직은 AI가 일으킨 증시의 출렁임을 우량주 투자의 기회로 본다는 의미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8,092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