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김길리 넘어뜨린 스토더드 ‘1일 3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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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팀 훈련을 마친 뒤 혼성계주 도중 다친 오른팔을 보여주며 웃는 김길리. [뉴시스]
미국 쇼트트랙 여자 국가대표 커린 스토더드(25)는 지난 10일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혼성 2000m 계주 준결승 12번째 바퀴에서 1위를 달리다 혼자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아웃코스로 추격하던 한국의 김길리가 스토더드를 미처 피하지 못해 정면충돌하며 고꾸라졌다.
이날 스토더드는 세 번이나 넘어졌다. 혼성계주 준준결승에서 넘어질 땐 김길리가 간발의 차로 피하고 지나갔다. 준결승에선 김길리를 쓰러트렸다. 스토더드는 앞서 열린 여자 500m에서도 미끄러졌다.
한국 팬들은 경기 직후 스토더드의 SNS 인스타그램에 몰려가 악플 세례를 퍼부었다. 한글로 “걸음마부터 다시 배워라” “스케이트에 꿀 발랐나” “한국인에게 무릎 꿇고 빌어라” 등의 조롱 글을 올렸다. 미국 팬들도 영어로 “전 세계에서 가장 잘 미끄러지는 선수” 같은 도 넘은 악플 세례를 퍼부었다. 견딜 수 없었는지 스토더드는 SNS 댓글창을 닫았다.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혼성 2000m 계주 준결승에서 대표팀 김길리와 미국 선수가 부딪히고 있다. 김종호 기자
왜 스토더드는 하루에 세 차례나 넘어졌을까. 전문가들은 우선 무리한 경기 운영과 주법을 원인으로 꼽는다. 미국 쇼트트랙의 전설 안톤 오노는 야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그 시점에 무리하게 추월을 시도하거나 일찍 공격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며 성급한 판단을 지적했다. 또한 “스토더드는 오른팔을 크게 휘두르며 가속을 붙이는데, 스윙이 지나치면 상체의 균형이 무너져 하체가 버티지 못한다”는 기술적 분석도 곁들였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당시 ‘할리우드 액션’으로 한국의 공적이었던 오노는 은퇴 후 존경 받는 작가와 동기부여 전문가로 변신했다.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의 빙질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오노는 “올림픽 기간엔 강력한 조명과 수만 관중의 열기로 인해 평소보다 얼음 상태가 무를 수 있다”고 짚었다. 스토더드 본인 역시 곽윤기(중앙일보 해설위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링크는 쇼트트랙이 아닌 피겨 스케이팅용 얼음 같다. 빙질이 너무 부드러워 모두가 애를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평창과 베이징 대회에서도 두 종목이 한 경기장을 공유했다. 다만 이번 대회의 경우 정빙 관리나 경기 간격 조절에 문제가 있어 빙질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곽윤기 해설위원은 “피겨 빙판은 더 두껍고 온도(영하 3.5도 안팎)가 높아 부드러운 반면, 쇼트트랙 얼음은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고(영하 5도 안팎) 날을 쫀득하게 잡아줘야 한다”며 “코너링 시 원심력을 이겨내려면 날이 빙판에 밀착되어야 하는데 정빙 과정에서 상태가 변하면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악플이 쏟아지자 댓글창을 막은 스토더드. 사진 스토더드 SNS
김길리는 충돌 다음날인 11일 팀 훈련을 정상 소화했다. 훈련 후 살짝 멍이 든 오른팔을 보여주며 “출혈이 있었지만 찔끔 난 수준이다. 충돌 당시엔 세게 부딪쳐 골절까지 걱정했지만, 시간이 지난 뒤 너무 멀쩡해 나도 놀랐다”며 “이상 없다는 진단을 받았고, 약을 먹었더니 괜찮다”고 했다. 이어 “언니 오빠들이 ‘5종목 중 하나일 뿐’이라 위로해줘 큰 힘이 됐다”고 덧붙여 출전에 문제가 없음을 알렸다.
스토더드는 이날 SNS를 통해 팀 동료는 물론 피해를 당한 다른 선수에게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김길리는 “쇼트트랙은 변수가 워낙 많은 종목이다. 충분히 있을 수 있고, 여러 차례 겪어봤던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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