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월클 출산국’ 슬로베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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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키점프 혼성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고 기뻐하는 슬로베니아 선수들. 여자 스키점프 은메달에 이어 슬로베니아가 획득한 대회 두 번째 메달이다. 슬로베니아는 동계 종목뿐만 아니라 사이클·농구·축구·클라이밍 등 다양한 스포츠에서 월드클래스 선수들을 배출했다. 사람·시설·시스템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덕분에 스포츠 강국이 됐다. [EPA=연합뉴스]

11일 이탈리아 프레다초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키점프 혼성 단체전. 남매인 도멘 프레브츠와 니카 프레브츠가 포함된 슬로베니아가 1069.2점을 기록, 2위 노르웨이를 큰 점수 차로 따돌리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지난 8일 여동생 니카가 여자 노멀힐에서 딴 은메달에 이은 쾌거다.

장엄한 돌로미티 산맥으로 둘러싸인 프레다초 스키점프 스타디움에는 개최국 이탈리아 팬보다 슬로베니아인들이 더 많았다. 이탈리아와 국경을 접한 슬로베니아는 국토 면적(약 2만 273㎢)이 한국의 약 5분의 1로, 전라도 크기에 불과한 아담한 나라다. 인구 또한 약 210만 명으로 우리나라 대구(235만 명)보다 20만 명이나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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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데이 포가차르. [EPA=연합뉴스]

그럼에도 종목을 불문하고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즐비하다. 타데이 포가차르(28)는 세계 최고 권위의 사이클 대회 ‘투르 드 프랑스’를 4차례나 제패했다. 루카 돈치치(29·LA 레이커스)는 미국프로농구(NBA)를 상징하는 최고 선수 중 한 명이며, 벤자민 셰슈코(23)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유의 핵심 공격수다. 얀야 간브렛(27)은 스포츠클라이밍 세계선수권을 10차례나 석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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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돈치치. [로이터=연합뉴스]

디애슬레틱은 “슬로베니아에서 스포츠는 국민적 자긍심을 불어넣는 원천”이라고 썼다. 실제로 슬로베니아 인구의 60%가 매주 스포츠를 즐기는데, 소아와 노인을 제외하면 전 국민이 운동을 즐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도예 밀리치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 운동생리학 학과장은 “12개 지역별로 고유의 특색이 있다. 북부에는 스키점프와 스키, 남부에는 조정과 수영, 수도 류블랴나에는 배구, 농구, 핸드볼, 육상 시설이 완비되어 있다”며 인프라를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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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펼치는 슬로베니아 스키점프 선수 니카 프레브츠. 신화=연합뉴스

김정효 서울대 연구교수는 “스포츠 강국은 사람, 시설, 시스템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슬로베니아는 이 삼위일체를 완벽히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반면 우리나라는 유소년 시기의 스포츠 참여 비율이 절망적 수준으로 낮다. 그나마 메이저 종목인 축구나 야구에 한정되어 있고, 마이너 종목의 선수 수급은 운 좋게 얻어걸리는 ‘희귀 자본’에 의존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인구의 약 1%가 스포츠 재능을 타고난다고 가정할 때, 미국은 연간 3만 6000명의 인재가 나오지만 슬로베니아는 180명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슬로베니아는 인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했다. 독립 직후 정부의 핵심 정책은 모든 학교에 수준 높은 체육관을 건립하는 것이었다. 집 근처에 선호하는 스포츠 시설이 마련되자 자연스레 ‘양질전환의 법칙’이 작동했다. 배드민턴의 안세영이 동네 체육관에서 일반인과 함께 셔틀콕을 치는 광경을 상상하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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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펼치는 슬로베니아 스키점프 선수 니카 프레브츠. AP=연합뉴스

김 교수는 “국기에 산이 들어갈 만큼 널린 산악 지형을 스포츠 시설로 탈바꿈해 타국 전지훈련지로 제공하는 정책 마인드도 인상적이다. 험준한 산악은 투르 드 프랑스 우승의 근원이 되고, 암벽등반의 훌륭한 조건으로 치환되는 발상의 전환은 아름답기까지 하다”고 평했다.

슬로베니아는 생활 스포츠와 엘리트 스포츠의 경계가 무의미한 나라다. 학교에서는 ‘SLOfit’ 시스템을 통해 모든 아이의 100m 달리기, 멀리뛰기 등 신체 데이터를 관리한다. 국가대표 훈련 센터인 ‘크란(Kranj)’은 학교와 결합되어 16~19세 유망주들이 정규 교육과정을 밟으면서도 훈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김 교수는 “슬림한 인구와 영토 덕분에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기동성도 강점이겠지만, 물리적 조건보다 더 강력한 힘은 역사로부터 배운 ‘강인함’일 것”이라며 “‘스키점프에서 뛰어내리지 않는 자는 슬로베니아인이 아니다’, ‘군대로는 이길 수 없어도 스포츠로는 이길 수 있다’는 마인드가 슬로베니아 스포츠 문화를 관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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