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치매환자 재산 국가가 맡아 관리한다...4월 공공신탁 첫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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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란 보건복지부 1차관(가운데)이 12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2026년 제1차 국가치매관리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80대 노인 A씨는 10여년 전부터 치매를 앓게 됐다. 처음엔 경도인지장애 정도로 심하지 않았지만 날이 갈수록 병세가 깊어졌다. 배우자를 먼저 보내고 혼자 살아온 A씨는 치매가 악화하자 가사도우미 B씨에게 일상생활을 상당 부분 의지해왔다.
치매관리 주치의 시범사업 2028년 전국 확대
B씨는 장보기, 식사 준비, 청소뿐 아니라 A씨 대신 은행 일을 보기도 했다. B씨는 A씨의 계좌 비밀번호를 알게 됐고, 은행 카드도 자유롭게 손댈 수 있었다. A씨 건강이 나빠져 와병 상태가 되자 그는 수년에 걸쳐 A씨 계좌에서 약 14억원의 돈을 빼돌렸다. 독신인 A씨 주변에 그의 재산을 관리할 사람이 없어서 벌어진 일이었다. B씨의 범행은 A씨가 사망할 때까지 계속됐다.
치매 환자의 재산을 공공신탁을 통해 국가가 위탁받아 안전하게 관리하는 제도가 올해 처음 시작된다. A씨처럼 치매를 앓는 이들이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커지면서다.
보건복지부는 12일 국가치매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제5차 치매관리 종합계획(2026~2030)’을 확정했다. 복지부는 공공 신탁 제도인 ‘치매안심재산 관리지원 서비스’는 오는 4월 시범사업으로 도입하고, 2028년 본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치매 환자 본인 또는 환자의 의사를 반영한 후견인이 국민연금공단과 신탁 계약을 체결한 뒤, 공단이 환자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ㆍ서비스 사용에 재산이 지출되도록 지원한다. 특별 지출이나 계약 철회 등 계약과 관련한 중요 사항이 있을 때는 치매재산관리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한다.
공공신탁 대상자는 치매환자, 경도인지장애진단자 등 재산 관리에 위험이 있거나 위험이 예상되는 기초연금 수급권자다. 신탁 계약 체결 당시에 본인이 의사 결정 가능한 상태여야 한다. 고위험군을 우선으로 올해 750명을 지원하고 2030년까지 1천900명 이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시범사업에서는 지원 범위를 현금, 지명채권, 주택연금 등으로 한정하고 향후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국내 치매 환자는 지난해 97만명,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진단자는 298만명으로 추정된다. 2030년이면 치매 환자 121만명, 경도인지장애 368만명으로 급증하고, 2050년이 되면 각각 226만명, 569만명으로 뛴다. 2050년 총인구(4736만명)의 16%가 치매ㆍ경도인지장애를 앓는다는 얘기다.
치매 환자가 늘면서 이들이 가진 보유한 자산 ‘치매 머니’도 2023년 154조원에서 2050년 488조원으로 불어난다. 치매머니는 돌봄인력이나 가족 등에 의한 경제 범죄에 쉽게 노출된다. 민간금융사에도 신탁제도가 있지만, 치매 환자의 신탁은 받지 않아 공공신탁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부는 치매 발병 전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민간 신탁 이용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신탁 재산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치매 환자가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법적 의사 결정을 돕는 공공 후견인을 확대해 지원 규모를 올해 300명에서 2030년까지 1900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치매 조기 발견을 위해 치매 검진 체계를 개편한다. 치매안심센터에서도 경도인지장애 검사가 가능하도록 진단검사법을 올해부터 2년간 개발해 2028년부터 적용한다. 지역사회 의원을 중심으로 치매를 지속 관리하는 ‘치매관리 주치의’ 시범사업은 2028년 전국으로 확대한다. 자주 배회하거나 폭력성이 있는 환자를 치료할 치매안심병원도 현재 25곳에서 2030년 50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치매 예방법 이미지. [중앙포토]
치매 장기요양 등급자 지원도 강화한다. 주·야간 보호시설 월 이용 한도를 높이고, 주·야간보호기관과 치매환자쉼터의 중복 이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보호자 간 정보 제공과 정서 교류를 돕는 ‘멘토-멘티’ 형태의 보호자 전용 노인 일자리도 올해 시범 운영한 뒤 내년부터 전국 확대한다.
치매 의심 운전자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운전능력진단시스템도 도입한다. 올해 시범 운영을 시작해 내년부터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현재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3년마다 치매 선별검사를 받지만 실제 운전 능력 판단에는 한계가 있어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이스란 복지부 제1차관은 “초고령 사회에서 증가하는 치매 환자에 대응해 정책 체감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며 “양적 확충을 넘어 질적 도약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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