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여야 없이 독설 퍼부었다…美법무 '트럼프 돌격대장' 자처한 이유
-
23회 연결
본문
팸 본디 미국 법무장관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법사위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법사위 청문회에서 팸 본디 법무부 장관과 의원들 간에 험악한 설전이 벌어졌다. 미성년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 수사 문건 공개를 둘러싼 공방 과정에서다. 본디 장관은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의 추궁에 거친 독설로 맞섰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 엄호해 ‘트럼프의 돌격대장’을 자처했다.
청문회 개회 후 약 30분쯤 흐르면서부터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프라밀라 자야팔 민주당 의원이 방청석에 앉아있는 엡스타인 사건 피해자 11명에게 “아직 법무부 관계자들을 못 만난 사람들은 손을 들어보라”고 하자 11명 모두 손을 들었다. 자야팔 의원은 본디 장관에게 피해자들을 향해 돌아서서 사과하라고 요구했지만, 본디 장관은 “그(자야팔)의 연극에 휩쓸려 추잡한 싸움에 끼어들 생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끝까지 거절했다.
본디, 청문회서 야당에 “추잡한 싸움”
이후 민주당 제리 내들러, 제이미 래스킨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도 고성 섞인 말싸움이 빚어졌다. 내들러 의원이 법무부가 수사 중이거나 이미 기소한 트럼프 대통령 정적들의 명단을 언급하며 표적수사라고 주장한 뒤 “엡스타인의 공범 중에서는 몇 명을 기소했는가. 수사 중인 가해자는 몇 명이나 되는가”라고 묻자 본디 장관은 “당신의 연극 같은 행동은 터무니없다. 저는 이런 사람들과 함께 하수구로 떨어질 생각이 없다”며 정확한 답변을 거부했다.
내들러 의원과 본디 장관의 소모적인 설전으로 의원 질의 시간이 소진돼 가자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제이미 래스킨 의원이 법사위원장인 짐 조던 공화당 의원에게 타이머를 멈추고 발언 시간을 내들러 의원에게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본디 장관은 헌법학 교수 출신인 래스킨 의원을 향해 “당신은 한물간 패배자 법률가”라고 인신공격성 비난을 퍼부었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법사위 청문회에서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제이미 래스킨 의원이 팸 본디 법무장관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는 역사상 가장 투명” 찬사
본디 장관은 그러다 갑자기 민주당을 싸잡아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는 “로버트 뮬러 특검이 2016년 대선에 대한 외국(러시아)의 개입 의혹을 수사했지만 증거를 전혀 찾지 못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탄핵 심의에 참여했던 여러분은 트럼프 대통령께 사과했느냐”며 “여러분 모두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기 앉아서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 참지 않겠다”고도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 역사상 가장 투명한 대통령”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엡스타인 스캔들은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불거졌지만, 현 트럼프 행정부가 300만 페이지가 넘는 수사자료를 공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수사자료 공개를 의무화한 법안에 서명했다는 점을 들면서다.
본디 장관이 이 대목에서 “다우지수는 5만 포인트를 넘었고 S&P 지수는 거의 7000에 달하며, 나스닥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성과를 나열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앉은 의석 쪽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엡스타인 사건과 관련된 청문회인데 질의 주제와는 다소 거리가 먼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얘기가 나온 데 대한 반응이었다.

지난해 10월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범죄 카르텔 관련 원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팸 본디 법무장관이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여당 의원 향해서도 “위선자” 비난
본디 장관은 여당인 공화당 의원과도 이례적인 설전을 벌였다. 트럼프 행정부에 비판적인 행보를 보여 공화당 내 소장파로 분류되는 토마스 매시 의원이 법무부가 수사자료 공개 때 피해자들 이름을 노출한 점을 비판하며 “(엡스타인 사건) 생존자들에 할 수 있는 최악의 행동을 했다”고 지적하자 본디 장관은 “위선자” “실패한 정치인”이라고 독설을 쏟아냈다.
워싱턴 DC 정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무능하다”는 불만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 본디 장관이 야당과의 공개적 충돌로 대통령에 대한 충성을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좌진에게 본디 장관이 나약하고 자신의 의제를 효과적으로 집행하지 못한다며 그에 대한 불만을 반복적으로 토로해 왔다는 보도가 최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나온 바 있다.
야당과 충돌로 ‘트럼프 돌격대장’ 자처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 수사 파일과 관련된 본디 장관의 업무처리 방식이 수개월간 자신에게 골칫거리를 안겼다고 자주 불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불만은 본디 장관이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등 자신을 수사한 정적들에 대해 신속하게 기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한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 문건에 거명된 주요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자 본디 장관이 곧바로 뉴욕 맨해튼 연방 검사에게 수사를 지시하고 소셜미디어에 “대통령님,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올린 일도 있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본디 장관이 이날 야당 의원들과 날 선 대립을 이어가며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 변호하자 자신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