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결국 1874조원 택했다…"5.8만명 조기 사망" 최악 경고
-
17회 연결
본문
전세계를 위협하는 기후 변화 위기를 ‘녹색 사기(Green scam)’라고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온실가스 배출 규제의 근거인 ‘위해성 판단(endangerment finding)’을 공식 폐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온실가스 규제의 근거가 됐던 '위해성 판단' 결과를 공식적으로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다. AP=연합뉴스
위해성 판단은 오바마 정부 시절인 2009년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6가지 온실가스가 공중보건과 복지에 위협이 된다는 연방정부 차원의 과학적 결론이다. 미국은 이를 근거로 차량 및 공장, 발전소 등의 배출가스 제한 등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을 펼쳐왔다.
과학적 결론 부정…“비용 초래한 재앙”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리 젤딘 환경보호청(EPA) 청장과 공동 진행한 환경 정책 발표에서 “EPA가 이제 막 완료한 절차에 따라 공식적으로 이른바 ‘위해성 판단’을 종료한다”며 “이는 미국 역사상 단일 조치로는 최대 규모의 규제 완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석탄 산업 관련 서명식에서 군이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전력을 구매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행사에 참석한 석탄 산업 노동자들에게 서명에 사용한 펜을 건네고 있다. AFP=연합뉴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전세계적 노력을 무시하고, 미국만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할 근거 자체를 무효로 만들어버리겠다는 선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자동차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미국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가격 인상을 초래한 오바마 시대의 재앙적 정책이었다”며 “이 때문에 소비자가 전기차를 강제로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치명적 규제는 자동차 가격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렸지만, 이 모든 것은 이제 끝났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치로 1조3000억 달러(1874조6000억원) 이상의 규제 비용이 사라지고, 신차 평균 가격이 3000달러(432만원) 가까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일, 캔자스주 토피카에서 촬영된 제프리 에너지 센터 석탄 화력 발전소에서 연기가 솟아 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폐기 이유 묻자…“언젠가 해결 방법 찾을 것”
과도한 온실가스가 폭염·가뭄·산불 등 극단적 기상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과 국제사회의 주류적 견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거짓말’ 또는 ‘사기’로 규정하며 오히려 화석연료 사용을 장려해왔다.
지난달 22일 환경단체가 트럼프 대통령의 원유 개발에 반대하는 뜻을 담은 구호를 독립기념탑 앞에 설치한 모습.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온실가스에 대한 기존 인식을 왜 부정하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더그 버검 내무장관은 한 싱크탱크 주최 행사에 참석해 “나는 과학이 결코 확정된 것이 아니란 신념을 가지고 있다”며 과학적 결론의 오류 가능성을 언급했다. 위해성 판단에 대해선 “불완전한 데이터에 기반한 이념적 환상이자 준종교”라고 했다.
버검 장관은 다만 온실가스가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를 제시하자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발명품’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석탄연료가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완전히 부인하지 않았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와 "트럼프 2028(Trump 2028)"이라고 적힌 모자가 현지시간 12일 로스앤젤레스 도널드 트럼프를 기리는 명예의 거리(Walk of Fame) 인근 판매대에 전시돼 있다. AP=연합뉴스
그는 전날 백악관에서 진행한 석탄 산업 활성화 정책 발표회 때는 “이산화탄소는 숨을 쉬어도 발생하는 것으로 위험하지 않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1위 오염국’ 중국 한곳 더 생길 것”
환경단체인 환경보호기금(Environmental Defense Fund)의 분석에 따르면, 유해성 판단의 폐기 이후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완화 등이 이뤄질 경우 2055년까지 오염 물질이 최대 180억 미터톤(metric ton) 더 배출된다. 이는 지난해 미국의 연간 오염물 배출량의 3배이자, 세계 최대 오염물 배출국인 중국의 연간 배출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차준홍 기자
미국에서 추가로 발생한 오염물질로 인해 발생할 추가 비용은 최대 4조700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오염물을 배출하는 미국이 아닌 국제사회로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 또 이 정도의 추가 오염이 발생할 경우 최대 5만8000건의 조기 사망과 3700만 건의 천식 발작이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고 해당 단체는 밝혔다.

2023년 중국 베이징에 환경 오염과 황사가 겹친 모습. 환경단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실행될 경우 2055년까지 세계 최대 오염물 배출국인 중국의 연간 오염물질 배출량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AP=연합뉴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X(옛 트위터)에 “우리는 덜 안전해지고, 덜 건강해지며, 기후 변화에 맞설 능력이 약화할 것”이라며 “화석연료 산업만 더 많은 돈을 벌게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미 무역협의에도 영향 줄 가능성
환경단체들과 민주당 단체장이 이끄는 주(州) 정부도 즉각 소송 방침을 밝힌 상태다. 그러나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상당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각에서 연방 정부 차원의 자동차 배출가스 완화 기준이 나오더라도 주 정부가 연방의 기준과 상이한 기준을 적용하게 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미시간주 포드 공장을 방문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는 장기적으로 한·미 무역협의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양국이 발표한 무역에 관한 조인트 팩트 시트엔 비관세무역 장벽 철폐와 관련해 “한국은 미국의 연방자동차안전기준(FMVSS)을 충족하는 미국산 차량이 추가 개조 없이 한국으로 수입될 수 있는 5만 대 한도를 폐지한다”는 내용과 함께 “자동차 배출가스 인증 시 미국 정부에 이미 제출된 자료만으로 인정해 미국산 차량 수출 절차를 간소화한다”는 항목이 있다.
경우에 따라 한국은 국내에서 환경 규제 등으로 운행할 수 없는 미국산 ‘불법 차량’을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로이터 통신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조치에 대해 “현재까지 행정부가 시행한 가장 광범위한 기후 변화 정책 후퇴”라고 평가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