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조희대 '한글 넥타이' 알고보니…김연아 의상 만든 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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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세종 국제 콘퍼런스’에 입장하고 있다. 이날 조 대법원장은 한글이 수놓인 넥타이를 매 화제가 됐다. 뉴스1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해 9월 22일 세종 국제 콘퍼런스에서 ‘한글 넥타이’를 착용해 화제가 됐다. 넥타이에는 남색 바탕에 베이지색 실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자유’‘평등’‘정의’ 등의 문자가 촘촘히 수놓였다.
디자인비 받지 않고 ‘재능 기부’…식사 대접으로 화답

이상봉 패션디자이너가 2024년 2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이 넥타이를 ‘한글 디자이너’로 알려진 이상봉이 제작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다. 1세대 디자이너인 그는 2006년 파리패션위크에서 처음 한글 패션을 선보였다. 2011년에는 김연아 선수의 프리 스케이팅 의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즐겨 착용해 주목받은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이 적힌 넥타이도 그의 작품이다.
조 대법원장의 한글 넥타이는 당초 지난 9월 열린 ‘세종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한 해외 귀빈들의 답례품으로 소량 제작됐다. 법원행정처에서 넥타이 제작을 의뢰하기 위해 이 디자이너를 찾아갔고, “외국에서 찾아온 대법관과 연사 등을 위한 선물”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이 그는 뜻밖에 디자인비를 받지 않고 제작해주겠다고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6월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 총재가 맨 넥타이는 내외빈 선물용 넥타이가 필요하다는 한국은행의 의뢰로 이상봉 디자이너가 제작했다. 마찬가지로 디자인비는 받지 않았다고 한다. 뉴스1
이 디자이너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국가를 위한 행사인데 디자인비를 받기는 좀 그랬다. 이전에도 국가기관을 위한 디자인에는 디자인비를 받지 않았었다”며 “한글 운동을 해 온 사람으로서 해외 법관들에게 한글을 알리는 건 저로서도 기쁜 일”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은행에서 외빈 선물용 한글 넥타이를 의뢰했을 때도 디자인비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답례로 조 대법원장은 이 디자이너를 관사에 초대해 식사를 대접했다.
넥타이 수놓은 헌법 문구…수회 수정하며 심혈 기울여
이상봉 디자이너가 대법원을 위해 제작한 '한글 넥타이'. 자유, 평등, 정의 등 단어가 수놓여있다. 사진 이상봉 디자인실
일종의 ‘재능 기부’이지만 이 디자이너는 “기업에서 의뢰받은 것보다 훨씬 더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다. 이 디자이너는 “법원의 행사니까 예술적인 흘림체보다는 훈민정음체에 가까운 서체를 택했다”며 “조금 튀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지만, 외국 사람들에게 조언을 받아보니 외국인들은 ‘한글이다’라고 정확하게 알아볼 수 있는 걸 더 좋아하더라”고 했다.
글자 선정과 배치도 여러 번 수정했다. 이 디자이너는 “‘법’이라는 글자가 너무 전면에 보이면 상대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전체를 꽉 채우기보다 여백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고민 끝에 대법원 청사에도 새겨져있는 ‘자유·평등·정의’와 ‘대한민국’이라는 단어를 넥타이에 넣었다. 헌법 11조 1항인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문장도 수놓였다.
당초 조 대법원장이 이 넥타이를 매는 건 예정에 없었다고 한다. 약 200장 제작된 넥타이는 세종 국제 컨퍼런스에서 외빈들의 선물용으로 우선 나갔고, 남는 수량이 대법관 등 내빈들에게 전달됐다. 대법원 내에서도 인기를 얻어 지금은 남성 대법관들은 모두 한글 넥타이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천대엽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이 지난해 12월 9일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국민 위한 사법제도 공청회에 참석해 있다. 천 대법관도 이날 한글 넥타이를 착용했다. 연합뉴스
천대엽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도 지난해 12월 열린 대법원 공청회에서 이 넥타이를 맸다. 개회사에서 천 대법관은 자신이 맨 넥타이를 가리키며 “이번 공청회의 의미에 관해 제가 착용하고 온 넥타이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넥타이의 의미를 들은 해외 법조인들에게 반응이 좋아 오는 9월 열리는 아·태 대법원장회의에서는 여성용 ‘한글 스카프’도 제작할 계획이다.
이 디자이너는 “세종 컨퍼런스를 통해 저도 배운 게 있다. 세종대왕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백성들이 억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 상소를 올리기 쉽도록 한글을 만들었다는 법률가로서의 역할”이라며 “예전에는 ‘코리안 알파벳’으로 불리던 한글이 이제는 차츰 ‘한글’로 불리고 있는데, 해외 법관들에게 한글을 알릴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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