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르포]공화당 정견발표장 가보니…후보를 '투사'로 만드는 M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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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50만명의 불법 이민자가 있습니다. 여기에 범죄자가 없다고요? 그건 정말로 순진한 생각입니다.
지난달 15일 미국 조지아주 서배나 몽고메리 카운티.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나설 공화당 후보자의 정견발표를 듣기 위해 마을회관에 모인 공화당원을 앞에 둔 버디 카터 하원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뉴욕 시장으로 당선된 민주당 조란 맘다니를 지칭하며 “공산주의자에게 뉴욕을 내준 것을 미국이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했다. 공화당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서배나 몽고메리 카운티에서 열린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 후보자 정견 발표회에 이 지역의 현직 하원의원인 버디 카터가 참석해 지역 공화당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서배나 지난해 9월 한국인 근로자를 포함한 400여명이 미 이민당국에 구금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카터 의원은 11월 중간선거 때는 상원의원직에 도적할 예정이고, 그의 후임 하원의원 선거엔 한국계 유진 유(한국명 유진철)가 후보로 등록하고 당내 경선을 치르고 있다. 서배나=강태화 특파원
카터의 지역구 서배나엔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이 있다. 지난해 9월 이민세관단속국(ICE)이 군사작전을 펼치듯 공장으로 진입해 300여 명의 한국인 근로자를 체포했던 곳이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가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기습 단속·구금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ICE 홈페이지
카터는 당시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용감한 이민 단속 요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트럼프가 지켜보는 한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불법 이민자가 빼앗을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한국 국회에서 공식 항의 서한을 보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국인 근로자들이 귀국해 공장 건설이 중단되자 지역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배터리 공장 완공 및 생산과 운영을 위한 직원 교육에 그들이 필요하고, 한국인 근로자들이 돌아오길 바란다”며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
지난달 ㅍ15일(현지시간) 한국계 유진 유(한국명 유진철)가 미국 조지아주 서배나의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나설 공화당 후보 경선을 위한 선거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유진 유가 출마한 서배나에선 지난해 9월 한국인 근로자를 포함한 400여명이 미 이민당국에 구금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서배나=강태화 특파원
그러나 카터는 공화당원 앞에선 재차 불법 이민에 맞선 ‘투사’로 변신했다.
그는 “국토안보부에 더 많은 ICE 요원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1주일 전 미네소타에서 ICE 요원의 총에 맞아 숨진 미국인 르네 굿(37)에 대해서도 “그가 차를 무기로 삼아 요원들을 공격했다”며 “모든 폭력은 민주당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6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발생한 2021년 1월 6일 미국 국회의사당 공격 5주년을 맞아, 당시 공격 당일 또는 그 여파로 사망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국회의사당 밖에서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한 남성이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지지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연설을 마친 카터에게 근로자 구금 사태에 대한 의견을 다시 물었다. 그는 ‘한국에서 왔다’는 기자의 말에 경계감을 표하며 “지금은 할 말이 없다”며 자리를 피했다. 10년간 서배나에서 하원의원을 지낸 카터는 11월 선거 때 이 지역 상원의원에 도전한다.
아들과 함께 정견 발표회를 찾아 카터의 연설 내내 박수를 보냈던 윌리엄 화이트 3세는 “ICE는 해야 할 일을 잘 했던 것뿐”이라며 “(한국인 근로자들은) 모두 불법 체류자였고, 트럼프처럼 제대로 된 보수적 자본주의자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일이었다”고 했다.
한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서배나 하원의원 선거엔 한국계 유진 유(한국명 유진철) 후보가 공화당 예비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15일(현지시간) 한국계 유진 유(한국명 유진철)가 미국 조지아주 서배나의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나설 공화당 후보 경선을 위한 선거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유진 유가 출마한 서배나에선 지난해 9월 한국인 근로자를 포함한 400여명이 미 이민당국에 구금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서배나=강태화 특파원
유 후보는 정견 발표에서 한국의 추가 투자가 지역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단순한 한국 기업이 아닌, 조지아에 정착한 기업이 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하겠다”며 “그래야 우리 모두가 기술을 배울 수 있고 그래야 우리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다른 사람들처럼 당선되면 워싱턴으로 가서 자기 돈을 버는 의원이 아니라 지역과 당원들의 돈을 벌어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제서야 당원들 사이에선 박수가 나왔다.
유 후보의 연설에 호응을 보낸 마이클 나바로는 “이성적으로는 한국을 포함한 외국 자본이 공장을 지어야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여기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ICE가 근거 없이 (한국인) 근로자를 체포했을 거라고 믿지 않는다”고 했다.
유 후보는 “미국에선 당대표가 공천하는 방식이 아니라 유권자가 예비선거로 후보를 정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에 가까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강성 당원들을 설득해야 지지자를 넓힐 수 있기 때문에 목소리가 큰 사람들을 신경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달 15일(현지시간) 한국계 유진 유(한국명 유진철)가 미국 조지아주 서배나의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나설 공화당 후보 경선을 위한 선거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유진 유는 이날 서배나 몽고메리 카운티 마을회관에서 진행된 후보자 정책토론회에서 한국 기업이 현지 사회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는 언급을 했다. 그가 출마한 서배나에선 지난해 9월 한국인 근로자를 포함한 400여명이 미 이민당국에 구금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서배나=강태화 특파원
미국의 정치도 소수 강경파들에 의해 극단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 공화당 내에서도 극단에 위치했던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세력을 앞세워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이러한 경향은 보다 뚜렷해졌다.
그러나 강경파가 중심이 된 극단의 정치는 트럼프 취임 1년을 기점으로 급속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도 진영은 물론 그간 마가의 목소리에 눌려왔던 전통적 보수 진영에서 트럼프식 ‘질주’를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본격적으로 표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AP가 공개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AP 캡쳐
실제 지난 12일 공개된 AP와 시카고대 여론조사센터(NORC)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2%가 이민단속 요원들을 지방 도시에 배치한 결정은 과하다고 답했다. 시위 해산에 연방 요원을 투입한 것에 대해서도 61%가 도를 넘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전체 유권자의 60%가 ICE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가운데 중도층의 부정적 인식 비율(66%)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의견(89%)과 유사해지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공화당 지지자 중에서도 24%가 ICE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결과를 ‘가짜 뉴스’라고 주장한다. 자신의 SNS엔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내 지지율은 64%를 기록하고 있다”는 주장을 담은 글을 올리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일 백악관에서 진행한 내각회의에서 눈을 감고 있다. 공개 석상에서 조는 듯한 모습이 반복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건강이상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바이든 전 대통령을 공격했던 핵심 주제였다. AFP=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1일엔 미국의 대표적 여론조사업체 갤럽이 1938년부터 88년간 이어온 현직 대통령의 월간 지지율 조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갤럽이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인 36%를 기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자신에게 불리한 수치를 발표하는 언론, 여론업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작용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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