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빚내서 집사라" 그뒤…서울 집 10억 벌때, 무주택자 &a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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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말 듣고 집 산 분들은 지금 집 걱정 없이 사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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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 10일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에 출연한 모습. 박근혜 정부 경제 컨트롤타워였던 최 전 부총리는 “그때 제 말 듣고 집 산 분들은 지금 집 걱정 없이 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 장관이 전 지난 10일 매일신문 유튜브 방송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에 나와 한 말이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때 집 사기를 잘했다. 고맙다’, ‘그때 집 안 샀으면 큰일 날 뻔했다’는 말을 듣고 있다”며 “규제를 풀고 금리를 낮춘 정책이 결과적으로 주택 구매자에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최 전 부총리는 2014년 7월 “전셋값이 매매가격의 70% 수준인 현 상태에서 30%만 더 있으면 집을 살 수 있다. 신용 보강이 이뤄지면 전세를 사는 사람 상당수가 매매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을 이끌었던 최 전 부총리의 경제정책은 ‘초이노믹스(최+이코노믹스)’라고 불렸는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등 대책과 맞물려 ‘빚내서 집 사라’로 축약됐다. 당시는 금융위기 ‘고비’를 넘긴 했지만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던 때다. 최 전 부총리는 부동산 시장에 열기를 불어넣어 경기를 부양하려고 이 같은 정책을 펼쳤다.

그로부터 12년 후 나온 최 전 부총리의 지난 10일 발언은 통계로만 비춰보면 일리가 있다. 하지만 집값은 박근혜 정부 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 때 급등했고, 이를 자신의 과거 발언에 끼워 맞춘 결과론적 해석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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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그때 집 사기를 잘했다’=KB부동산 월간 주택 시계열을 보면 최 전 부총리의 발언이 나온 2014년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4억8556만원이다. 그로부터 12년여 후인 지난달 이 가격은 15억2162만원으로 3배가 넘었다. 최 전 부총리의 말을 듣고 바로 서울 아파트를 샀다면 앉은 자리에서 10억3606만원 번 셈이다.

결과적으로 최 전 부총리가 “고맙다”는 말을 들을만한 상황은 됐지만, 집값 상승 추이를 보면 꼭 그렇진 않다. 최 전 부총리의 지적대로 서울 집값은 “진보 성향의 정부가 이념적인 잣대로 규제를 강화해 폭등”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즉 집값 상승은 최 전 부총리가 아닌 진보 성향 정부가 기여한 바가 크다.

실제 KB부동산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4년여 임기를 통틀어 서울 아파트값은 10.06% 오르는 데 그쳤다. 당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이 “LTV·DTI 규제 완화는 국민경제에 커다란 암 덩어리”(우윤근 의원), “도박과 다름없다”(오제세 의원), “득 아닌 독”(김기식 의원), “하우스푸어 문제 악화”(김기준 의원) “빚잔치 경제”(전병헌 의원) 등 임기 내내 비판했지만, 급등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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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여야가 바뀐 후 서울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5년간 누적 상승률이 62.19%다. 임기 첫 달인 2017년 5월 6억708만원이었던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임기 마지막 달인 2022년 5월 12억7818만원이 됐다. ‘문재인 정부 이전 집을 샀느냐 안 샀느냐’에 따라 자산 격차가 극심하게 벌어지며 ‘벼락 거지’란 말이 유행했다.

이후 들어선 윤석열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한 각종 규제를 대거 완화했는데, 집값은 하락했다. 탄핵 후 대통령 권한대행 기간까지 포함한 3년(2022년 5월~2025년 5월)간 서울 아파트값이 4.91% 내렸다. 문재인 정부 때 치솟은 아파트값이 규제 완화, 금리 상승 등과 맞물려 조정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부동산원 통계 기준으로 지난해 들어 서울 아파트값은 다시 급등세로 돌아섰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전인 지난해 5월까지 누적 상승률은 1.95%였으나, 이후 빠르게 상승하며 지난 한 해 누적 상승률이 8.98%에 이르렀다. 문재인 정부 연간 최고 기록(2018년 8.03%)을 넘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23.46%) 후 19년 만에 최대치다.

‘그때 안 샀으면 큰일 날 뻔’=문제는 집값 급등이 필연적으로 자가 유무에 따른 양극화를 수반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 당시 ‘다주택자와의 전쟁’으로 인해 ‘똘똘한 한 채’ 현상까지 심화하면서, 전국 부동산 시장이 서울을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됐다. 자택 유무에 따른 불평등뿐 아니라, 유주택자 사이에도 지역 간 양극화가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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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국토교통부가 발표하는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 서울 자가 가구의 ‘연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PIR)는 평균 기준 8.9였다. PIR은 가구가 버는 소득을 전액 저축한다고 가정할 때 내 집 마련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뜻한다. 8.9년간 월급을 한 푼도 다른 데 쓰지 않고 꼬박 모으는 것이 현실적으론 불가해도, 평범한 직장인의 근속 기간 내 서울 자가 구매가 가능한 수준이다.

그런데 2024년 PIR은 16.3이 됐다. 청년층이 부모 도움 없이 자력으로 집을 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월급 씀씀이에 따라 근속 기간 내 구매도 어려울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첫해 2017년 10.7로 솟은 PIR이 마지막 해인 2022년에 17.1까지 치솟은 후 그나마 윤석열 정부 때 가라앉은 게 이 정도다.

지역 간 불평등도 심화했다. 아파트값 격차를 보여주는 KB부동산의 ‘전국 아파트 가격 5분위 배율’(상위 20% 아파트값 평균을 하위 20% 평균으로 나눈 값)을 보면 2014년 7월 4.5배에서 지난달 13배로 껑충 뛰었다. 문재인 정부 임기 첫 달인 2017년 5월 4.7배였던 격차가 임기 마지막 달인 2022년 5월 10.1배로 크게 벌어진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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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다시 풀어보면 2014년 7월엔 가격 하위 20% 아파트 4.5채로 상위 20% 아파트 1채를 살 수 있었는데, 지난달엔 하위 20% 아파트 13채를 모아야 가능하게 됐다는 것이다. 돈으로 환산하면 지난달 하위 20% 평균 가격은 1억1517만원, 상위 20% 평균 가격은 14억9168만원이다. 상위 20% 아파트의 절대다수는 서울과 일부 경기 지역에 있다.

“누구나 ‘내 집 마련’ 시대 사라졌다”

이 같은 통계는 모두 사후적인 결과다. 최 전 부총리의 초이노믹스가 가동되던 시절만 해도, 급격한 가계부채 폭증 등 부작용이 없지 않았다. 완화한 규제를 다시 조이는 등 오락가락하며 수정하는 과정도 있었다. 그런 정책 허점을 맹비판했던 진보 정당이 정권을 잡은 후 공교롭게도 집값이 치솟으며 최 전 부총리가 선지자 격이 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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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 정책위원회 가계부채 태스크포스(TF)의 가계부채 부담 경감 대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종걸 원내대표(가운데)가 모두발언 하고 있다. 이날 강기정 정책위의장(오른쪽)은 “정부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정상화하기 위해 일몰조치를 반드시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뉴스1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내 집 마련할 수 있던 부동산 시장에 이념적 규제가 가해지면서 심각한 왜곡이 발생했다”며 “절망적이고 불평등한 부동산 시대를 만든 사람들은 책임지지도 않는다”고 했다. 이어 “이번 정부에서도 규제 일변도로 시장을 잡겠다는 모습을 보여 우려된다”며 “시장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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