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증권사 다니다가 낸 ‘마법의 성’…대박 날 줄 몰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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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클래식(왼쪽부터 김광진·박용준)은 1994년 ‘마법의 성’으로 데뷔하고 ‘여우야’·‘편지’ 등 여러 히트곡을 냈다. 30주년 콘서트에선 보컬 김광진 뿐 아니라, 좀처럼 무대서 목소리를 내지 않는 박용준의 노래도 들을 수 있다. 김경록 기자

‘믿을 수 있나요/ 나의 꿈 속에서/ 너는 마법에 빠진 공주란 걸~’

가요계 명곡 ‘마법의 성’이 세상에 나온 지 30년이 됐다. 이 노래가 실린 음반은 1994년 130만장이 팔리며 밀리언셀러가 됐고, 노래는 당시 대학생이 가장 좋아하는 가요 1위로 선정됐다.

이 곡으로 데뷔한 남성 듀오 더클래식(김광진, 박용준)은 이후 ‘여우야’ ‘송가’ 등의 히트곡을 냈다. 김광진의 대표적인 솔로곡 ‘편지’ ‘동경소녀’을 비롯해 ‘사랑의 서약’(한동준), ‘처음 느낌 그대로’(이소라) 등도 둘의 합작품이다.

15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만난 더클래식에  ‘마법의 성’ 성공 비결을 묻자, 김광진은 “운이 좋았다. 30년 넘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용준이를 만난 게 다행”이라고 했고, 박용준은 “광진 형이 멜로디를 잘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서로에게 공을 돌렸다.

이들은 오는 30일과 31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더클래식 30주년 콘서트 ‘1994’를 개최한다. 현재 임영웅밴드 마스터를 맡고 있는 박용준(건반)은 신석철(드럼), 이성렬(기타), 민재현(베이스)으로 밴드를 구성했다. 이성렬과 민재현은 임영웅밴드 멤버다.

둘은 1991년 한동준 앨범을 준비하고 있던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프로듀서 소개로 처음 만났다. 이들은 서로를 ‘회사(증권사)를 다니며 노래를 쓰는 대단한 사람’(김광진), ‘미디, 신디사이저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자’(박용준)로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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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캐슬뮤직]

어떻게 음악을 시작했나.
김=“김민기 음악이 청년층의 감수성을 지배하던 시기, 대학을 다녔다. 나 또한 그 감성을 안고 ‘연세대 100주년 기념 교내 가요제’에 나갔고, 대상을 받았다. 그때 만난 사람들이 김창기(동물원), 안치환이다.”
박=“고3 때 통기타를 들고 라이브카페를 찾아다녔다. 이수만과 인연이 닿았고, SM기획(SM엔터테인먼트의 전신)에서 광진 형을 만났다. 이후엔 하나음악(포크뮤지션 조동진·동익 형제가 만든 음반레이블) 멤버로 활동하며 학전에서도 공연했다.”
‘마법의 성’의 성공을 예감했나.
김=“삼성증권 애널리스트로 일하며 앨범을 냈다. 노래가 이 정도로 대박 날 줄은 몰랐다. 당시 삼성그룹 행사에 ‘차출’돼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도 참 특이한 인생을 살았다.”
박=“‘마법의 성’은 성공했지만, 살인적인 세션 스케줄 때문에 쪽잠 자며 녹음실을 전전하는 생활이 달라지진 않았다. 때론 음악이 미워지기도 했다.”

더클래식의 최근 앨범은 2014년 20주년을 기념해 만든 ‘Memory & A Step’이다. 두 사람은 “노래를 자주 내고 활동하는 그룹이 아닌데도 유명한 노래들이 많다는 건 행운”이라고 입을 모았다. 30주년을 기념해선 3집 ‘해피아-워’(1997)의 한정반 LP를 제작했다. 공연 이후엔 신보도 준비하기로 했다.

30년 활동하며 느낀 음악시장의 변화는.
박=“러닝타임이 점점 짧아지고, 트렌드에서 벗어나는 음악이 없는 것 같다. 변화를 실감하지만 따르진 않는다. 우린 지난 30년간 눈치 보지 않고 음악을 해왔다.”
김=“K팝이 이렇게 전 세계로 뻗어갈 줄은 몰랐다. 우리 음악의 잠재력을 너무 간과했던 것 같다. 최근 미시간대학교 동창회에 다녀왔는데, K팝 인기 덕분에 사람들이 내게도 관심을 많이 보여 신기했다.”
지난해 데뷔 후 처음으로 페스티벌에 참여했다고.
김=“‘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의 초대를 받아 다녀왔다. 야외 무대에서 다양한 연령대 관객과 호흡했던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박=“다른 가수 콘서트는 연주자로 참여하는 거라 부담이 덜한데, 페스티벌에선 내가 주인공이니 관객 반응에 더 신경쓸 수 밖에 없다. 현장에서 뜨거운 반응이 나와 놀랐다.”
나이 들어 히트곡을 다시 부르는 기분은.
박=“20대엔 사랑의 여린 감정을 담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감정에 닭살이 돋더라. 20대의 마음으로 부르진 못하지만, 그 때의 어린 나를 보듬어준다는 마음으로 노래한다.”
김=“유튜브에 있는 우리 노래에 다양한 연령대가 각자의 이야기를 적고, 공감하더라. 그런 글들을 보며 더 오래 음악해도 되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사실 ‘마법의 성’이 생각 이상의 대히트를 쳤기 때문에 이후 노래들은 다 망했다고 여겼다. 그래서 음악을 한동안 하지 않았다. 지난해 젊은 관객들과 소통하면서 느낀 건, 앞으론 더 많은 곳에서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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