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열고 다니는 '오픈 백'이 다시 왔다, 올봄 가방 트렌드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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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무거운 패딩을 벗고 나니 새로운 가방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올해의 가방은 기존 틀을 깬 모습이 돋보입니다. 완벽함보다는 무심함을, 정돈보다는 개성을 택한 럭셔리 패션 하우스들의 도발적인 시각이 가방에 오롯이 담겼습니다. 올봄 당신의 어깨 위에서 새로움을 선언할 가방 트렌드를 세 편에 걸쳐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2026 봄·여름 가방 트렌드①
열어야 힙하다, 안감까지 디자인이 된 ‘오픈 백’

지퍼를 굳게 닫아 소지품을 보호하던 방식은 올봄엔 구식으로 치부된다. 2026년 봄·여름 시즌,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의 신상 백은 닫혀 있을 때보다 ‘열려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이른바 ‘오픈 백’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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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에베가 올봄 시즌 새로 내놓은 아마조나 180 백. 1975년 처음 선보였던 아마조나 백을 브랜드 창립 180주년을 맞아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였다. 한쪽에만 달린 원 핸들로 가방을 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열린 오픈 백 스타일로 사용자의 편이성과 무심한 럭셔리 스타일링을 완성한다. 사진 로에베, 펜디

샤넬은 지난해 가을 선보인 올 봄·여름 여성복 컬렉션 쇼에서 이미 오픈 백의 시대를 예고했다. 런웨이에 선 모델들의 손에 들린, 플랩(덮개)을 완전히 연 상태의 클래식 플랩 백을 통해서다. 심지어 가방은 가죽 안에 철사를 넣어 손으로 구겨 놓은 듯한 형태로 연출돼, 기존 가방의 모습을 파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열린 플랩 안쪽으로는 겉면과 대비되는 버건디 컬러 안감과 그 위에 각인된 골드 로고가 가방의 벌어진 틈 사이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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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를 자유롭게 변형한 가방을 선보인 샤넬의 2026 봄여름 컬렉션 쇼 무대. 단정하게 잠겼던 이중 플랩을 열어 안이 보이는 백을 든 모습은 새로운 럭셔리 문법을 제시한다. 사진 샤넬

본격적인 오픈 백 트렌드를 이끄는 대표적인 브랜드는 로에베와 펜디다.
로에베가 올봄 야심차게 선보인 ‘아마조나 180’ 백은 새로운 디자이너와 함께 하는 여정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1975년 처음 선보였던 아마조나 백을 브랜드 창립 180주년을 기념해 새로 디자인한 것으로, 한쪽으로 치우친 싱글 핸들 덕분에 가방을 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입구가 벌어지며 내부가 드러나도록 설계됐다. 특히 가방 안쪽에 소지품을 고정하는 별도의 스냅 패널을 더해, 지퍼를 열고 다녀도 실용성을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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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에베 아마조나 180 백을 든 모델과 다크 브라운 컬러 패치로 장식한 누벅 소재 백. 사진 로에베

펜디의 신작 ‘피카부’와 ‘펜디 웨이’는 여기에 힘을 더했다. 가방 안쪽을 시퀸과 비즈 자수로 화려하게 장식해, 가방이 열려 있을 때 더 아름다운 오픈 백의 모습을 제대로 구현했다. 그저 가방을 열고 다니는 무심함보다, 가방을 열고 다녀야 하는 더 강력한 이유를 만든 것이다.
벨기에의 자존심 델보 역시 이들의 대표 가방인 ‘브리앙’ 백을 버클을 채우지 않은 스타일링으로 제시했다. 조형미를 자랑하던 가방의 모습은 플랩을 뒤로 넘겨 열린 상태로 드는 방식을 통해 부드럽고 유연한 모습으로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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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디가 올봄 시즌 선보인 피카부 백. 안쪽 면을 시퀸, 비즈 등으로 장식해 오픈 백 스타일로 들었을 때 가방이 더욱 화려해 보이도록 설계했다. 사진 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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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디가 올봄 선보인 펜디웨이 백. 잠금장치를 풀고 드는 스타일을 제안한다. 사진 펜디

스타일링의 파격은 구조의 해체로 이어진다. 가방을 여는 것을 넘어, 벨트나 버클을 채우지 않거나 구조를 뒤튼 디자인도 이번 시즌의 주인공이다. 루이 비통과 미우미우는 이번 시즌 가방의 구조를 일부러 해체한 듯한 디자인과 버클을 느슨하게 풀어헤친 실루엣을 전면에 내세웠다.

제인 버킨으로부터 시작된 열린 가방의 서사

가방을 열고 다니는 오픈 백 스타일의 시작은 1980년대 패션 아이콘 제인 버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르메스 ‘버킨’ 백의 영감이 된 그는 평소 가방을 잠그지 않은 채 들고 다녔다. 아이의 기저귀, 대본, 소지품이 쏟아질 듯 담긴 그의 가방은 당시 외신으로부터 “바쁜 현대 여성이 지닌 리얼한 라이프스타일의 승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명품 백을 애지중지 모시는 대상이 아니라, 일상의 도구로 대하는 그의 태도가 하나 의 ‘스타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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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소더비 경매에서 약 858만2500유로(약 147억원)에 낙찰된 제인 버킨의 검은색 버킨백과 이를 실제로 들고 있는 버킨의 모습. AFP=연합뉴스

이런 그의 스타일은 당시 ‘버킨 제스처(The Birkin Gesture)’라 불리며 2010년대 초반 패션업계 전반에 걸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2013년 디자이너 에디 슬리먼이 만든 생로랑의 ‘ 드 주르’ 백은 이 트렌드를 타고 또 하나의 ‘잇백(It Bag)’이 됐다. 버킨 백처럼 잠금장치를 풀고 가방의 옆 주름을 완전히 확장한 뒤 두 개의 핸들 중 하나만 손에 쥐어 가방 입구가 비대칭으로 벌어지게 만드는 스타일로 인기를 끌었다.

당시 패션 매체들은 이 스타일을 ‘싱글 핸들 캐리(The Single-Handle Carry)’ 혹은 ‘원 핸들 슬라우치(The One-Handle Slouch)’라 불렀다. 오픈 백 트렌드가 싱글 핸들 캐리 백으로 이어진 것인데, 당시 디자이너 리카르도 티시가 선보인 싱글 핸들의 ‘지방시 판도라’ 백이 이 수혜를 받았다. 결국 판도라 백은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중반에 이르는 지방시의 전성기를 이끈 핵심 아이템 중 하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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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시 판도라 백(왼쪽)과 생로랑 삭 드 주루 백. 사진 생로랑, 중앙포토

두 가방은 에디 슬리먼과 리카르도 티시가 주도한 ‘무심한 럭셔리(Effortless Luxury)’의 정점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완벽하게 정돈된 형태를 일부러 무너뜨려 유연함이 가미된 새로운 럭셔리의 문법을 만들었다.

올해 다시 돌아온 오픈 백 트렌드는 이런 역사적 서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이다. 과거엔 사용자가 의도적으로 두 핸들 중 하나만 잡아 오픈 백 스타일을 만들었다면, 올해의 오픈 백은 핸들을 한쪽으로 치우치게 배치한 디자인을 통해 자연스럽게 가방이 기울어지도록 공학적으로 설계됐다. 제인 버킨의 자유로움과 2010년대의 무심한 럭셔리가 만나 올봄 가장 우아하고 현실적인 가방의 서사를 완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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