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귀멸의 칼날' 성지도 당했다…'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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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애니메이션인 '귀멸의 칼날'에서 주인공 탄지로가 검으로 바위를 가르는 모습(왼쪽). 일본 도치기현 아시카가시에 위치한 나구사 이쓰쿠시마 신사에는 이 바위와 닮은 암석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구사바시 바위’가 있어 ‘귀멸의 칼날’ 팬들에게 성지로 통한다. 사진 X(옛 트위터) 캡처

일본의 신사들이 지붕 구리판 절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구리 가격이 급등하며 절도범들이 신사를 표적 삼아 범죄를 저지르고 있어서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구리 가격이 상승하면서 일본에서 신사의 지붕 구리판을 떼어 가는 절도 사례가 늘고 있다. 구리판은 가벼우며 가공하기 쉽고, 내구성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는 외관이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내 신사 지붕에 많이 쓰인다.

신사의 구리판이 절도범들의 표적이 된 이유는 구리값의 전 세계적 급등 때문이다. 지난달 기준 구리 가격은 t(톤)당 사상 최고치인 1만 4500달러(약 2118만 원)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달 들어 고점 대비 약 10% 하락한 1만 3000달러(약 1899만 원)로 떨어졌으나 친환경 및 투자에 대한 관심도 증가, 공급 부족, 잠재적 미국 관세에 대한 우려, 최대 소비국인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등의 이유로 다시 구리 가격이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그 추세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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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치기현 아시카가시에 위치한 나구사 이츠쿠시마 신사. 인기 애니메이션인 '귀멸의 칼날'에 등장하는 바위와 닮은 암석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구사바시 바위’가 이 신사에 있어 ‘귀멸의 칼날’ 팬들에게 성지로 통하는 곳이다. 이 신사는 지난 2024년 10월, 무려 1630장의 구리 지붕판을 도난당했다. 지난해 4월 지붕 복구 작업 중인 모습. 사진 X(옛 트위터) 캡처

신사가 구리 절도범들의 표적이 된 또 다른 이유는 산 속에 위치해 인적이 드문 데다 보안이 취약해서다. 도치기현 아시카가시에 있는 나구사 이쓰쿠시마 신사는 지난 2024년 10월, 무려 1630장의 구리 지붕판을 도난당했다. 신사가 산비탈을 따라 약 20분 걸어야 하는 외진 곳에 있고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서 절도범들의 표적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 신사는 인기 애니메이션인 ‘귀멸의 칼날’에 등장하는 바위와 닮은 암석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구사바시 바위’를 보유하고 있어 ‘귀멸의 칼날’ 팬들에게 성지로 통하는 곳이다.

건축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후지뉴스네트워크(FNN)에 “신사 지붕의 구리판은 못으로 고정되어 있는 게 전부여서 사람의 힘으로 쉽게 분리할 수 있고 도난 당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일본 신사 연합 단체인 ‘진자 혼초’에 따르면 전통 건축 양식 보존 원칙에 따라 신사에는 갈바륨 등 대체 소재 사용을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도난 사건이 잇따르면서 지붕 수리에 한해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구리 도난은 비단 신사에만 한정된 일은 아니다. FNN에 따르면 교량 이름판, 송전선 등 구리와 구리 함유 금속 소재가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절도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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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찰청이 공개한 '도난 특정 금속 제품의 처분 방지 등에 관한 법률' 홍보 게시물. 구리 등 금속 도난을 막기 위한 법으로, 금속 고철 매입 업자에게 신원 확인, 거래 기록 보존, 도구 소지 제한 등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진 일본 경찰청

이에 경찰은 피해 신고를 접수하고 관련 사건들에 대해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피해 신사들이 대부분 인적이 드문 산속에 위치해 있고 CCTV나 경비 인프라가 없는 경우가 많아 그간 범인 검거를 위한 단서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 훔친 구리가 중고 금속 시장 등에서 쉽게 유통돼 수사망을 좁히기도 어려웠다.

일본 정부는 금속도난대책법을 추진해 구리 도난 범죄 근절에 나섰다. 이 법은 구리 등 금속 고철을 구입하는 업자에게 정부 등록 및 신원 확인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지난해 6월 참의원에서 통과 후 공포됐다. 오는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에 따라 앞으로는 도난에 쓰일 가능성이 높은 절단 도구 등을 정당한 이유 없이 숨겨서 휴대하는 것이 금지된다. 불법 휴대 시에는 벌금 부과 또는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 경찰도 금속 절도 관련 경찰 내부 지침과 전국 순찰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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