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유리지갑' 근로소득세 지난해 70조 육박 또 최대, 멈춰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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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지난해 직장인이 납부한 근로소득세가 70조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국세에서 근로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10년 사이 12%에서 18%로 크게 늘었다. 세금을 매길 때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 구간이 19년째 사실상 제자리인 탓으로, 사실상 ‘소리 없는 증세’란 지적이 나온다.
김경진 기자
18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소득세 수입은 68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61조원)보다 12.1%(7조4000억원) 늘어 70조원에 근접했다. 2015년 27조1000억원 수준이었던 근로소득세 수입은 2024년 처음 60조원대에 진입한 데 이어 지난해 다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올해는 대기업 성과급 증가 등의 영향으로 7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근로소득세는 전체 세수 흐름과 비교해도 증가 속도가 두드러진다. 최근 10년(2015∼2025년)간 총국세 수입이 71.6% 늘어나는 동안 근로소득세 수입은 152.4% 증가했다. 평균 세수 증가율의 2배를 훌쩍 넘었다.
전체 세수에서 근로소득세 비중도 빠르게 커졌다. 근로소득세가 총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5년 12.4%에서 2025년 18.3%로 확대됐다. 지난해 기준 법인세(84조6000억원·22.6%)와 부가가치세(79조2000억원·21.2%)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법인세 비중은 2015년 20.7%에서 2025년 22.6%로 큰 변화가 없었고, 부가가치세 비중은 24.9%에서 21.2%로 줄었다. 법인세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부가가치세 비중이 줄어든 사이 근로소득세 비중은 빠르게 커진 것이다.
이처럼 근로소득세 수입이 늘어난 배경에는 취업자 수 증가와 명목임금의 지속적인 상승이 있다. 여기에 더해 장기간 고정돼 있는 과표가 ‘소리 없는 증세’를 유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4월 발간한 ‘최근 근로소득세 증가 요인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중상위 소득 근로자가 실효세율이 더 높은 상위 과표 구간으로 이동한 점 등이 근로소득세 세수 증가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물가만큼 임금이 오르더라도 과표가 제때 조정되지 않으면 실질임금이 정체돼도 납세자가 더 높은 세율 구간으로 이동해 이전보다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재정견인(財政牽引·fiscal drag)’으로 설명한다. 물가 상승이 납세자를 상위 세율 구간으로 ‘끌어올려’ 세율을 올리지 않고도 세수를 늘릴 수 있다는 의미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향후 물가상승률과 실질소득 증가율, 세 부담이 근로의욕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세 구조의 형평성과 부담 수준을 점검함으로써 세 부담의 형평성과 수용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근로소득세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근로소득세 과표는 2023년 하위 구간만 일부 조정됐을 뿐, 나머지 구간은 2008년 이후 19년째 사실상 그대로다.
이재명 대통령도 당 대표 시절인 지난해 2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물가 상승으로 명목임금만 오르고 실질임금은 제자리인데도 누진세 구조 탓에 세 부담이 계속 늘어난다”며 근로소득세 감세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국회의원이던 임광현 국세청장이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물가연동 소득세’다. 임 청장은 관련 토론회를 주최하고 “월급쟁이들의 ‘유리지갑’ 가처분소득을 지키고 근로소득세 과세를 보다 합리화하려면 물가연동제 추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관련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물가연동제는 공제 등 제도 전반의 개편 작업을 함께 해야 하는 큰 중장기 과제”라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정부 내에서도 소득세 개편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재경부 내 조세개혁추진단의 논의 역시 상속세와 보유세 개편만 진행 중이다.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들 역시 지난해 조세소위에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로서는 추진 난도가 높은 과제라는 설명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세수 감소다. 물가 상승을 반영해 과표 구간을 조정하면 최소 10조원 이상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제도의 ‘역진성’ 우려도 있다. 물가연동제를 도입할 경우 고소득층에서 세 부담이 더 크게 완화되며 결과적으로 세수 감소가 고소득자 중심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10년 넘게 제자리인 근로소득세 과표에 대한 직장인들의 조세 저항이 커진 만큼 이제는 논의 테이블에 올려 구체적인 검토를 시작해야 한다”며 “연동 주기와 공제제도와의 정합성 등 설계가 복잡한 사안인 만큼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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