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팩플] 명령어 두 줄로 만든 톰 크루즈…중국발 AI 쇼크 2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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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바이트댄스가 공개한 새 동영상 생성 인공지능(AI) 모델 ‘시댄스’가 미국 할리우드 등 전 세계 영화·영상업계에 거대한 충격파를 일으키고 있다. 단 몇 줄의 명령어 만으로 실제 영화처럼 보이는 장면을 만들어 각종 저작권과 초상권 논란은 물론 관련 종사자들의 인력 대체 문제까지 건드리기 시작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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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바이트댄스는 지난 10일 동영상 AI 생성 모델 ‘시댄스 2.0’을 출시했다. 출시 하루 만에 아일랜드 출신 영화감독 루어리 로빈슨이 자신의 엑스(X)에 시댄스 2.0으로 생성한 15초 분량의 영상을 올리면서 파장이 커졌다. 폐건물 옥상에서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를 닮은 두 인물이 격투를 벌이는 장면이었다. 화면은 인물을 따라 부드럽게 이동했고, 충돌 장면에서는 몸의 균형과 관성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조명과 질감, 효과음까지 더해지자 실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일 정도였다. 로빈슨 감독은 자신의 X에 “시댄스 2.0에 두 줄 명령어(프롬프트)를 입력해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할리우드는 즉각 반발했다. 미 영화협회(MPA)는 바이트댄스에 “미국 저작물을 대규모로 무단 사용했다”며 침해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디즈니는 공식적으로 중단 요구서(cease-and-desist)를 발송하고, 시댄스 2.0이 자사 캐릭터를 학습·생성에 활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파라마운트 역시 자사 프랜차이즈 캐릭터가 유사하게 생성된 사례를 들어 법적 대응에 나섰다.

논란이 커지자 바이트댄스는 실존 인물의 사진·영상 업로드를 차단하고 얼굴·음성 합성 기능 중단, 본인 인증 절차 도입 등을 발표했다. 유명인의 초상권·퍼블리시티권(성명·이미지의 상업적 이용 통제권) 침해 우려에 대한 대응 차원이었다. 그러나 할리우드는 ‘스파이더맨’이나 ‘다스베이더’ 등 저작권 캐릭터가 텍스트 프롬프트만으로 생성되는 구조 자체가 문제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바이트댄스가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디즈니는 “바이트댄스는 디즈니의 저작권 캐릭터를 공공 영역의 클립아트처럼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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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AI, ‘슬롭’에서 ‘시네마’로

지난해 오픈AI의 소라(Sora)와 중국의 클링(Kling) 등이 잇따라 공개되며 동영상 생성 AI의 가능성은 이미 확인된 바 있다. 다만 영상 속 인물의 손이 어색하게 뒤틀리거나, 충돌 장면에서 물리적 연속성이 깨지는 등 기술적 한계도 분명했다. 반면 시댄스 2.0은 카메라 움직임과 인물 동선, 충돌의 관성까지 자연스럽게 구현하면서 영화·영상업계에 ‘실제 촬영과 후반 작업의 일부를 대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영화 ‘데드풀’의 각본가 렛 리스는 로빈슨 감독의 영상을 공유하며 “이런 말을 하고 싶지 않지만 아마 우리에게 끝이 온 것 같다”고 밝혔다.

시댄스 2.0이 바이트댄스의 기존 플랫폼과 빠르게 결합해 파장을 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트댄스는 시댄스 모델을 중국의 영상 편집 앱 ‘지엔잉’과 글로벌 편집 앱 ‘캡컷’, 나아가 도우인과 틱톡 같은 대형 플랫폼 등에 연결하고 있다. 기술이 연구실이나 개발자 커뮤니티를 거쳐 퍼지는 구조가 아니라, 거대한 크리에이터 생태계에 곧바로 탑재되는 셈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사용자들은 곧바로 플랫폼으로 몰려들어 자신만의 콘텐트를 만들어냈다”며 “‘왕좌의게임’의 또 다른 결말이 창작돼 퍼졌고, 공포영화 ‘링’을 모방한 영상들도 돌아다니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으로는

업계에서는 이번 달 안에 공개가 예상되는 딥시크의 차세대 모델 V4까지 등장하면 지난해 전 세계에 불어온 중국산 AI 공세 ‘딥시크 쇼크’ 2차전이 영상·멀티모달 영역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는 연구개발(R&D) 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자체 AI 칩 개발까지 추진하며 모델·플랫폼·인프라를 하나로 묶는 수직 통합 전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미·중 간 AI 패권 경쟁의 흐름은 반도체와 모델 성능을 넘어 콘텐트 제작과 유통의 주도권을 둘러싼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 NYT는 “(이 흐름에) 악의적인 의도가 없더라도 사람들은 자신의 이미지, 초상, 목소리가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개인의 통제권을 심각하게 침해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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