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고향선 싸워도 한국선 향우회”…외국인 밀집지역 100곳 넘었다
-
16회 연결
본문
인천 아시아드 종합운동장에 있는 국내 유일의 크리켓 경기장에서 인도-파키스탄 출신 이민자 팀이 크리켓 경기를 벌이고 있다. 이영근 기자
인도와 파키스탄 출신 이민자 11명이 노란색, 파란색 유니폼을 차려 입고 도열했다. 선공은 파키스탄 팀. 인도 볼러(투수) 손을 떠난 공을 파키스탄 배트맨(타자)이 받아치자 호쾌한 소리가 났다. 응원석에선 “샤바쉬(shabaashㆍ잘한다는 뜻의 힌디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지난해 가을 국내 유일의 크리켓 경기장인 인천 아시아드에서 열렸던 경기의 한 장면이다.
크리켓은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권에선 국기(國技)나 다름없다. 비숙련공부터 대기업 연구원, 결혼 이민자 출신까지 각국 이민자들이 모여 크리켓을 즐긴다. 출신국 별로 꾸린 크리켓팀은 향우회 성격이 짙다. 한 팀당 선수는 최소 11명에서 15명 내외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우 카슈미르(Kashmir)를 중심으로 영토ㆍ종교 분쟁을 겪고 있기 때문에 양국 간 경기가 열릴 땐 장내외 자존심 대결이 치열하다. 2009년 귀화한 파키스탄 출신의 나시르 칸(57) 대한크리켓협회 부회장은 “설 연휴 끝나자마자 훈련에 돌입해 연중 리그, 대회를 준비한다”며 “평소엔 향우회처럼 친목을 쌓고 대회에선 각자 출신 국가를 대표해 목숨 걸고 경쟁한다”고 했다.
인천 아시아드에서 크리켓 리그가 가능한 건 인천에 터를 잡은 남아시아권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인천엔 등록 외국인이 1만명 이상인 군ㆍ구는 전체 10곳 중 5곳에 달한다. 읍면동 단위의 외국인 밀집지역도 3곳이 있다.
18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지난해(2024년 12월 말 기준) 전국 읍면동 100곳을 외국인 밀집지역으로 선정했다. 전국 3551개 읍면동 중 100개가 외국인 밀집지역에 선정된 것은 2015년 밀집지역 선정을 시작한 이래 사상 최초다. 2023년 64곳, 2024년 85곳에 이어 지난해 처음 세 자릿수가 됐다.

경기 안산시 원곡동 ‘다문화음식거리’ 풍경. 연합뉴스
밀집지역 선정 조건은 총인구 대비 등록(거소) 외국인 비율이 20% 이상 또는 외국인 인구가 5000명 이상인 경우다. 광역자치단체별 외국인 밀집지역은 경기 44곳, 서울 23곳, 충남·경남 각각 7곳으로 나타났다. 이외 인천·대구·충북이 각각 3곳, 대전·울산·제주·전남이 1곳씩이다. 세종·강원·전북엔 없다.
국내 장·단기 체류하는 외국인은 오는 2030년 300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체류 외국인 수는 278만3247명으로 대구시 총인구(235만명)에 세종시 인구(40만명)를 더한 수보다 많다.
전국 유일의 다문화마을특구인 경기 안산 원곡동은 외국인 비율이 83.2%(총인구 3만598명 중 외국인 2만5475명, 2024년 11월 기준)로 압도적으로 외국인이 많이 거주한다. 도시 안에 또 다른 아시아 복합문화권을 형성한 곳으로 중국, 러시아, 베트남, 인도, 우즈베크 등 90여개 아시아권 식당과 식자재 상점이 모여있어 다문화음식거리로도 지정돼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정한 원곡동 다문화마을특구는 오는 2027년까지 연장 유지된다.
경기 양주 서정대 외국인 기숙사에서 다양한 국적의 유학생들이 각국 요리를 하고 있다. 서정대는 국내 전문대 중 유학생 수가 가장 많은 곳이다. 이영근 기자
경기 양주 소재 서정대는 외국인 유학생이 어학연수생 포함 5092명(지난해 4월 1일 기준)으로 국내 전문대 중 가장 많은 곳이다. 끼니마다 기숙사 식당에서 베트남, 방글라데시, 몽골, 우즈베크 등 유학생들이 어우러져 출신국 요리를 해 먹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무슬림 유학생이 늘면서 학교 측은 발을 씻을 수 있는 세족장도 따로 설치했다. 신발을 벗고 기도하는 종교적 특성을 배려한 조치다. 서정대가 있는 양주시 외국인 인구는 지난해 12월 기준 1만224명으로 지난 2023년 8634명에서 2년 사이 18.4%(1590명) 늘었다.
법무부는 외국인 밀집지역이라는 용어에서 ‘밀집’이 주는 빈틈없이 빽빽하다는 부정적 어감을 탈피하고자 용어 정비에 나선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관계자는 “밀집지역이라는 용어가 부정적 인식을 갖게 할 우려가 있어 변경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