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800가구에 월세 0건…다주택 압박에 서민 보금자리 씨 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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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의 대표적 학군지인 노원구 중계동의 중계주공2단지는 1800가구 대단지지만 19일 나와 있는 월세 물건은 0건, 전세는 5건뿐이다. 중계동 최대 단지인 중계그린(3481가구)도 월세 7건, 전세 11건이 다다. 인근 부동산 중개사무소의 한 공인중개사는 “노원구뿐 아니라 웬만한 지역 대부분 전·월세 씨가 말랐다”며 “임대 매물이 잠기면 서민층은 들어올 자리가 사라진다”고 했다.
서울 노원구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봄 이사철을 앞두고 서울 임대(전·월세)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휴 기간에도 다주택자를 압박하면서 한강벨트 중심으로 매매 물량이 늘어나는 것과는 대조적인 풍경이다. 주거 안정을 목표로 펴는 1가구 1주택자 정책이 역설적으로 서민층의 주거 사다리를 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네이버부동산에 등록된 서울 노원구 중계주공2단지 매물 현황. 사진 네이버부동산 캡처
서울 임대 매물 연초 대비 16.8% 감소…노원은 39.9% 실종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19일 서울 아파트·오피스텔 임대 매물은 3만6994건이다. 연초(지난달 1일) 4만4424건에서 16.8%(7430건) 줄었다. 같은 기간 매매 매물이 5만7001건에서 6만2990건으로 10.5% 늘어난 것과 정반대다. 정부가 매매 매물 증가에 고무된 사이, 서민층 보금자리인 전·월세는 그 이상 속도로 사라졌다.
김영옥 기자
임대 매물은 25개 자치구 전 지역에서 감소했다. 특히 서민층이 많은 외곽일수록 더 가파르게 사라졌다. 노원구는 연초 1198건의 임대 매물이 이날 721건(-39.9%)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어 동대문구(-37.9%)·구로구(-37.8%)·금천구(-36.9%)·도봉구(-33.9%)·성동구(-33.2%)·성북구(-32.0%)·은평구(-31.0%)·중랑구(-30.3%)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전세를 빼고 월세만 따지면 감소세는 더 가파르다. 서울 전체에서 월세 매물이 17.1%(2만1364건→1만7730건) 줄었다. 여기서도 노원구가 1위로 감소량(45.4%, 512건→280건)이 반 토막에 가깝다. 집을 사지 못하는 수요층이 전세로, 그마저 어려운 계층이 월세를 택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취약층일수록 주거 안정성이 더 낮아진 셈이다.
“1가구 1주택 정책, 필연적으로 민간 임대 위축”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이어진 고강도 부동산 규제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3중 규제로 묶은 10·15 대책 후 실거주자가 아니면 매수를 할 수 없게 됐다. 전세 낀 집을 사는 ‘갭투자’ 방지가 목적이었지만, 시장에 전세 물건이 나오지 않는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지난달부터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강조하고 보유세 도입을 시사하면서 1가구 1주택 드라이브를 거는 것도 임대 시장 위축을 불렀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가 민간 임대 공급의 상당 부분을 맡아 온 구조상 실거주 중심 규제는 임대 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게 시장 논리”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X(옛 트위터)에 올린 게시글. 사진 X 캡처
또 대출 규제로 기존 임차인이 이사를 포기하게 된 것도 위축 요인으로 꼽힌다. 매수가 어려워지니 세입자 신분으로 눌러앉기를 택한 것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세 갱신 계약(6만3028건) 중 56%(3만5281건)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했다. 2024년 갱신권 사용 비중(34.4%)보다 훨씬 크다.
임대차 시장 불안에 전·월세값 폭등…“주거 사다리 끊길 수도”
문제는 임대 시장 축소가 임대 값 급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서민층 주거 안정을 해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6948만원으로, 2023년 8월(5억7131만원) 후 30개월 연속 상승했다. 향후 전셋값이 오를지 물어 산출하는 전세가격 전망지수도 125.8을 기록, 2020년 12월(133.4) 후 61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월세 부담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19일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50만4000원으로, 부동산원 집계 이래 처음으로 150만원을 넘었다. KB부동산 기준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도 역대 최고치인 131.8을 기록했다. 기준 시점(2022년 1월) 월세와 비교해 평균 31.8% 올랐다는 의미인데, 전년 동기(120.9) 대비 10.9%포인트 높다.
부동산 학계에선 “임대 시장 붕괴로 서민층의 주거 사다리가 끊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실거주 의무, 1가구 1주택 제도에 긍정적인 정책 의지가 담겼겠지만, 이 제도들은 필연적으로 임대 시장을 무너뜨리는 제도”라며 “주거 취약계층부터 가장 먼저 내 집 마련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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