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그래미 휩쓸고, 트럼프 긁었다…美 흔드는 팝스타 누구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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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데비 티라르 마스 포토스(DeBI TiRAR MaS FOToS·사진을 좀 더 찍어둘 걸 그랬어)’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2026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앨범상(AOTY)’을 받은 배드 버니(Bad Bunny·32)의 대표곡이다. 스페인어로만 구성한 곡이 그래미 본상을 받은 건 올해가 처음이다. 카리브해 휴양지에서 들릴 법한 레게 리듬, 배드 버니 특유의 덤덤한 목소리, 몰랐던 소중함을 뒤늦게 깨닫는 내용의 가사가 미국인의 귀를 사로잡았다. 그는 그래미 수상 소감으로 “ICE(불법 이민자를 단속하는 미국 이민세관단속국)는 물러가라(ICE OUT)!”를 외쳤다.

#2. 배드 버니는 일주일 뒤인 8일 ‘세계의 무대’로 불리는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수퍼볼 하프타임 쇼에서도 약 13분 동안 공연 전체를 스페인어로 노래했다. 이날 무대에선 직접 정책을 비판하는 대신 '함께일 때 우리는 아메리카(together, we are America)'란 문구가 새겨진 공을 바닥으로 내리찍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수퍼볼 하프타임 쇼 역대 최악의 공연 중 하나”라며 “미국의 위대함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가디언은 “가장 미국적인 공간이 가장 격렬한 정치적 격전지가 됐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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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수퍼볼 하프타임쇼에서 노래하는 배드 버니. AP=연합뉴스

본명 베니토 안토니오 마르티네스 오카시오. 푸에르토리코 출신 라틴 팝스타가 미국 정치를 흔들고 있다. 그의 음악은 스페인어다. 영어 노래로 성공한 기존 라틴 팝스타와 성공 방정식이 다르다. 지역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덤덤한 멜로디로 개인의 취약함, 대중문화에 대한 성찰, 젠더(성)와 사회 규범에 대한 도전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가족의 따뜻함도 단골 메뉴다. 자극적인 ‘매운 맛’ 대신 ‘순한 맛’에 가깝다. 글로벌 플랫폼(유튜브, 스포티파이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국경을 넘어섰다. 대체 그는 누구일까.

그는 1994년 푸에르토리코에서 태어나 작은 해변 마을 베가 바하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트럭 운전사, 어머니는 교사인 평범한 가정이었다. 화려한 팝스타의 배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만 집에는 늘 레게, 살사 음악이 흘렀다. 교회 합창단원으로 노래하곤 했다.

대학 시절 동네 수퍼마켓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직접 만들어 부른 곡을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했다.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며 2018년 공식 데뷔 앨범까지 냈다. 2021~2022년, 2025년 스포티파이 스트리밍 1위를 차지했다. 2021년 그래미 ‘베스트 라틴 팝·어번 앨범상’을 타며 스타로 떠올랐다.

배드 버니란 예명은 어린 시절 부활절에 억지로 토끼(버니) 탈을 쓴 채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본인 사진에 꽂혀 직접 붙였다. 순하고 귀여운 토끼가 되기를 거부한 소년의 반항심이 평범함 속 비범함, 기성 문화에 대한 저항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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