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K-공예의 약진, 로에베 재단 공예상 최종 후보에 한국 작가 6인 선정 [더 하이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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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에베 재단이 최근 '2026 로에베 재단 공예상(LOEWE FOUNDATION Craft Prize)'의 최종 후보 30인을 발표하며, 한국 작가 6명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고 밝혔다. 전 세계 133개 국가 및 지역에서 접수된 5100여 점의 작품 중 전문 심사위원의 엄격한 심사를 거친 결과다. 이번 선정으로 한국 공예는 전체 후보 중 20%를 차지하며 세계 무대에서의 압도적인 위상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2026 로에베 크래프트 어워드의 최종 후보에 오른 6명의 한국 작가들. 맨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수현, 이종인, 이소명, 성코코, 박종진, 박지은 작가. 사진 로에베
로에베 재단(LOEWE FOUNDATION)은 1988년 로에베 가문의 4대손인 엔리케 로에베(Enrique Loewe)가 설립한 민간 문화재단이다. 1846년 마드리드의 작은 가죽 공방에서 시작된 브랜드의 역사적 정체성을 계승하고, 이를 현대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해 조직됐다. 현재는 그의 딸 쉴라 로에베(Sheila Loewe)가 재단을 이끌며 공예, 디자인, 시, 무용 등 다양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창의성을 장려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스페인 정부로부터 미술공로 금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6년 시작된 로에베 재단 공예상은 "공예는 로에베의 본질"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현대 문화 속 공예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탁월한 예술적 비전을 지닌 장인들을 발굴하는 세계적 권위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매년 전 세계 작가들이 도자·금속·목공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기술적 혁신과 예술적 야망을 겨루며, 선정된 최종 후보작들은 세계적 미술관을 순회하며 전시된다.
전통과 혁신의 경계 허문 한국 작가 6인의 미학
올해 최종 후보에 포함된 조수현, 이종인, 이소명, 박지은, 박종진, 성코코 작가는 도자, 금속, 목공, 섬유 등 각기 다른 매체를 통해 한국 공예의 확장성을 보여줬다. 조수현 작가는 모듈형 주조 기법으로 금속의 물리적 깊이를 탐구했으며, 이종인 작가는 전통 건축의 '배흘림' 양식을 가구에 접목해 신체와 공간의 유기적 연결을 시도했다.
이소명 작가는 스팀 벤딩 기법(수증기로 소재를 부드럽게 만들어 형태를 잡는 공예법)을 통해 재료 간의 긴장과 지지를 표현했고, 박지은 작가는 수천 개의 실버 파편을 엮어 자연의 순환적 리듬을 형상화했다. 도예가 박종진은 종이와 흙의 층위를 활용해 물질의 불안정성을 예술로 승화시켰으며,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성코코 작가는 한국 전통 '꼭두'를 현대적 장식 언어로 재해석해 호평을 받았다. 이들의 작업은 전통적 숙련도에 안주하지 않고 위험 감수와 상상력을 통해 공예의 정의를 넓혔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싱가포르 국립미술관서 열리는 글로벌 공예의 정수
올해로 9회를 맞이한 로에베 재단 공예상은 현대 문화 속 공예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됐다. 쉴라 로에베 로에베 재단 회장은 "2026년 최종 후보작들은 뿌리 깊은 전통이 혁신과 상상력을 통해 어떻게 재구성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공예상의 핵심인 글로벌 대화를 반영한다"고 전했다.
심사위원단은 기술적 완성도와 예술적 비전을 기준으로 최종 후보를 선정했다. 특히 올해는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잭 맥콜로와 라자로 에르난데스가 심사위원으로 처음 합류해 디자인과 저널리즘, 비평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최종 우승자를 가릴 예정이다. 최종 후보작은 오는 5월 13일부터 6월 14일까지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컬렉션을 보유한 싱가포르 국립미술관에서 일반에 공개된다.
공예 생태계 확장을 위한 지속 가능한 지원책 마련
로에베 재단은 상금 수여에 그치지 않고 작가들의 지속적인 성장을 돕기 위한 새로운 지원책도 내놓았다. 올해부터는 럭셔리 여행과 호스피탈리티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가진 벨몬드(Belmond) 그룹과 협력해, 스페인 마요르카에 있는 '벨몬드 호텔 라 레지덴시아'에서 매년 3건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레지던시는 스페인 마요르카섬 북서쪽 해안에 위치한 작고 아름다운 마을인 데이아(Deià)에 자리잡고 있는데, 이곳은 오랜 예술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마을로도 유명하다. 이곳에서 로에베가 선정한 예술가들은 로에베의 뿌리인 스페인의 문화적 풍경 속에서 창작에 전념할 기회를 얻게 된다.
최종 우승자에게는 5만 유로(약 75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되며, 특별 언급 작가 2인에게는 각각 5000유로가 전달된다. 수상 결과는 전시 개막 전날인 2026년 5월 12일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1846년 가죽 공방으로 시작한 로에베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이번 공예상은 현대 공예가 예술과 제작 사이를 유연하게 오가는 살아있는 언어임을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아래는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린 한국 작가와 작품들.
조수현(1978년생)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주얼리 아티스트이자 금속공예가. 서울대학교 금속공예 및 디자인 전공으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창작 활동과 함께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모듈형 몰드 주조 기법을 중심으로 형태를 분할하고 재결합하는 작업을 이어오며, 금속의 물리적 특성과 표면에 집중한다. 한국과 독일에서 개인전 및 그룹전을 개최했으며, 최근 전시는 2025년 재단법인 예올 갤러리에서 열렸다. 2024년 뮌헨 탈렌테(Talente)에서 금속부문상(Metal Category Award)을 수상했다.
2026 로에베 크레프트 어워드의 최종 후보에 오른 아티스트 조수현. 사진 로에베
조수현, ‘재구성된 시선 그릇 3C1L’, 1-3점 구성, 실리콘 청동, 구리, 각 250 x 250 x 150㎜, 2025년
이종인(1993년생)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가구 제작자. 현대 목가구 장인인 부친 이무규를 통해 가구 제작의 길에 들어섰다. 가구를 인간의 생리적 필요에서 비롯된 조각적 형태로 인식하며, 보편적 실용성과 미적 완성도의 균형을 작업의 근간으로 삼는다. 가구와 오브제 제작을 아우르며 몸과 공간의 상호작용을 탐구하고, 감각을 환기하며 신체와 조화롭게 호응하는 형태를 모색한다. 그의 작업은 2021년 청주국제공예공모전에 출품됐고, 2024년 시카고 아테나움 미술관에서 현대 가구+조명상(Prize Designs for Modern Furniture+Lighting Awards)을 수상했다.
2026 로에베 크레프트 어워드의 최종 후보에 오른 아티스트 이종인. 사진 로에베
이종인, ‘배흘림’, 호두나무, 975 x 400 x 615㎜, 2025년
이소명(1997년생)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가구 아티스트. 스팀 벤딩 목재를 중심으로 황토 안료와 금속 등의 재료를 결합하는 작업을 주로 선보인다. 현재 홍익대학교 목조형가구학과 석사 과정을 밟고 있으며, 2025년 서울문화재단 신당창작아케이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아인트호번 더치 디자인 위크(Dutch Design Week, 2024년), 서울공예박물관(2025년), 청주공예비엔날레(2025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갤러리(2025년) 등 국내외 전시를 통해 작품이 소개됐다. 2025년 서울의 크래프트 온 더 힐 아트 & 디자인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했다.
2026 로에베 크레프트 어워드의 최종 후보에 오른 아티스트 이소명. 사진 로에베
이소명, ‘물질의 연대기’, ‘물질의 연대기 001’, ‘물질의 연대기 002’ 스팀 벤딩 오크 나무, 황토, 로프 및 혼합 재료, 600 x 1100 x 550㎜, 2025년
박지은(1980년생)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금속 아티스트이자 교육자. 2011년부터 금속공예와 주얼리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다. 서울 금속공예 & 주얼리 어워드(2019년)를 수상하며 주목받았으며, 청주 국제공예비엔날레(2019년), 하나우의 제21회 실버트리엔날레(Silver Triennial International, 2025년), 앤트워프의 DIVA 박물관(DIVA Museum, 2025) 등 국내외 전시에 참여했다. 런던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Victoria and Albert Museum)과 서울공예박물관 등 주요 공공 컬렉션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2026 로에베 크레프트 어워드의 최종 후보에 오른 아티스트 박지은. 사진 로에베
박지은, '순환의 씨앗', 산화 스털링 실버, 리넨 실, 153 x 153 x 254㎜, 2025년
박종진(1982년생)
도예가이자 서울여자대학교 조교수. 카디프 메트로폴리탄 대학교(Cardiff Metropolitan University)에서 세라믹 석사, 국민대학교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의 작업은 공예의 규율과 수집 가능한 디자인의 개념적 접근을 결합한다. 마이애미의 디자인 마이애미(Design Miami), 런던의 PAD 런던 아트+디자인(PAD London Art+Design), 싱가포르의 EMERGE 싱가포르(emerge Singapore), 런던의 콜렉트(Collect) 등 국제 전시에 참여했다. 최근 럭셔리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전통 제작과 디자인 문화, 기술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2024년 여주 경기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2026 로에베 크레프트 어워드의 최종 후보에 오른 아티스트 박종진. 사진 로에베
박종진, '착시의 층위’, 도자기, 종이, 스테인, 유약, 750 x 450 x 560㎜, 2025년
성코코(1979년생)
순수 예술과 공예의 교차점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현재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문화적 상징성과 개인적 성찰을 결합해 전통과 현대를 잇고 착용 가능한 예술의 가능성을 전달하는 오브제를 창작한다. 울산대학교와 할레(잘레) 소재의 버거 기비첸슈타인 예술대학(Burg Giebichenstein University of Art and Design), 도쿄의 도쿄 예술대학에서 미술과 디자인을 공부했다. 그의 작업은 국제적인 그룹 전시에 소개되었으며, 국내외 개인 및 공공 컬렉션에 소장돼 있다. 최근 개인전은 2025년 네메헨의 갤러리 도어(Galerie Door)에서 개최됐다.
2026 로에베 크레프트 어워드의 최종 후보에 오른 아티스트 성코코. 사진 로에베
성코코, ‘그림자 꼭두’, '옵탁(Optak)’, ‘리베로(Liebero)’, ‘퍼필러브(Pupillove)’, ‘봉자(Bongja)’, ‘펍시(Pupsi)’로 구성, 점토, 래커, 컬러 철사, 비즈, 스와로브스키 스톤, 다양한 크기, 20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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