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코스 추월 장인' 이정민 "4년 뒤 기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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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서 맹활약한 이정민(오른쪽)과 곽윤기 해설위원. 사진 꽉잡아윤기

앞 선수가 코너를 빠져나오면서 속도를 줄이면, 암살자처럼 틈을 파고든다. '인코스 추월 장인' 이정민(24·성남시청)이 첫 번째 올림픽에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원조' 곽윤기(35)마저 감탄한 압도적인 추월 능력으로 4년 뒤를 기약했다.

한국 쇼트트랙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따내며 자존심을 지켰다. 하지만 남자 대표팀은 만족할 수 없었다. 2014년 소치 대회 이후 12년 만에 '노골드'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절망 속 희망도 찾았다. 첫 올림픽에 나선 세 명의 선수(이정민·신동민·임종언)가 모두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남자 계주에서 이정민이 펼친 시원한 스케이팅은 답답했던 이들의 마음을 뻥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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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눕히듯 코너링하는 것이 이정민(오른쪽)의 장기다. 밀라노=김종호 기자

보통 계주는 한 바퀴 반마다 순서를 바꾼다. 남자 계주(5000m) 1·2번 주자는 8번, 3·4번 주자는 7번 달린다. 그런데 3번 주자로 나선 이정민은 준결승에서 네 번이나 추월을 성공시켜 1위로 결승 진출하는 데 공을 세웠다. 결승에서도 활약이 이어졌다. 22번째 바퀴에서 3위를 달리던 캐나다를 추월했고, 다음 차례엔 2위 이탈리아 선수를 제쳤다. 또 다음 순서(33번째 바퀴)에선 선두 네덜란드까지 잡아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은메달 획득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일곱 번의 추월 중 무려 여섯 번이나 안쪽을 파고든 그에겐 '인코스 추월 장인'이란 별명이 생겼다. 이정민은 "그 말을 들으면 기분 좋다. 사실 '작두 탔다'는 칭찬이 더 기분 좋았다. 계주는 여러 선수가 함께 타서 빙질이 나빠 안쪽으로 들어가는 게 어렵다. 하지만 내가 해내야 한다고 생각해서 시도했다. 자신 있었다"고 웃었다.

다시 2위가 된 상황에서 7바퀴를 남기고 차례를 이어받은 이정민은 다시 한 번 안쪽 추월을 엿봤다. 그러나 무리하지 않고, 마지막 순번을 끝냈다. 그는 "원래 밀어주자마자 추월하는 걸 잘 하는데, 감속이 됐다. 터치 과정에서 살짝 부딪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추월 기회가 있었는데 실격을 의식해서 멈췄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더 밝은 색 메달을 따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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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남자 계주 은메달을 따낸 황대헌( 왼쪽부터) , 임종언, 이준서, 이정민, 신동민 . 밀라노=김종호 기자

이정민이 안쪽 추월에 능한 건 '대담성', 그리고 '눈치' 덕분이다. 현역 시절 인코스 추월의 강자였던 곽윤기 JTBC 해설위원은 "이정민은 상황 파악을 정말 잘하고, 몸을 거의 빙판에 눕혀서 코너를 돈다. 넘어질 위험도 있지만, 빠져나갈 때 크게 꺾이기 때문에 안쪽을 노릴 수 있다. 나는 '가짜 장인'이고, 이정민이 '진짜 추월 장인'이다"라며 추켜세웠다. 이정민은 "많은 연습으로 만든 기술이다. 코너를 빠져나가는 시간이 길어지면, 뒷선수가 나의 진로를 예측할 수 있다. 그걸 줄이는 연습을 했다"고 비결을 소개했다.

이정민은 2010년 밴쿠버 올림픽을 보고 쇼트트랙 선수가 됐다. 단거리가 강점이지만, 폭발적인 스피드에 비해 힘이 부쳐 두각을 드러내진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선발전에서 4위에 올라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뤘다. 계주에만 뛰었지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각인시켰다. 이정민은 "내 추월 능력을 계주에 접목하면 효과가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벌써 4년 뒤 2030 프랑스 알프스 대회를 바라본다. 이정민은 "체력과 스피드를 보완해 개인전 메달은 물론, 24년 만의 계주 금메달까지 되찾아 오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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