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재판소원은 헌법 27조 위반"…법원서 “헌재와 교류 끊자”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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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을 증원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과 대법원 판결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12일 서울시 서초구 대법원에서 직원 등이 오가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위헌 논란이 있는 재판소원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24일부터 본회의를 열고 통과시키겠다고 밝히면서 23일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는 “헌법재판소와 교류를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법원이 위헌 소지가 있는 재판소원을 지원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재판소원법은 헌법소원 심판 대상에 ‘재판’을 포함시키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아도 기본권이 침해되거나 재판이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명분으로 법원의 판결을 헌재가 다시 판단할 수 있다. 사실상 ‘4심제’다. 헌재는 법원에만 부여된 사법권을 획득할 수 있는 재판소원 도입을 숙원 과제로 삼아왔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법률을 해석할 수 있는 사법권을 가져갈 경우 국민이 ‘법관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명시한 헌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한다. 헌법 27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관에 의해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한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헌법상 법관이 아니기 때문에 재판을 심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는 헌법 101조 1항을 근거로 사법권을 오직 법원에 부여했다고 본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법관 신분이 아닌 헌법재판관이 법원이 아닌 헌재에서 재판하는 것 자체로 위헌 요소가 있다”며 “법원보다 정치적 성격이 강한 헌재가 다수당의 정치 성향을 반영해 법원 판결을 맘대로 뒤집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대통령 몫이 3명, 국회 몫이 3명으로 돼 있어 구조적으로 다수당의 뜻이 반영될 소지가 많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이 제청하도록 돼 있다. 헌법재판관 임명은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는 점도 대법관과 다르다.

법관들 사이에서는 헌재에 판사 파견을 중단하고 파견 중인 판사들이 철수하는 조치를 취하자는 얘기마저 나온다. 법원은 헌법재판관을 보좌할 헌법연구관에 법관을 파견하고 있다. 현재 기준 헌재 파견 법관은 부장판사 1명, 평판사 8명 등 9명이다.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헌재가 헌법 조항을 정면에서 맞서게 되는데 여기에 판사가 투입돼선 안 된다는 이유다.

“법관이 파견 가면 헌재에서 제일 어려운 보직을 맡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판사 파견 인력은 헌재 결정문 초안 작성 등 핵심 업무를 맡는다. 헌법연구관에서 판사가 빠지면 헌재는 타격을 입게 된다.

이와 함께 법원행정처에서 실시하는 각종 실무연구회에 헌법재판소 소속이 오는 것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법원 내부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대법원 산하에는 민사·형사·상사·노동법·비교법·특별소송 등 총 6개의 실무연구회가 있다. 각 실무연구회는 법률적 쟁점 등을 논의하는 학술적 성격의 세미나를 개최하는데 헌재 재판관이나 연구관들도 종종 참석해왔다. 법 해석과 실무 적용 사례를 공유하거나 네트워킹의 자리가 돼왔으나, 이같은 교류를 끊어 “헌재의 위헌적 조치에 대한 어떠한 간접적 지원도 막아야 한다”(재경지법 부장판사)는 취지다.

한 부장판사는 “나중에 마음에 들지 않는 결정이 나올 경우 민주당이 헌재 심판권을 다시 회수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헌재도 남의 일로 취급할 게 아니다”며 “여권이 사법기관을 흔들고 있는 이 시점에 헌재가 부화뇌동하는 모습에 반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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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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