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멕시코, 마약왕 사살…美 칭찬 대가로 얻은 극심한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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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협조하는 의미에서 마약 밀매 조직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 수장 네메시오 오세게라 세르반테스(일명 엘 멘초)를 군사작전 끝에 사살했지만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 측의 기대에는 부응했지만, 카르텔의 보복성 폭력에 현지 치안이 급속히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멕시코 국방부는 22일(현지시간) 서부 할리스코주 타팔파에서 엘 멘초를 겨냥한 작전을 실시했다. 교전 과정에서 부상당한 엘 멘초는 멕시코시티로 이송되던 중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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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 수장 네메시오 오세게라 세르반테스(일명 엘 멘초)를 설명하는 멕시코 TV. AFP=연합뉴스

멕시코 육군 특수부대와 국가수비대가 투입된 이번 작전에서 카르텔 대원 4명이 현장 사살됐고 엘 멘초 외 2명은 부상을 입은 뒤 사망했다. 또 2명을 체포하고 장갑차, 로켓 발사기, 각종 화기 등을 압수했다. 작전 중 군인 3명도 다쳐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에서 마약 보스로…엘 멘초, CJNG 키운 최상위 표적

1966년생인 엘 멘초는 경찰 출신으로 1990년대부터 마약 밀매 활동을 벌여왔다. 199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마약 유통 혐의로 약 3년간 복역한 후에는 멕시코로 돌아와 2007~2009년 CJNG 창설에 참여했다.

미국은 2017년 이후 미 법원에서 그를 여러 차례 기소하는 등 신병 확보에 공을 들여왔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CJNG를 외국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는 동시에 엘 멘초에게 1500만 달러(약 217억원)의 현상금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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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멘초 사살 작전 후 멕시코 할리스코주 푸에르토 바야르타에서 차량 방화와 무장대원들의 고속도로 봉쇄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엘 멘초는 쉽게 잡히지 않았다. 단순한 작전 실패 때문만은 아니었다. CJNG의 강한 보복 능력, 멕시코 정부의 정치적 부담이 적극적인 수사를 머뭇머뭇하게 만드는 이유였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멕시코 대통령은 마약왕을 제거해 조직을 붕괴시키는 이른바 킹핀(카르텔 수장) 제거 전략이 오히려 조직 파편화와 더 큰 유혈 사태를 부른다며 반대해 왔다. 군사적 충돌을 피하고 빈곤 등 근본 원인을 해결하자는 이른바 '총알 대신 포옹' 정책을 내세운 이유였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 역시 킹핀 제거 전략에 비판적이었다.

'총알 대신 포옹' 고수하던 멕시코, 트럼프의 군사·관세 압박에 백기

상황이 바뀐 건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다. 카르텔 소탕을 위해 멕시코 영토 내에서 미군의 단독 군사작전까지도 불사할 수 있다는 경고가 미국 내에서 나왔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월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제 (마약 밀매) 카르텔과 관련해 지상 공격을 시작할 것"이라면서 "카르텔이 멕시코를 운영하고 있으며, 멕시코에서 벌어지는 일을 지켜보는 건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멕시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뜻에 동참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해당 발언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우리 주권 범위 안에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멕시코 해군이 미군과 합동 작전으로 태평양 클라리온 섬 인근에서 코카인 상자(188개)를 압수한 것도 이 같은 압박의 결과였다. 관세 압박도 문제였다. 멕시코 경제는 대미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는 건 위험 부담이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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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멘초 사살 작전 후 아카풀코에서 국가수비대 대원들이 순찰을 돌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결국 이번 사살은 미국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멕시코의 작전으로 풀이된다. 멕시코 소식통이 로이터통신에 "멕시코 정부가 작전을 기획·실행했고, 미군 병력은 직접 투입되지 않았다"고 강조한 것도 멕시코 정부가 스스로 공을 부각한 맥락으로 보인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작전을 위한 상세한 목표 목록을 작성해 멕시코 정부에 제공했다"며 "여기엔 미 법 집행 기관과 정보 기관이 제공한 자료가 포함됐다"고 전했다.

美 칭찬 대가로 받아야 할 내부 혼란 

엘 멘초 제거 소식에 미국은 환영 메시지를 내놨다. 크리스토퍼 랜도 미 국무부 부장관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멕시코 보안군이 가장 잔혹하고 무자비한 마약 두목의 한 명인 엘 멘초를 죽였다는 소식을 방금 접했다"며 "이는 멕시코, 미국, 라틴아메리카, 그리고 세계를 위한 대단한 진전"이라고 밝혔다.

미국 달래기에는 성공했지만, 멕시코는 즉각적인 보복 테러의 수렁에 빠졌다. CJNG 조직원들은 할리스코주를 비롯한 여러 주에서 대형 차량을 불태워 도로를 막으며 정부군의 이동을 막았다. 이른바 나르코블로케오스(Narcobloqueos·불법 도로 봉쇄) 전술로 카르텔의 전형적 수법이다.

치안 충격파 곳곳에…2026 월드컵 흥행 빨간불

SNS에는 세계적 휴양지 푸에르토 바야르타 상공의 검은 연기, 공항 내 승객들의 혼비백산한 표정 등이 올라오고 있다. 할리스코주는 즉각 휴교령을 내리고 대중교통 운행을 전면 중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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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멘초 사살 작전 후 카르텔의 보복 테러로 멕시코 바야트라 상공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EPA=연합뉴스

북미 항공사들의 발길도 끊겼다. 알래스카·유나이티드·에어캐나다 등 주요 항공사들은 푸에르토 바야르타와 과달라하라로 향하는 항공편을 모두 결항시켰다. 미국과 캐나다 등 각국 대사관은 자국민에게 긴급 대피 및 방문 연기를 권고했다.

오는 6월 개최되는 2026 북중미 월드컵 투어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해 현지에 머무르고 있는 마정설 아름다운여행세상 대표는 "관련 보도 직후부터 카르텔 조직원들의 보복 행위가 시작됐다"고 중앙일보에 밝혔다. 마 대표는 "길가에 세워진 자동차를 불태우고, 도로를 가로 막고, 여기저기에 총기를 난사하는 등의 행위가 이어졌다"며 "현지 코디네이터가 당장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숙소로 복귀하라고 신속히 알려왔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 탓에 이날 오후부터 시내 상점들은 일제히 문을 닫았고, 완전무장한 경찰들이 주요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고 한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현재 멕시코 전역의 군인과 경찰들이 할리스코주로 집결 중이다. 경계 경보는 인근 주까지 확대됐다. 조직원들이 주변 지역에서 공항으로 가는 도로를 차단하고, 코스트코 등 미국 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에 불을 지르는 등 무력 시위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월드컵 흥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할리스코주 주도 과달라하라에선 한국 대표팀 경기를 포함해 월드컵 4경기가 열릴 예정인데, 이번 작전으로 이미 프로축구 4경기가 연기됐다. 치안 불안을 우려한 각국 월드컵 응원단의 대규모 예약 취소 사태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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