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무역법 301조 칼날 뽑은 미…“과잉생산 아시아 국가 조사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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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상호관세에 제동이 걸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플랜 B’를 본격 가동했다. 불공정 무역을 이유로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무역법 301조 등을 활용해 국가ㆍ품목별로 선별 적용하는 ‘핀셋형’ 고율관세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관세 무기화를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자동차ㆍ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도 사정권에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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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무역법 301조에 대한 대한 조사를 개시하는 등 플랜B를 본격 가동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2일(현지시간) ABC 인터뷰에서 “브라질과 중국에 대해 무역법 301조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다”며 “산업분야에서 과잉 생산을 해온 아시아 여러 국가들도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플랜 B는 무역적자를 이유로 최대 15%의 관세를 150일간 부과할 수 있는 무역법 122조로 시간을 번 뒤,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 등을 활용해 관세 정책을 장기간 유지하는 게 골자다.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는 각각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과 국가안보 위협 등을 이유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도 이날 “122조에 따른 15% 관세는 232조와 301조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5개월간의 가교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5개월 뒤에는 122조 조치가 사라질 수도 있지만 (새로운) 관세가 재개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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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한국 역시 플랜 B의 사정권에 있다. 한국은 지난해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495억 달러(약 71조3000억 원)에 달하는 만큼 301조에 따른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이날 민관 합동 대책회의를 주재한 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이 301조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에 대해 “예단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무역법 301조 조사 대상이 되지 않도록 여러 가지 통상 이슈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232조에 따른 품목관세도 마찬가지다. 이미 철강, 자동차 등 한국의 주력상품에 이미 적용되고 있는 데다,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한 조사도 진행되고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품목 관세 적용 품목 확대와 관세율 인상 외에도 수입 허가권 등 각종 비관세 장벽을 활용해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의 주력 수출품 대부분이 이미 품목 관세에 포함돼 있고 향후 관세 부과 절차가 일방적이고, 졸속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커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USTR 소관인 무역법 301조로 관세 정책의 무게추가 넘어간 것도 한국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USTR은 그간 한국의 플랫폼 기업 규제,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 제한, 농축산물 검역 등 각종 비관세 장벽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다. 쿠팡 미국 투자자들도 USTR 측에 조사를 청원한 상태다.

최병일 법무법인 태평양 통상전략혁신허브 원장은 “미국이 다른 관세 조치를 활용해 자동차,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을 겨냥해 더 정밀하고 고통스러운 핀셋형 고율 관세로 압박할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관세 협상을 뒤집을 수도 있는 만큼, 한국 정부도 비관세 장벽 완화나 조속한 대미 투자 등 공격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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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3일 관세 판결 관련 민관합동 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이후 "무역법 301조 조사 대상이 대상이 않도록 통상 이슈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뉴스1

정부는 일단 한ㆍ미 관세 협상의 틀을 유지한 채 통상 리스크를 관리한다는 입장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우리가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 내용을 지킨다면 미국에서도 그것보다 더 과하게 요구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비관세 장벽 같은 경우도 팩트시트에 만들어진 범위 내에서 서로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구 부총리는 301조에 조사에 대해 “우리가 불공정하지 않다는 자료를 충분히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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