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양벌규정으로 처벌받을 범죄, 증거인멸해도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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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시 서초구 대법원으로 방문객이 들어가고 있다. 뉴스1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법 위반 조사를 앞두고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기소된 현대중공업 임직원들 사건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대법원은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의 업무에 관한 행위자로서 자신도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경우 ‘타인의 형사사건’이 아닌 ‘자신의 형사사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이때 증거인멸 행위는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는 지난달 15일 증거인멸과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현대중공업 해양플랜드협력사지원팀 임원 김모씨와 팀장 곽모씨에 대한 유죄 판결을 파기하고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김씨는 2018년 7~10월 공정위의 직권조사 등에 대비해 곽씨에게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시켰고 곽씨는 이에 따라 PC 등을 교체했다.
김씨 등이 하도급법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는 법인의 업무에 관해 증거를 인멸한 행위가 ‘자신의 형사사건’ 범주에 포함해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됐다. 증거인멸죄는 피고인 자신이 아닌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할 때 성립한다. 하도급법 제31조는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등이 제30조(위반행위한 원사업자 처벌)의 위반 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하도록 양벌규정을 둔다.
1심은 “공정위 고발 당시 검찰 수사를 예상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이를 뒤집고 김씨에게 징역 1년, 곽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하는 등으로 장차 형사사건이 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증거를 인멸했다”며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인멸교사 및 증거인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증거인멸죄가 성립하지 않는 대상인 ‘자신의 형사사건’에는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의 업무에 관한 행위자로서 처벌받을 수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자기 사건의 증거를 없앤 행위는 방어권 행사로서 원칙적으로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했다.
이어 “원심은 공정위 조치에 따라 기소된 서면발급의무 위반,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관련 업무를 수행했는지를 기준으로 곽씨 등의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자기의’ 형사사건이 아니라 ‘타인의’ 형사사건으로 판단했다”고 봤다. 대법원은 “김씨 등이 기본 계약 외에 개별 계약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서 해당 행위와 전혀 무관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공정위는 사실상 하도급법 위반 전반에 대한 포괄적 조사를 계획했던 것으로 보이고 이들 포괄적 조사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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