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28㎝ 기우뚱' 허리 휜 아파트…132억 세금으로 산 뒤 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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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방어진국민' 아파트를 철거한다. 김윤호 기자
3년째 한쪽으로 기울어진 울산 동구의 5층짜리 '방어진국민' 아파트가 결국 철거 수순에 들어간다. 정밀안전진단에서 최하위인 E등급을 받은 이 아파트를 지자체가 세금을 투입해 통째로 매입·철거하기로 하면서다. 자연재해가 아닌 구조적 결함을 이유로 지자체가 아파트 전체를 매입해 철거하는 사례는 이례적이다. 통상 노후 아파트는 자체적으로 보강이나 재건축 절차를 밟는다.
지난 19일 찾은 울산 동구 방어진. 2차선 도로 옆 골목을 돌아 들어가자 '구조안전 위험시설물'이라고 적힌 노란 안내판이 붙은 아파트가 눈에 들어왔다. 1984년 준공된 방어진국민 아파트다. 겉보기에는 여느 노후 아파트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서자 균열과 파손 흔적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외벽에는 길게 이어진 균열이 선명했다. 1층 하부 콘크리트가 떨어져 내부 철근이 드러난 부분도 있었다. 바닥에는 떨어진 콘크리트 조각이 흩어져 있었다. 일부 베란다 창틀과 난간은 수평이 맞지 않아 육안으로도 기울기가 느껴졌다.
외벽에는 건물 기울기를 측정하는 계측 장비가 설치돼 있었다. 울산 동구에 따르면 최근 측정 결과 이 아파트는 남향 기준 최대 276㎜ 기울어진 상태다. 30㎝에 가까운 기울기다. 동구 관계자는 "매달 두 차례씩 기울기를 측정하고 있다"며 "최근 급격한 변화는 없지만, 안전 관리를 위해 상시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 외벽에 설치된 계측 장비. 아파트 기울기를 점검한다. 김윤호 기자
방어진국민 아파트는 2023년 5월 정밀안전진단에서 E등급 판정을 받았다. E등급은 건물에 중대한 결함이 발생해 즉시 사용을 제한하고 보강이나 개축 등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한 상태를 의미한다. 당시 진단에서는 지하 구조물 균열과 철근 부식이 상당 부분 진행돼 구조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관할 지자체인 동구는 주민설명회를 열어 안전 조치를 안내했다. 그해 9월엔 아파트를 구조안전 위험시설물로 지정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후 주민 이주 지원과 기울기 계측 등을 병행해 왔다. 그러나 단순 보강만으로는 구조적 위험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전면 매입·철거 방침을 세운 것이다.

울산 동구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방어진국민' 아파트를 철거한다. 김윤호 기자
동구 이주 지원으로 현재 전체 50여 세대 가운데 44세대가 이주를 마쳤다. 다만 6세대는 개인 사정 등으로 거주 중이다. 동구는 2024년 재난관리기금 5억여원을 투입해 이러한 주민 이주를 지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협의해 임대주택을 확보하고, 임대료를 무이자로 융자하는 방식이다.
아파트 인근 주민들의 우려는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방어진 주민 최모(39)씨는 "아이들이 오가는 길목이라 늘 걱정이 된다"며 "만일 사고라도 발생하면 인근 건물까지 피해가 퍼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인근에 산다는 주민 신지혜(42)씨는 "아직 아파트에 남아 있는 주민들의 안전이 가장 우려된다"며 "이주와 철거가 신속히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울산 동구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방어진국민' 아파트를 철거한다. 김윤호 기자
이 아파트 일대는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 주관 '신규 도시재생 노후 주거지 정비 지원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동구는 2029년까지 총 132억원을 투입해 아파트를 전면 매입·철거하고, 해당 부지에 주민 커뮤니티 시설과 공영주차장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보상 협의와 도시계획시설 지정 등 관련 절차를 단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올해 안에 사업 활성화 계획을 수립해 본격적인 보상 절차에 착수할 방침이다. 아파트는 모든 세대가 개인 소유다. 동구 관계자는 "E등급 판정을 받은 만큼 주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아파트 기울기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면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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