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럽 테러·소나기 미사일 공격까지…미국에 반격 벼르는 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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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한 어린이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압박에 항의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 사진을 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국기, 이스라엘 국기 등을 밟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03년 이라크 전쟁 후 최대 규모의 군사력을 중동에 집결시키며 압박하지만, 이란은 쉽게 굴복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다양한 반격 수단을 준비 중이다. 체제 수호를 위해 불가피하다면 전쟁도 감수하며, 이럴 경우 지난해 6월 미국·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에서 당했던 과거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에 따르면 이란이 우선적으로 미국에 쓸 반격 카드는 탄도미사일이다. 미국이 공격할 경우 이란은 이스라엘 영토를 비롯해 카타르와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주둔 미군 기지 13곳에 ‘소나기 미사일’ 보복을 할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이스라엘을 비롯한 중동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약 2000기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대 사거리가 2000㎞인 호람샤르-4와 세질-2, 최대 사거리 1400㎞에 마하 13~15의 속도로 요격이 어려운 극초음속 미사일 파타흐-1 등이 대표적이다. 최대사거리 3000㎞로 유럽도 사정권에 두는 순항미사일 수미르, 러시아에 수출할 정도로 기술력을 자랑하는 공격 드론 샤헤드 등도 보유하고 있다.
김영옥 기자
이란은 지난해 6월에도 미국이 자국 핵시설을 폭격하자 카타르 알우데이드 미군 기지에 탄도미사일을 쐈다. 당시엔 공격 전 미국 측에 계획을 알렸지만, 이번엔 다르다. NYT는 “이란의 공격에 미군 병력 3만~4만명이 노출돼 있다”며 “상당한 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3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시내 건물 외벽에 “미국과 함께 격추돼라”라는 문구와 함께 미사일·해골 등이 그려진 반미 선전 벽보가 그려져 있다. EPA=연합뉴스
유럽과 중동 일대에서 무차별적 테러를 벌일 거란 우려도 나온다. 이란의 지시로 레바논 무장정파인 헤즈볼라, 알카에다 또는 그 연계 조직이 유럽 내 미국·이스라엘 대사관이나 미군 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텔레그래프는 “이란은 유럽 영토 내에서 대리 세력을 운용할 능력을 입증해 왔다”며 “지난해 5월 영국 당국은 주영 이스라엘 대사관을 공격하려던 이란 국적자 4명 등 테러 조직원 5명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중동에선 예멘 후티 반군과 하마스, 헤즈볼라, 이라크 민병대 등 이란을 대리해 이스라엘과 싸워 온 ‘저항의 축’ 세력이 가세할 수 있다. 이스라엘 본토와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등에 있는 미군 기지를 로켓과 미사일 등으로 공격하면서다.
지난 17일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로켓포 발사 훈련을 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EPA=연합뉴스
장기적 소모전으로 미국을 지치게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해 후티는 홍해에서 드론과 미사일로 미군과 상선을 집요하게 공격해 경제적 압박을 느낀 미국이 협상하도록 만들었다.
이란이 이를 참조해 홍해와 세계 원유 수송량의 5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 등 전략적 해상로를 공격해 갈등을 장기화할 수 있다. 유가 상승과 안보 불안을 일으켜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할 거란 전망이다. 실제 이란은 지난 17일 호르무즈 해협 일부를 봉쇄하고 사격 훈련을 벌였다.
지난 22일 이란 테헤란의 한 거리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의 사진이 걸려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참수 작전(수뇌부 제거 작전)에도 대비 중이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자신의 신변에 이상이 생길 시 후임으로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과 모하마드 갈리바프 의회 의장,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 등을 후보로 정해 놨다고 NYT가 전했다. 정부·군 지도부 핵심 인사들에게도 승계 서열을 4순위까지 지정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6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군 수뇌부가 일거에 제거됐던 상황을 재연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이란의 이 같은 항전 의지는 전쟁이 체제 유지에 도움이 더 될 수 있단 판단 때문이다. 이란 지도부는 미국의 요구를 순순히 수용하면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수립된 신정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 국제위기그룹의 알리 바에즈 이란 담당 선임 분석가는 NYT에 “이란은 미국의 조건에 굴복하는 것이 미국 공격을 받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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