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능에서 클래식까지 종횡무진 대니 구…“일본 촬영 가서도 세 시간씩 연습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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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가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며 바이올린을 든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토크쇼 ‘라디오 스타’, 다큐멘터리 예능 ‘나 혼자 산다’, 노래 서바이벌 ‘복면가왕’(이상 MBC), 오디션 프로 ‘우리들의 발라드’(SBS), 요리 예능 ‘차가네’(tvN)…. 대세 예능 프로에 연이어 출연하는 클래식 연주자가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36). 전업(轉業)이 의심될 법도 하지만, 방송 출연보다 연주 스케줄이 훨씬 더 빡빡하다.

지난달에만 두 번의 협연 무대에 섰던 대니 구는 다음 달 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마티네 콘서트(평일 오전 또는 낮에 열리는 공연) ‘마이 페이보릿 송즈(My favorite songs)’로 다시 클래식 관객을 찾는다. 이후 곧장 미국으로 날아가 9일(현지 시간) 피아니스트 문재원, 앙상블 엣지와 함께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선다. 오는 6월엔 데뷔 10주년 기념 공연도 연다. 연주회 준비에 한창인 그를 지난 23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어제도 8시간 연습했다”며 펼쳐 보이는 그의 손가락 끝이 굳은살로 뭉툭했다.

올 연말 공연 스케줄까지 잡혔다.  
연습할 게 너무 많다. 올해 연주할 곡들이 대부분 새로운 레퍼토리다. 다음 달 5일 마티네 콘서트만 해도, 비브라포니스트 윤현상이 참여하며 최대 악기 3대(바이올린, 피아노, 비브라폰)가 연주할 수 있는 버전으로 편곡된다. 곡은 익숙하더라도 내 파트는 다 새로운 선율이다.  
특히 마티네에서 다양한 콜라보를 보여준다.  
지난해엔 손태진, GOD의 보컬 김태우 등 내가 평소 음악적으로 많이 교류하고 의지하는 분들이 같이 무대에 서줬다. 올해 5월엔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 누나, 재즈 피아니스트 최문석형이 만든 밴드 ‘라틴키친루나’와 함께한다. 9월엔 ‘어디든가요’(KBS2)에서 만난 ‘구름’ 프로듀서와 함께하면서 ‘서울의 달’ 같은 가요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다양하게, 사심 가득 골라 넣었다. 그야말로 ‘대니 하고 싶은 거 다해’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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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가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지난해 대니 구는 유난히 바빴다. 일회성으로 출연하는 토크 예능과 달리 ‘우리들의 발라드’ ‘차가네’는 고정 출연자로 참여했다. 그러면서도 ‘핑크퐁 클래식 나라’ ‘서울재즈페스티벌’, 연말 단독 콘서트 등 총 36회의 공연 스케줄을 소화했다.

예능을 꾸준히 한다.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으니까.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하는 거지만, 클래식의 아름다움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나만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클래식 연주자로 예능에 출연하는 사람이 없어서 뭐든 다 배워가며 해야 한다. (이런 모습이) 좋은 의미로 ‘블랙 십(Black sheep·하얀 양 속에 검은 양을 가리키는 말, 천덕꾸러기 혹은 개성 있는 존재)’ 같기도 하다. 실제로 양띠이기도 하고.(웃음)  
도대체 언제 연습하나.
루틴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해외 나가서 다른 출연진들과 하루 종일 함께 생활하는 ‘차가네’를 촬영할 때도 아침 7시에 일어나 혼자 세시간씩 연습했다. ‘하루 연습 안 하면 스스로가 알고…’로 시작되는 그 명언, 그거 진짜다. 매일 연습 못할 거면 예능 찍으면 안 된다.
쉴 땐 뭐하나.  
요즘엔 곡을 쓴다. 틈틈이 멜로디 떠오르면 핸드폰으로 녹음해둔다. 얼마 전엔 그렇게 녹음한 걸 ‘우리들의 발라드’ 하면서 만난 ‘크러쉬’에게 보내줬더니 정말 멋있는 MR를 완성해서 보내주더라. 언제 발표할 진 모르겠다.(웃음)

미국에서 태어나 줄곧 성장한 대니 구는 6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웠다. 그러나 업으로 음악을 선택한 건 대학 입시 원서 제출을 두 달 여 앞두고서였다. “원래는 드라마 ‘하얀 거탑’을 보며 의사를 꿈꿨는데, 고 3 때 스펙 쌓으러 간 예체능 캠프에서 음악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고 한다. 사춘기 방황도 그때 멈췄다. 두 달 여 연습 끝에 미국 보스턴의 명문 음악학교 뉴잉글랜드 음악원에 입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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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구는 방송 때 만난 인연들을 소중히 여긴다. 인터뷰가 진행된 지난 23일 입었던 커다란 야구 점퍼는 음악 프로 '비긴어게인'(JTBC)에 출연했을 2018~2019년 무렵 유니셰프에서 받은 것이라고 했다. 사진은 비긴어게인 촬영 당시. [사진 비긴어게인]

한국엔 언제 왔나.  
2016년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이끄는 ‘디토’ 앙상블 객원 멤버로 참여한 이후 꾸준히 한국 활동을 늘렸다. 28살이 된 2021년엔 아예 한국으로 이사했다. 하필 팬데믹으로 모든 공연이 끊겼을 때였다.  
그래서 ‘슈퍼밴드2’(2021, JTBC)에 출연했나.  
연주가 너무 하고 싶었다. 공연이 끊겨서 돈을 못 버니.(웃음) 주변에 음악을 그래도 꾸준히 하는 친구들 보니 대부분 방송 출연 경험이 있더라. 사실 대학원 다닐 때부터 각종 ‘하트시그널’ 등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섭외를 받았다. 그래도 음악가로 이름 알리고 싶어서 거절했다.  
‘핑크퐁 클래식 나라’ 공연은 7년(2018~2025)이나 했다.  
어떤 율동들은 정말 ‘현타’가 온다. 일부러 관객과 눈 안 마주치고 춤을 춘다.(웃음) 그래도 보람차다. 얼마 전 한 연주회를 끝내고 싸인회를 했는데 다들 어렸을 때 핑크퐁 공연 봤단 얘길 해주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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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원, 추성훈 등이 출연하는 tvN 예능 '차가네' 포스터. 대니 구는 왼쪽에서 두 번째. [사진 tvN 홈페이지]

대니 구에겐 오래된 목표가 있다. 어려운 형편에 음악 하는 친구들을 위해 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일종의 “책임감”까지 있다고 말했다.

왜 하필 학교인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다. 감사하게도, 내 지인들이 한국의 ‘파워 포지션’에 가고 있다. 이들을 한 데 모아줄 사람이 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한참 부족하다. 한국어 공부도 더 해야 하고 인지도도 더 높여야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멀지 않은 미래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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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 구가 '핑크퐁 클래식 나라' 무대에 선 모습.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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