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3차 상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22번째 필리버스터 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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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24일 또다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수렁에 빠졌다. 22대 국회에서만 벌써 22번째 필리버스터 대치로 21대(5회)와 20대(2회) 국회 때의 기록을 압도하는 횟수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3차 상법 개정안 상정을 시작으로 2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일인 다음달 3일까지 쟁점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하자 국민의힘은 7박 8일 필리버스터로 맞불을 놨다. 상법 개정안과 이른바 ‘사법 개혁 3법’(법 왜곡죄법, 재판소원제법, 대법관 증원법) 등을 민주당이 강행 처리하려 하자 국민의힘이 반발하며 갈등이 고조된 것이다. 여야의 대치 정국이 길어지면 다음달 9일 이전 처리를 목표로 잡은 대미 투자 특별법 심사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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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8차 본회의에 3차 상법개정안이 상정된 뒤 이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시작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무제한 토론이 시작되자 더불어민주당 등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후 열린 본회의는 공천 헌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무소속 강선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로 시작됐다. 강 의원은 표결에 앞서 신상 발언에서 “1억원은 제 정치 생명을, 인생을 걸 어떠한 가치도 없다”며 “김경 전 서울시 의원을 처음 만나 의례적으로 건네진 선물을 무심한 습관에 잊었고, 이후 1억원을 반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름 원칙을 지키며 살았다 생각했지만, 처신은 미숙했고 좋은 세상 만든다는 만족감에 ‘패션 정치’를 했던 저 자신을 고백한다”며 “제 수준을 몰랐다. 사죄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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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1억원의 공천헌금을 주고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는 무소속 강선우 의원이 24일 국회 본회의에 자신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신상 발언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건이 불거진 뒤 민주당을 탈당한 강 의원이 읍소했지만 동료 의원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찬성 164표, 반대 87표, 기권 3표, 무효 9표로 강 의원 체포동의안은 가결됐다. 재적 의원 296명 중 263명이 표결에 참여한 결과다. 민주당 의원 상당수가 체포동의안에 반대했지만 가결엔 문제가 없었다. 이로써 강 의원은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게 됐다.

여기까지는 여야가 충돌하지 않았지만 문제는 그 뒤부터였다. 국민의힘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을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이 본회의 첫 안건으로 상정되자 윤한홍 의원을 시작으로 필리버스터를 시작했다.

본회의 직전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선 행정 통합 특별법안을 놓고 여야가 충돌했다. 민주당 주도로 광주·전남 통합 특별법안은 의결했지만 대구·경북 및 대전·충남 통합 특별법안은 지역 내 반발과 여야 합의 불발로 보류됐다. 민주당은 지역 균형 발전과 지방 소멸 문제 해결을 위해 행정 통합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졸속 입법’이라고 반발하며 대치했다.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충남·대전은 시민 찬성 여론이 높지 않고 대구시의회가 (대구·경북) 통합 추진을 하지 말아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며 “전남·광주를 먼저 통합하고, 시간을 갖고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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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 '전남광주 통합법'을 여당 주도로 처리를 하려하자 국민의힘 곽규택(앞 부터), 나경원 의원 등 법사위원들이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본회의 전 국회 본관 앞에서 ‘대전·충남 졸속 통합 반대 집회’를 열고 무력 시위에 나섰다. 장동혁 대표, 이장우 대전시장, 김태흠 충남지사 등이 충청권 인사가 총출동했다. 성일종 의원은 “당초 제가 발의한 법안이 국민의힘 당론으로 추진됐지만, 이 법안은 이번 (법사위) 심사에서 철저하게 외면됐다”고 주장했다.

국회가 통합 문제로 충돌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엑스(X)에 “천년의 역사를 가진 행정 구역 통합을 충분한 공감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할 수는 없다”며 “야당과 시·도의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리하지 말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이 직접 요청한 충남·대전 통합 무산…靑, 민주당에 부글’이란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100%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해당 지역이 대체적으로 공감하고 정치권도 대체로 동의해야 통합할 수 있다.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지 24시간 후인 25일 오후 ‘재적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종료할 수 있다’는 국회법 규정을 근거로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시킨 뒤 상법 개정안을 표결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이후 다음달 3일까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전략에 맞서 사법 개혁 3법, 국민투표법, 전남·광주 통합 특별법, 아동수당법 개정안을 하루에 하나씩 차례로 상정해 처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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