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진짜 금에 밀렸다… 1440조 증발 '디지털 금' 코인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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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이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과 관세 갈등 여파로 급락하며 한때 6만3000달러 선을 내줬다.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여겨졌던 암호화폐가 최근 실물 금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디지털 금’이라는 위상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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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독일 서부 도르트문트에서 독일 귀금속 무역 회사에서 100g 금괴바와 기념 비트코인 동전을 함께 촬영했다. '디지털 금' 비트코인은 실물 금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24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암호화폐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은 개당 6만2994달러로, 전일 대비 3.3% 하락했다. 알트코인 대장주 이더리움도 7.6% 떨어진 개당 1824달러에 거래되며 하락 폭을 키웠다.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이다. 미국 관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다시 커졌고, 글로벌 시장에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가 커졌다. 미국의 이란 공습 위협에 따른 지정학적 긴장도 더해졌다.

반면 금값은 꾸준한 상승세다. 금값은 지난달 온스당 5000달러를 넘어서 5500달러대까지 올라갔다. 최근엔 5200달러 선으로 내려왔지만 시장에선 금값이 더 오를거란 전망이 많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변동성이 큰 자산보다는, 오랜 세월 검증된 안전자산인 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금협회는 금 가격의 최근 상승분 중 80% 이상을 ‘위험과 불확실성’이나 ‘알 수 없는 요인’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암호화폐와 금이 따로 움직이는 현상(탈동조화)도 뚜렷해지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0월 최고점(12만6000달러)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주저앉은 반면, 같은 기간 금값은 최대 55% 올랐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3개월 동안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금과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는 160억 달러 이상이 유입된 반면,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는 약 33억 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그 사이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1조 달러(약 1440조원) 넘게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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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도이치방크의 거시 전략가 마리온 라부레는 “비트코인은 더 이상 디지털 금이 아니다”라며 “지속적인 매도 흐름은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오르빗 마켓츠의 공동 창립자 캐롤라인 모론은 “6만 달러 선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이뤄진 ‘제도권 편입’이 암호화폐의 매력을 약화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ETF 승인과 ‘지니어스법’ 통과로 제도적 불확실성은 줄었지만, 동시에 투기적 프리미엄 기대도 축소됐다는 것이다. 그간 가격 상승의 땔감이 됐던 '기대감'이 현실화되면서 나타난 역설이다. 여기에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하면서 결제 수단으로서의 지위도 위협받고 있다.

블룸버그는 “비트코인은 주식이나 원자재와 달리 기초체력이 부족하다”면서 “그 가치는 거의 전적으로 믿음, 새로운 구매자들을 설득하는 스토리텔링의 힘에 달려 있는데 이러한 믿음과 이야기가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크립토 분석가 노엘 에치슨은 “이제 비트코인은 ‘거시 자산’이 됐기 때문에, 더 많은 다른 대안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낙관적인 전망도 여전하다. 미국의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인 스트레티지는 23일(현지시간) 비트코인 592개를 약 3980만 달러(약 575억원)에 추가 매수했다고 밝혔다. 총 보유량은 71만7722개로 늘었다. 마이클 세일러 스트레티지 회장은 “오는 2035년까지 비트코인은 금의 시가총액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이자 암호화폐 사업가 에릭 트럼프도 “비트코인이 결국 100만 달러에 도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지금만큼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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