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현장 우려 해소 못하고 출발하는 노란봉투법...전문가 "대포 될 수도"
-
1회 연결
본문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12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노조법 2·3조 시행령 개정 중단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뉴스1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끝내 현장의 불확실성과 우려를 해소하지 못한 채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10일 시행을 2주가량 앞두고 시행령과 해석 지침이 확정됐지만 노사 반발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노동계는 교섭 단위를 보다 쉽게 분리할 수 있게 시행령이 재입법됐음에도 반발 중이고, 경영계는 벌써 교섭 요구가 동시다발로 쏟아지면서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쓰나미’를 우려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4일 국무회의에서 노란봉투법 관련 시행령을 의결했다. 아울러 개정 노동관계조정법의 해석지침도 확정하고 '단체교섭 판단지원 위원회'를 훈령으로 제정하는 등 사전 준비를 마무리했다.
이날 의결된 시행령은 한 차례 재입법을 거쳤다. 핵심은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치되 노조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교섭단위분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교섭단위를 판단할 때 ▶이해관계의 공통성 ▶노사 갈등 가능성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명시했는데, 원·하청 노조가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소속 상급단체만 달라도 교섭단위분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원안보다 하청 노조의 요구를 더 반영한 것이다.
그럼에도 노사 반발은 여전하다. 내달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혼란이 불보듯뻔할 거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당장 경영계는 “교섭단위 분리가 지나치게 쉬워져 수백 개 하청업체와 개별 교섭을 해야 할 수 있다”며 걱정이 크다. 노동계는 교섭단위 분리가 완화됐음에도 전면 개별교섭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이번 시행령은 원·하청을 포함한 창구 단일화 절차를 강제해 하청노동자의 교섭권을 더 제약한다”며 “창구 단일화 제도 철폐를 위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교섭이 시작되기도 전에 절차를 둘러싼 갈등이 예고된 셈이다.
노동부는 이날 현장 근로감독관과 노동위원회가 적용할 기준이 되는 해석지침도 수정·확정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사 의견을 수렴해 내용을 구체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노동계는 “사용자성 인정 기준이 불법파견 판단보다 더 엄격하다”고 비판해왔는데, 노동부는 이런 문제 제기를 반영해 ‘구조적 통제’가 ‘불법파견’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 배치 전환은 ‘구조조정에 따른 경우’로 한정된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그럼에도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크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사용자의 범위’와 ‘노동쟁의의 범위’가 동시에 확대된다. 문제는 원청까지 교섭 상대방으로 인정될 수 있는 ‘구조적 통제’의 의미가 무엇인지, 단체교섭 대상으로 보는 근로자의 지위·근로조건 ‘실질적·구체적 변동’이 어디까지를 포괄하는지 기준이 여전히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당장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석유화학 산업의 체질 개선 역시 한층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노동부는 사전 판단을 돕기 위해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를 운영하고 노동위원회 산하에 사용자·노동쟁의 판단전문위원회도 두겠다고 밝혔다. 다만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는 자문기구 성격이어서 법적 구속력이 없다. 노동위원회 산하 판단전문위원회 역시 노사 어느 한쪽이라도 불복하면 최종 판단은 결국 법원으로 넘어가 분쟁이 수년 간 이어질 수 있다.
현장 갈등은 벌써 시작됐다. 민주노총은 ‘원청교섭 원년 쟁취·초기업 교섭 돌파’를 내세우며 7월 대규모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이다.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도 거세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지난달 현대차·기아, 한국GM, HD현대, 한화오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등 13개 원청사를 상대로 143개 하청 노조가 직접 교섭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도 교섭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KB국민카드 비정규직(콜센터) 노조는 3월 10일 노란봉투법 시행에 맞춰 금융그룹 계열사 가운데 처음으로 원청과의 직접 교섭에 나설 방침이다.
익명을 요청한 기업 관계자는 “어디까지가 교섭 의제이고, 어디까지 응해야 하는지 현장에서는 알 수가 없다”며 “자칫 대응을 잘못하면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전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 자체가 모호한 데 비해 파급력은 광범위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어떤 효과를 낳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무기’를 쥐여준 셈”이라며 “정부는 노사 대화를 강조하지만 자칫 노사관계를 무너뜨릴 대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