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反中 언론인 지미 라이, 20년형 복역 중 사기 유죄 뒤집었다…하지만 여전히 요원한 자유

본문

홍콩 언론계의 거물이자 빈과일보의 창립자인 지미 라이(78)가 사기 혐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며 유죄 판결을 뒤집었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20년형을 선고받은 지 17일 만의 판결이다. 예상 밖의 법원 판단이지만 국가보안법과 별건의 사안이라는 점에서 그의 수감 생활에 당장 영향을 주진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bt45116c5b2310f1a982b1870ecdc8cc71.jpg

지미 라이 홍콩 빈과일보 창업자. AF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홍콩 항소법원은 이날 라이가 빈과일보 본사 내 사무공간을 가족 측 컨설팅 회사로 전용한 사안을 놓고 범죄행위 요건이 증명되지 못했다는 취지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빈과일보의 모회사인 넥스트 디지털이 홍콩 과학기술단지 공사(HKSTP)로부터 부지를 임대하면서 비롯됐다.

출판 및 인쇄 관련 용도로만 사용하겠다는 조건에도 라이가 일가 회사인 디코 컨설턴트의 사무실로 해당 공간을 20년 동안 점유하며 최대 1억1000만 홍콩달러(약 200억원)에 달하는 토지 할증료를 회피했다고 검찰은 봤다. 1심은 2022년 이를 명백한 사기로 보고 라이에게 징역 5년 9개월의 중형과 200만 홍콩달러(약 3억6000만원)를 벌금으로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법원은 검찰의 법리 적용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 차원의 의무 위반을 임원 개인의 형사책임으로 귀속시키는 데 법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고위 임원의 잘못된 행위를 회사의 책임으로 귀속시킬 순 있지만 반대로 귀속시키는 건 타당하지 않다는 의미다. 또 항소법원은 검찰이 허위 진술 등 피고의 범죄 행위를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고도 봤다.

이번 판결에도 라이는 변함없이 옥살이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라이는 9일 별도의 국가보안법 관련 사건에서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라이가 2019년 홍콩 시위 당시 인맥을 활용해 중국과 홍콩 정부를 압박했고, 빈과일보를 통해 전직 임원 6명 등과 선동적인 출판물을 제작했다는 혐의 등이 인정됐다.

홍콩 당국은 2020년 6월 국가보안법을 제정한 뒤 바로 8월에 라이를 체포하는 등 속전속결식의 조치를 단행했다. 라이를 겨냥하기 위해 새 법안을 표적 입법했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왔다. 2020년 12월 라이의 구속기소 후 빈과일보는 이듬해 자진 폐간했다.

bt4143d11bf50b47260ae73df54a941371.jpg

홍콩 경찰에 체포된 반중 언론 재벌 지미 라이. EPA=연합뉴스

국제사회는 라이에게 선고된 중형을 언론 탄압으로 규정하고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표현의 자유, 의견의 자유, 언론의 자유는 홍콩 기본법에 명시된 권리"라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라이의 석방을 위해 싸우겠다고 공언해왔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역시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영국 시민권자이기도 한 라이 문제를 꺼냈다. 미 공화당은 24일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연설에 라이의 딸 클레어 라이를 초청하기도 했다.

AP통신은 “사기 사건 형과 국가보안법 사건 형의 병합 구조가 일부 설정돼 있어 이번 판단이 전체 복역 기간 계산에 영향을 줄 여지는 있다”면서도 "당장 구금 상태가 바뀌는 건 아니다"라고 전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8,525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