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우리나라도 ‘시댄스 쇼크’…“광고 장악한 AI, 드라마·영화 진출 얼마 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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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리 로빈슨 감독이 '시댄스 2.0'으로 만든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의 격투씬 중 한 장면.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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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댄스 2.0으로 만든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의 격투씬. [유튜브 캡처]

잔해가 수북이 쌓은 고층 빌딩 옥상.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가 서로를 노려보며 격투를 벌인다. 눈물을 글썽이던 브래드가 울분을 토하며 외쳤다. “네가 제프리 엡스타인을 죽였지? 그는 좋은 사람이었어!” 브래드의 일격을 막아선 톰 크루즈가 낮고 빠르게 쏘아붙였다. “그는 우리 ‘러시아 작전’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었어.”(톰 크루즈)

아일랜드의 영화 감독 로우리 로빈슨이 AI(인공지능) 영상 생성 모델 ‘시댄스 2.0’으로 만든 15초짜리 영상의 한 장면이다. “우리는 아마 끝일 것”(‘데드풀’ 시리즈 각본가 레트 리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이른바 ‘시댄스 쇼크’다. 국내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작비 절감, 1인 창작 시스템 구축 등 긍정적인 전망부터 저작권 문제 등 현실적인 우려가 함께 쏟아져 나왔다.

이번 ‘시댄스 2.0’의 업데이트(12일)는 그간 꾸준히 지적됐던 ‘일관성’ 문제가 해결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AI로 만든 영상은 한 씬 안에서도 등장인물의 얼굴이 뭉개지거나 모양이 바뀌고 소품·톤 등이 일관되게 유지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영상 제작 업체 AI레볼루션 김민지 본부장은 “올초부터 ‘클링’ ‘시네마 스튜디오’ 등 AI 영상 제작 플랫폼들이 비슷한 시기에 일관성 문제를 해결한 업데이트 버전을 내놨다”며 “앵글 전환, 컷 연결, 이미지의 질감 보정 등의 수작업을 몇 마디의 프롬프트로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되며 영상 제작 과정이 또 한 번 단축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한 지상파 방송사와 사내용 AI 영상 제작 모델을 제작했던 A 업체 부대표는 “이제 미국·중국 등 선두주자들의 기술력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 국가·기업이 따라잡기가 힘든 수준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수많은 국내 AI 관련 R&D 업체들은 선두 기업이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을 우라나라 사정에 맞게 바꾸는 정도의 역할만 하고 있으며, 이들 프로그램이 학습에 활용할 한복 등 K콘텐트는 데이터베이스도 구축돼있지 않아서 이미지를 업데이트 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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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간계' 스틸컷.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제작한 영화다.

‘시댄스 2.0’의 이번 업데이트를 계기로 영상 제작 과정 내 AI 역할이 상당히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술적인 처리가 필요한 VFX(시각효과) 분야에서부터 동물 연기 등 사람이 제어할 수 없는 영역까지 광범위한 쓰임새가 예상된다.

정광수 KBS PD는 “과거엔 대규모 군대가 나오는 장면 등에서 AI를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등 컷 별로 기술적인 영역의 도움만 받았는데, 이제는 AI로 표정 연기 디렉팅까지 가능해졌다”며 “컨트롤이 어려운 동물 연기 등 상상의 영역을 표현할 때 특히 AI가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AI 기술로 영화 ‘중간계’를 만든 강윤성 감독은 “올해는 드라마·영화 등 영상 콘텐트 제작에 AI가 적극적으로 도입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작비 절감은 이 같은 흐름을 가속하는 주요한 요인이다. 좀비 영화 ‘부산행’의 VFX(시각효과)를 맡았던 엔진비주얼웨이브의 정황수 이사는 “과거 대규모 군중 신을 작업하려면 10여명의 인력이 몇 달 동안 이 작업에만 매달려야 했다”며 “이른바 ‘머니샷’으로 불렸던, 대규모 자본과 인력이 투입되는 VFX 작업이 AI 기술로 한결 빠르게, 저렴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윤성 감독은 “이미 영상 길이가 짧고 이미지 샷 위주로 제작되는 광고에는 AI 기술이 폭넓게 쓰이고 있다”며 “과거 전통적인 방식으로 대기업 광고를 만들면 약 5억원이 소요됐는데 지난해엔 AI 기술을 활용하며 1억원 정도로 줄었고, 지금은 300만원이면 충분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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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열린 부천판타스틱영화제 AI 영상 교육과정 강의에 참여한 학생들. [사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AI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활발하다. 임희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AI영상교육센터장은 “2024년 30명을 모집했던 AI 영상 제작 교육 과정엔 600명이 몰렸고, 지난해 확대 개설한 센터 내 AI 영상 교육 프로그램은 41개 교육 과정을 통해 2023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AI 서비스 구독료로 한 달에 100만원 가량을 지출한다는 영화인도 있었다”며 “완성도가 높진 않아도 혼자서 만들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시나리오 작가 등 영상 제작 기술이 없는 분들도 AI 영화 제작에 도전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움직임이 이어지려면 여전히 남아있는 기술적인 오류뿐만 아니라 저작권 문제, 개발 여건 개선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숏폼 드라마를 AI로 제작 중인 정황수 이사는 “우리나라는 미국·일본 등에 비해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고 AI 학습시킬 원작 IP(지적 재산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제작에 활용될 원천 캐릭터가 축적돼있지 않으면 장기적으로는 콘텐트 제작 역량도 뒤처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샘 올트먼, 일론 머스크 등이 만든 미국 ‘오픈AI’의 경우, 디즈니와 1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고 디즈니, 마블, 픽사, 스타워즈 등 200개 이상 캐릭터에 대한 활용 권한을 획득, 영상 플랫폼 ‘소라’에 사용하고 있다.

A 업체는 “생성형 AI를 개발하는 데 투입되는 GPU(대규모 데이터를 학습·추론하는 연산 장치), 인적 물적 인프라에서 국가적 차이가 너무 크다”며 “국가적 지원이나 펀딩 등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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