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실리콘밸리가 쏘아 올린 미국 ‘국방 혁신’의 명과 암[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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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비 항공이 개발한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 즉 유닛 X의 첫 번째 '플라잉카'가 군사시험장에 전시된 모습, [사진 와이즈맵]
전쟁의 문법이 바뀌고 있다. 과거의 전쟁이 육중한 탱크와 전투기의 격돌이었다면, 현대의 전쟁은 초소형 드론의 군집 비행과 AI 기반의 정밀 타격으로 정의된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를 주도하는 미국의 국방 정책과 방위 산업의 이면을 극명하게 대조되는 시선으로 파헤친 두 책이 있다. ‘국방 혁신’의 최전선을 다룬 『실리콘밸리와 펜타곤의 비밀 전략실 유닛 X』(이하 『유닛 X』)와 ‘군사-산업 복합체’의 어두운 그늘을 추적한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트럼프와 1조 달러 전쟁 기계의 야망』(이하 『전쟁 기계』)이다.

책표지
실리콘밸리와 펜타곤의 비밀 전략실 유닛 X
크리스토퍼 키르히호프, 라지 샤 지음
박선영 옮김
와이즈맵
『유닛 X』는 펜타곤(미 국방부)이 실리콘밸리에 설치한 ‘국방혁신단(Defense Innovation Unit Experiment, DIUx)’, 일명 유닛 X의 탄생 과정과 그 성과를 기록한 일종의 내부자 목소리다. 공동 저자 크리스토퍼 키르히호프와 라지 샤는 DIUx의 설립과 운영을 주도한 초기 리더들. 이들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민첩한 디지털 기술이 현대 전쟁의 게임 체인저가 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현대 전쟁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와 상용 기술 중심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음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유닛 X의 로그 스쿼드론은 미군 최초의 상업용 드론 부대로, 아군 드론을 전장에 투입해 미군을 지원하고 적 드론을 무력화할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특화된 조직이었다. [사진 와이즈맵]
혁신을 추진할 때 펜타곤 내부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던 경험을 털어놓으면서, 이들이 강조하는 핵심은 ‘속도’다. 무기 하나를 개발하는 데 10년, 20년씩 걸리는 기존 방식은 미래 전쟁에서의 패배를 의미한다고 했다. 전통적인 무기 조달 방식으로는 매주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중국의 ‘기술 굴기’를 막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행간마다 묻어난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입증된 저가형 드론의 위력과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가 바꾼 통신 체계 등은 혁신의 주요 사례로 제시된다.

유닛 X가 개발을 지원한 소형 자율 드론. 이를 통해 미군 특수작전에 참여한 병사들이 급습 전에 적진 건물 내부를 지도화할 수 있었다.[사진 와이즈맵]
『유닛 X』를 통해 독자들은 국방 분야에서 진행되는 ‘기술 패권’의 이동을 감지할 수 있다. 과거에는 GPS, 인터넷처럼 군사 기술이 민간으로 흘러갔다면 이제는 AI, 드론, 로봇공학 등 첨단 기술이 민간에서 개발돼 펜타곤에 이식되는 방식이다. 또 록히드 마틴 같은 소수의 대형 방산 기업에 의존해온 국방 생태계의 주도권이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기술 기업들로 이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유닛 X』가 불러일으킨 뜨거운 혁신의 열기에 끼얹는 차가운 목소리가 또 다른 책 『전쟁 기계』의 역할이다. 군비 감시 전문가인 공동 저자 윌리엄 D 하텅과 벤 프리먼은 국방 혁신의 이면에 도사린 군사-산업 복합체의 음흉한 탐욕을 고발한다. 군산복합체를 가리키는 ‘1조 달러 전쟁 기계’(The Trillion Dollar War Machine)는 이 책의 영어 제목이다.

책표지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
트럼프와 1조 달러 전쟁 기계의 야망
윌리엄 D 하텅, 벤 프리먼 지음
백우진 옮김
부키
『전쟁 기계』는 무기 제조업체, 로비스트, 정치인, 그리고 싱크탱크가 결탁하여 끊임없이 새로운 ‘위협’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폭로한다. 매년 1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국방 예산이 대형 방산기업 카르텔의 배를 불리는 ‘수익 모델’이 되고 있다는 것. 이제는 첨단 AI 및 자율 살상 무기를 앞세운 실리콘밸리의 신흥 방산 기업들이 오작동 검증보다는 가공할 능력을 홍보하며 안보 정책을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전쟁 기계』의 눈으로 볼 때, 전쟁은 끝내야 할 재앙이 아니라 유지해야 할 비즈니스가 된다. 『유닛 X』가 찬양하는 혁신은 『전쟁 기계』의 관점에서는 예산을 따내기 위한 화려한 명분에 불과할 수 있다. 『전쟁 기계』의 시각은 진보 단체나 평화운동가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지만, 보수 단체로부터는 중국과 러시아의 현실적 위협을 간과한 이상주의로 비판받을 수 있다.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 『유닛 X』가 이뤄내는 혁신의 엔진도 필요하고, 『전쟁 기계』가 파헤치는 감시의 눈도 필요해 보인다. 두 책을 교차해 읽으며 서로 보완점을 찾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유닛 X』는 ‘어떻게 싸울 것인가’라는 방법론적 혁신을 말하고, 『전쟁 기계』는 ‘왜 싸워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구조를 묻기 때문이다.
『유닛 X』가 보여주는 기술의 속도는 현대 안보 환경에서 분명히 매혹적이고 필수적이다. 그러나 『전쟁 기계』의 경고처럼, 그 혁신이 군산복합체의 논리에 매몰될 때 국가는 끝없는 전쟁의 궤도에 갇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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