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해운·정유 등 국내 산업 ‘비상’…당장 두바이 하늘길부터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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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미국·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세계 에너지 동맥’으로 불리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국내 물류·에너지 산업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여기에 중동 하늘길까지 제한되자 국내 기업들은 긴급 대응 체제를 가동하고 현지 인력 안전 확보에 나섰다. 국제 유가와 해상 운임 변동성도 빠르게 확대되는 분위기다.

1일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일부 선박은 항로를 변경하거나 대기 중이다.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20~30%가 지나는 핵심 통로가 막히면서 시장의 긴장도도 높아지고 있다.

정유업계 “단기 수급 문제없지만”…장기화 우려

한국은 2018년 대이란 제재 이후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은 지난해 기준 69.1%, 이 중 9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구조다.

정유사들은 유조선 운항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남미·동남아 등으로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와 업계는 약 7개월분의 비축유와 가스를 확보해 단기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봉쇄가 장기화하면 원유 도입 차질에 더해 운임·보험료 상승이 겹치며 에너지 비용 전반이 오를 전망이다. 석유화학·철강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수익성 압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철강업계는 고로(용광로)에 투입되는 원료탄과 해상 운임 변동의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전기로 업체 역시 전기료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물류비 상승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주력 제조업의 수출 채산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특수가스는 린데·에어리퀴드·에어프로덕츠 등 글로벌 산업가스 기업들이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일부 품목은 해외 공급망과 연계돼 있어 해상 운송에 차질이 발생하면 운송비 상승이나 납기 변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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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로이터=연합뉴스

해운업계 “항로우회도 검토”…운송비용·기간 증가

해운협회와 국내 선사들은 비상 체계에 돌입했다. HMM은 “컨테이너선 1척과 벌크선 6척이 인근에 있다”며 “우회 운항이나 운항 보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는 긴급 수출입 물류 점검회의를 열고 오만 살랄라·두쿰 항만을 활용한 환적과 육상 운송 등 우회 경로를 논의했다. 호르무즈 인접 7개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1.9%로 직접 타격은 제한적이지만, 전면전으로 확산될 경우 우회 루트도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다. 한재완 한국무역협회 물류서비스실장은 “우회 운송이 현실화할 경우 해상 운임이 기존 대비 최대 50~80% 상승할 가능성이 있고, 운송 기간도 3~5일가량 늘어날 수 있다”며 “특히 중소 수출기업의 물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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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컨테이너선. AP=연합뉴스

대한항공 3월 5일까지 사전 결항…항공망 차질 확산

항공업계도 영향을 받고 있다. 대한항공은 인천~두바이 노선을 오는 5일까지 사전 결항 조치했다. 카타르항공·에미레이트항공·에티하드항공 등 중동 주요 항공사들도 일부 노선을 취소하거나 스케줄을 조정했다.

중동은 유럽·아프리카를 잇는 핵심 환승 거점이자 항공 화물 허브다. 공역 제한이 장기화할 경우 여객 수송뿐 아니라 반도체·배터리·의약품 등 고부가가치 항공 화물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항공유 가격 상승이 겹칠 경우 항공 운임 인상 압박도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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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이 발사한 발사체가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떨어진 뒤 연기가 치솟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삼성·LG 전원 요르단 이동…한화도 안전 점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를 비롯해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기업들도 주재원과 가족들을 요르단으로 대피시키는 등 현지 인력 안전 확보에 나섰다. 한화그룹은 주변국인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쿠웨이트 등 직원과 가족들의 안전을 점검했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기 충격에 그칠지, 중동 사업 전략을 재조정해야 하는 장기 리스크로 번질지 주목하고 있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비축유와 대응 체계로 버틸 수 있지만, 봉쇄가 장기화하면 유가·운임·보험료가 동시에 오르는 복합 비용 상승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며 “군사적 긴장 수위와 지속 기간이 산업계 충격의 강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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