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주식은 FOMO, 부동산은 FOBO…머니무브로 부의 패러다임 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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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불패의 상징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매도자 우위 구도가 1년 만에 무너지면서 포보(FOBO·Fear of Better Option)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다리면 더 나은 물건이 더 낮은 가격으로 나올 것이라는 기대 심리다. 지난해만 해도 상승장에서 나만 제외될까 두려운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가 부동산 시장 기류였는데, 이젠 뒤바뀌었다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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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급매, 초급매 등 아파트 매매 물건이 표시돼있다. 연합뉴스

강남권, 1년 만에 매수자 우위…부동산 포보

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넷째 주 서울 동남권(강남·서초·송파·성동구) 매매수급지수는 99.95로 지난해 2월 첫째 주 후 1년여 만에 처음 100 이하로 떨어졌다. 100보다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음을 뜻한다. 매도자 우위 정점이었던 지난해 6월 넷째 주(111.24)와 비교하면 대폭 하락이다.

매수자 우위로 돌아선 건 정부가 연일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등 부동산 정상화 의지를 밝히면서다. 아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공식화한 지난 1월 23일 대비 1일 송파구 아파트·오피스텔 매물은 52%(3526건→5362건)나 폭증했다. 서초구(31.5%)·강남구(23.2%)도 크게 늘었다.

매물이 쌓이면서 호가도 떨어지고 있다. 한강벨트 고가 아파트인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의 경우 84㎡(전용면적)가 지난해 6월 72억원에 팔렸지만, 최근 같은 타입 평형 호가가 53억원(19억원 하락)까지 떨어졌다. 인근 부동산중개소에 따르면, 매도자들이 매물이 안 팔리자 연일 5000만~1억원 단위로 가격을 낮추고 있다.

매매 매물이 940건 나와 있는 송파구 헬리오시티도 날이 흐를수록 최저 호가가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지난 1월 31억4000만원에 팔렸던 84㎡의 현재 호가는 27억~28억원 수준으로 대거 나와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순식간에 27억원까지 내려갔으니,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수요가 생기기 마련”이라고 했다.

즉 강남권 부동산 시장은 마음이 급한 매도자들이 호가를 계속 낮추고, 수요자들은 이를 관망하면서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오는 5월9일 종료되는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앞두고, 다주택자와 고가 1주택자들은 6월 지방선거 이후 보유세 개편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토지거래허가 기간을 고려해 3월 말, 4월 초쯤 호가가 가장 떨어질 것이란 기대가 수요 시장에 있다”며 “강남발 호가 하락은 주변으로 점차 퍼져나갈 것”이라고 했다.

시장 변화에 여권에서도 고무적인 기류가 흐른다. 이 대통령과 가까운 여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때와 달리 ‘이번엔 진짜 다르다’는 신호가 시장 전반에 녹아들기 시작했다”며 “앞으로도 일부 저항은 따르겠지만, 부동산 거품을 잡아 자본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대통령 의지를 꺾진 못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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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필리핀 국빈 방문에 나서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출국에 앞서 환송객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외국인 순매도에 개인 풀매수…주식 포모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는 반면, 주식 시장은 유례없는 포모 현상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이 대통령 대선 공약인 5000을 연초 넘은 지 한 달 만에 6000을 뚫고도 연일 고점을 경신하면서, 투자자들이 앞다퉈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말이 나왔던 과거와 달리, 빚내서 하는 투자까지 감행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외국인이 역대 최대 규모인 7조528억원을 순매도했음에도, 같은 날 개인이 6조2230억원을 순매수한 건 국내 증시에 대한 달라진 믿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외국인 대량 순매수에 흔들리지 않고, 이를 조정 기회로 삼아 투자에 나서는 건 한국 증시 시장에서 보기 힘들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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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가며 전장보다 223.41포인트(3.67%) 오른 6,307.27에 장을 마감한 지난달 26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개인의 ‘사자’ 행렬은 다양한 수치로도 나타난다. 지난해 연간 120조원 늘었던 ETF 순자산이 올해 들어 두 달 만에 80조원 늘어 387조원(지난달 27일 기준)이 됐다. 지난달 26일 증시 대기 자금으로 분류되는 투자자 예탁금 규모가 119조원을 넘어서고,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32조원을 훌쩍 넘는 등 연일 최대치 경신 중이다.

李, 분당 집 판 돈으로 주식 투자…머니무브 가속할 듯
부동산 자금이 금융시장으로 흐르는 머니무브는 더 가속할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이 대통령이 성남시 분당구 자택을 매도한 금액으로 ETF 등 금융투자를 하는 게 더 이득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는 청와대 설명도 나왔다.

부동산 업계에서도 “1주택자인 대통령이 자기 집까지 팔고 주식 투자에 나선 건 자본 시장 흐름에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라는 반응이 많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대신 주식에 몰리는 매수세는 심리와 정책 기대가 결합한 움직임”이라며 “당분간 이런 흐름이 계속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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