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핵협상 와중에 기습 폭격…이란 허 찌른 트럼프 '연막 전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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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이 2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린 사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이날 오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사저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가운데)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백악관 X 캡처
주말이었던 28일(현지시간) 오전 미국과 이스라엘이 편 ‘장대한 분노 작전(Operation Epic Fury)’은 미ㆍ이란 간 핵 협상 와중에 전격적으로 단행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 경계가 늦춰지는 틈을 타 기습효과를 높이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對)이란 공격 임박 징후는 사실 최근 곳곳에서 포착됐다. 미국이 이란 인근 해역에 항공모함 전단을 추가로 배치하고 요르단 공군기지에 수십 대의 전투기를 포진하는 등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최대 규모 화력을 이란 주변에 속속 전개했다. 이스라엘ㆍ레바논 미국대사관 직원을 미리 철수시키기도 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작전 하루 전날인 27일까지 ‘협상 최우선’ 기조를 피력하며 연막전술을 폈다. 27일 오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이란 공격 가능성에 대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전날 “중대한 결정” 언급도
다만 이란 공격에 기운 듯한 암시성 발언도 있었다. 지난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가진 3차 핵협상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다. 참을 수 없다”며 “군대 없이 해결하면 좋겠지만, 때로는 군대를 써야 할 때도 있다”고 했다. 최근 진행된 핵협상 평가 가운데 가장 날 선 반응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오후 텍사스주 코퍼스 크리스티 항구에서 에너지 정책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오후 텍사스에서 가진 에너지 정책 관련 연설에서는 “47년간 그들(이란)과 씨름해 왔다. 우리는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라고도 했다. 그런 뒤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을 자신의 사저에서 보내는 평소 관례대로 밤늦게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로 이동했다.
이후 날짜가 토요일로 바뀐 28일 오전 1시 15분(미 동부시간 기준, 이란 기준 오전 9시 45분) 이란을 겨냥한 대규모 공습이 펼쳐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대한 결정’을 언급한 지 약 8시간만이었다.
월스트리스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이 있기 전 미 정보 당국은 이란이 미국 목표물 선제 공격을 고려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미국이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 트럼프 대통령이 결심을 굳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마러라고 상황실서 밤새 작전 모니터링
트럼프 대통령은 마러라고에 마련된 임시 상황실에서 작전 상황을 밤새 지켜봤다. 백악관이 28일 X(옛 트위터)에 공개한 임시 상황실 사진에는 ‘USA’가 새겨진 흰색 모자를 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습 상황을 보고받고 참모들과 논의하는 모습이 담겼다.

미국 백악관이 2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린 사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이날 오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사저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과 함께 이란 공습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사진 백악관 X 캡처
비슷한 시각 JD 밴스 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 상황실을 지켰다. 지난 1월 초 미군이 최정예 특수부대 델타포스를 동원해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생포ㆍ압송 작전을 폈을 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마러라고에 차려진 임시 상황실에서 당시 상황을 모니터했다.
이란 공습 작전은 두 갈래로 전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 직후 미국은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지휘통제 시설과 방공 체계, 미사일ㆍ드론 발사 기지, 군용 비행장 등 주요 군사시설을 공격해 무력화하고, 이스라엘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등 정권 수뇌부를 겨냥하는 식이었다. 하메네이 관저를 향해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퍼부은 약 30발의 폭탄에 하메네이는 살아남지 못했다.
미국은 이란 주변 해역에 포진한 항모 전단과 요르단 등 중동 공군기지에서 전투기를 출격시켰고, 구축함ㆍ전함에서 함대지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중동 지역 육상기지에서 토마호크 미사일을 쏘았다. 육ㆍ해ㆍ공 첨단전력을 한꺼번에 동원한 입체적 공습이었다.
김경진 기자
美 자폭 드론부대 첫 실전 운용
특히 자폭 드론부대 ‘태스크포스 스콜피온 스트라이크’가 처음으로 실전 투입됐다. 미 중부사령부는 “저비용 일방향 공격 드론을 처음으로 실전에서 사용했다”며 “IRGC 지휘통제 시설 등 표적 타격에 활용됐다”고 밝혔다. 해당 무인기는 이란제 ‘샤헤드(Shahed)’ 드론을 모델로 개발된 소형 자폭 드론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최소 10~12개 도시에서 공습에 따른 폭발과 화재가 목격됐다. 공식 피해 상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외신을 종합하면, 이란 31개 주(州) 가운데 24개 주에서 공습 피해가 발생했으며 최소 200여 명이 사망하고 740여 명이 부상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란은 즉각 반격에 나섰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피해는 제한적인 수준이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등 주요 도시를 겨냥해 미사일ㆍ드론을 발사했지만 상당수가 방공망에 가로막혔다고 한다. 이란은 또 바레인에 있는 미 해군 제5함대 등 중동의 미군기지 14곳에 미사일 공격을 가해 “최소 200명의 미군 병력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지만 미 중부사령부는 “미군 시설 피해는 최소한이었으며 작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식 연막전술’ 패턴 드러나
이번 이란 공습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대외 대규모 군사작전의 패턴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지난해 6월 21일 이란 핵시설 공습, 지난 1월 3일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 그리고 이번 이란 재공습은 모두 ▶상대국과 협상을 앞두거나 이어지는 상황에서 ▶토요일 비교적 이른 시간에 기습적으로 ▶핵심 목표물을 외과 수술하듯 정밀 타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협상을 통해 유화 제스처를 보이는 동시에 상대가 긴장을 푸는 시간대를 노려 기습 효과를 극대화하는 ‘트럼프식 연막전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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