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시신 보고도 ‘안 본 걸로 친’ 그들…보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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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별 세 개가 떨어지다’로 올해 젊은작가상 대상을 받은 소설가 김채원. 그는 “불완전한 타인의 일부를 보여주는데도 자신의 삶 전체를 환기해볼 수 있다는 게 단편의 매력”이라고 했다. 사진 육지예
두 손녀가 할아버지의 집을 찾는다. 오랜만에 만난 할아버지는 종묘원(種苗園)을 정성껏 가꾸고 있었다. 손녀들은 그곳에서 한 남자의 발을 보게 된다. 스스로 제 몸을 훼손하며 죽은 이의 발. 시신을 발견한 할아버지는 그를 종묘원 바닥에 묻어두었다. 셋은 죽은 이를 곱씹다가, ‘그를 보지 않았다’고 치기로 한다. 대신 죽음을 정성껏 기린다. ‘보는 것’은 무엇일까. 그들이 ‘보지 않음’으로써 열심히 ‘들여다본’ 사람이 되는 순간, 하늘에선 별똥별 세 개가 떨어진다.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대상 김채원 인터뷰
지난달 젊은작가상 대상을 받은 김채원(34) 작가의 단편소설 ‘별 세 개가 떨어지다’ 이야기다. 심사위원들은 이 소설을 “오래된 애도의 시간을 고유한 서사 리듬 속에 정교하게 배치함으로써 독자적 정서를 형성했다”고 평했다. 젊은작가상은 출판사 문학동네가 등단 10년 이하 작가 중 수상자를 선정해 주는 상으로, 김애란·김금희·박상영 등이 역대 수상자로 이름을 올린 상이다.
최근 중앙일보와 서면으로 만난 김채원은 “‘별 세 개가 떨어지다’는 지난해 첫 소설집 『서울 오아시스』(문학과지성사)를 출간한 뒤 새로 쓴 첫 번째 단편”이라며 “좋아하는 제목의 소설로 상을 받게 되어 그저 좋아하고 있다”고 했다.

김채원 작가의 수상작이 실린 열린책들의 '하다 앤솔러지' 3권, 보다. 사진 열린책들
열린책들의 ‘하다 앤솔러지’ 3권인 『보다』에 실린 이 소설은 김채원의 문학세계가 드러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소설이라는 형식은 본래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지 않는지,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는지 드러내거나 드러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에서는 그것을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고민해보게 되었다”고 했다.
세계를 만들어내는 위치에 있는 것이 소설가, 그러나 김채원은 관찰자 역할에 머문다. 개입하지 않고 인물의 행동과 생각을 그저 지켜보듯 기록한다. 그는 “(만들어 낸) 인물을 다 알 수 없다는 점이 계속해서 소설을 쓰게 하는 동력이 된다”고 전했다.
그는 소설을 쓸 때 “어떤 것을 결코 말하지 않고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아무것도 숨기지 않고 전부 말했음에도 말해지지 않는 게 있다면 무엇일지” 떠올린다고 덧붙였다.

김채원 작가의 첫 소설집 서울 오아시스의 표지. 사진 문학과지성사
서른이 되던 202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채원은 “문학을 늦게 접한 편”이라고 했다. 대학에서 배운 문학에 의욕일지 욕심일지 모를 마음이 생겼다. 그러다 “살아갈 방법을 찾아낸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그는 『서울 오아시스』 ‘작가의 말’에 “나는 살아갈 방법이 필요한 사람이고, 그 방법이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도 싶다”고 적었다.
작품에 고여 있는 주제는 대개 ‘삶’과 ‘죽음’. 자살을 시도한 사람, 친구의 죽음을 겪고 난 사람 등 소설 속 인물은 살아있는 채로 죽음을 생각하고, 죽은 채로 삶을 생각한다. 소중한 것을 잃은 뒤에도 삶은 그럭저럭 이어진다.
죽음을 곁에 둔 삶의 모습을 오랫동안 떠올리고 상상해 왔어요. 어느 날에는 죽음 쪽에 서 있고 어느 날에는 삶 쪽에 서 있으면서요. 저에게 있어 삶과 죽음은 어떤 개념이라기보다는 열려 있는 감각에 더 가까워요. 쓰면서 겪어보는 거예요. 소설가이자 한 인간으로서 그 안에 들어가서요. 이해해보고 싶으니까요.
그의 소설은 흔히 상실과 애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김채원은 “다 쓰여진 소설에 외부적으로 따라붙는 단어”라며 “쓸 때는 그런 개념을 의식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진 육지예
그의 목표는 “어떤 글을 써도 김채원이 쓴 느낌이 들게 쓰는 것”이다. 등단 후 지금까지 단편집을 냈지만 장편은 아직이다. 올해도 단편을 이어 발표하고, 틈틈이 읽은 책에 관한 산문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장편소설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시간을 보냈다”는 그는 “지금은 다 지우고 제목만 남겨둔 상태”라며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시기에 발표할 수 있게 애써보고 싶다”고 했다.
그때그때 살아야 할 삶이 있듯 그때그때 써야 할 소설이 있다고 생각해요. 언어라는 공공재를 다루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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