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사일 쓰게하자" 美약점 노린 이란 반격, 자폭 드론부터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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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보복에 나선 이란이 항전 의지를 분명히 했다.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사망 후 군사·안보 총괄권을 쥔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2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미국과 협상하지 않겠다"며 "트럼프의 망상적 환상이 이 지역을 카오스에 빠뜨렸다"고 비난했다.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반격에 가세하고,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는 등 장기 소모전에 돌입한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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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 이스라엘과 미국의 대이란 공습 이후 이란 드론 공격으로 파손된 건물.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은 이스라엘뿐 아니라 바레인·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이라크 등 미군이 주둔하거나 미국과 안보 협력을 맺고 있는 중동 국가들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지난달 28일과 1일 텔아비브 등에 떨어진 이란 미사일로 모두 10명이 숨졌다. UAE는 탄도미사일 150여 발과 드론 540여 대, 순항미사일 2발의 공격을 받아 3명이 사망하고 58명이 다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은 UAE에 541대, 쿠웨이트에 283대, 바레인에 145대, 카타르와 요르단에 각각 수십 대의 드론을 보냈으며 민간 인프라도 공격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바레인 수도 마나마와 카타르 도하, 쿠웨이트시티에서도 인명 및 시설 피해가 발생했다"며 "이번 이란의 보복 양상은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 때와 다르다"고 분석했다. "요격 자산을 소모시키는 의도적 가랑비식 전술"로 "이란이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지만 몇 시간이나 며칠 만에 끝날 것 같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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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배달 오토바이가 이란의 공격으로 추정되는 타격 이후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을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샤헤드-136 대량 투입…구형 미사일로 요격탄 소모 유도

이번 공격에서 가장 두드러진 무기는 자폭공격용 드론인 샤헤드-136 계열이다. 샤헤드-136은 대당 가격이 수만 달러 수준으로 비교적 저렴하고 대량 생산이 쉬운 데다, 낮고 느리게 비행해 탐지와 요격이 상대적으로 까다롭다.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의미다.

WSJ는 "이란이 드론을 대량으로 날리거나 드론과 미사일을 섞어 발사해 걸프 국가들의 방공체계를 포화 상태에 가깝게 몰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 입장에선 값싼 드론 여러 대로 상대에게 훨씬 비싼 요격 미사일을 쓰게 만드는 효과를 노렸을 수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과 항만에 샤헤드 계열 드론을 반복 투입해 전력 공급과 물류 체계를 흔들었던 전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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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개발한 제트 엔진형 자폭 드론 샤헤드-238. 밀리타르니

FT는 "이란이 상대적으로 구형인 액체연료 미사일과 저성능 무기를 먼저 쓰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소모시키는 전략을 택했다"고 봤다. 영국군 출신 로버트 캠벨 전 소령은 FT에 "사드, 애로우, 다윗의 돌팔매 같은 미국·이스라엘의 요격용 미사일은 매우 비싸고 재고를 채우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이란이 이런 약점을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이 고성능 탄도미사일을 아끼고 있어, 이스라엘은 미사일 자체보다 발사대를 우선 타격하고 있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지금까지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대 200기를 파괴하고 수십 기를 추가로 무력화해 전체 발사 능력의 절반가량을 떨어뜨렸다"고 밝혔다.

헤즈볼라 가세…호르무즈 해협 사실상 봉쇄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도 가세했다. 헤즈볼라는 이날 하메네이의 순교에 대한 보복으로 전날 밤부터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과 드론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타격은 2024년 휴전 이후 처음이다. 이스라엘은 즉각 베이루트의 헤즈볼라 고위 간부 은신처를 비롯, 레바논 전역의 헤즈볼라 장악 지역을 공습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맞공격으로 최소 31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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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서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파손된 건물. AFP=연합늇,

이라크 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사라야 아울리야 알담(피의 수호자)’ 역시 2일 수도 바그다드 공항을 드론으로 공격했다. 다만 이들 저항의 축이 가자 전쟁 이후 이스라엘의 꾸준한 압박으로 쇠퇴해 미·이스라엘에 얼마나 타격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금지한 지난달 28일 이후 해협 인근에서 민간 선박 4척이 공격받아 승조원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선박은 이란 측 통행 불허 조치에도 해협을 통과하려다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 외신에 따르면 현재 200척에 가까운 선박이 해협 인근 해역에 정박하거나 대기하면서 일부는 우회 항로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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