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인간은 합리적? 노벨상 받기 전부터 행동경제학이 알려 준 것들[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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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승자의 저주
리처드 탈러, 알렉스 이마스 지음
임경은 옮김
리더스북

 퀴즈 하나. 2개의 신용카드에 빚이 쌓였다. A카드의 이자율은 20%, B카드의 이자율은 15%다. A카드 빚은 1000달러, B카드 빚은 2000달러다. 연체료 기준선인 최소납부금만 내다가 300달러가 생겨 빚을 갚으려 한다. 이 돈을 두 카드 상환에 어떻게 배분해야 할까.

 최선의 전략은 300달러를 모두 A카드 빚 상환에 쓰는 것이다. 금리가 높은 빚부터 줄이는 게 우선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은 A카드에 100달러, B카드에 200달러를 갚는 식으로 금리보다는 상환액 잔액의 상대적 크기에 비례해 배분하는 경향을 보였다.

 위의 사례는 경제적 합리성의 관점에서 어리석은 선택이다. 많은 이들은 ‘나라면 달랐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책장을 넘기다 보면 합리성으로 무장한 듯 보이는 경제 주체가 얼마나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지, 나 또한 예외가 아님을 알게 된다.

 제목부터 친숙한 이 책은 행동경제학의 기념비적인 저작으로 1992년 출간된 책의 전면 개정판이다. 33년 전 경제학계에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며 행동경제학의 문을 연 뒤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저자 리처드 탈러가 차세대 학자인 알렉스 이마스 시카고대 교수와 함께 리뉴얼 작업에 나선 것이다.

 ‘날카로운 의심에서 견고한 확신으로’라는 서문의 제목처럼 이제 행동경제학은 굳건하게 한 세계를 구축했다. ‘모든 경제 주체는 안정적이고 잘 갖춰진 선호에 따라 행동하며 (결국) 균형에 이르는 시장에서 선호에 부합하는 합리적 선택을 한다’는 경제학의 전제에 의문을 제기한 행동경제학은 실험실의 연구를 넘어 빅데이터를 통해 다시금 입증되고 있다.

 ‘초기부존 효과’와 ‘손실 회피’를 확인하게 한 ‘머그컵 실험’의 결과는 여전했고, NFL 드래프트와 PGA 투어에서도 ‘과신의 오류’와 ‘현상 유지 편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2500만개 이상의 상품 목록을 표본으로 한 이베이의 협상 빅데이터는 사람들이 ‘최후통첩협상’과 유사하게 표준 경제 논리보다 행동 규범을 중시함을 입증했다. 금전적 손해를 무릅쓰더라도 불공정한 행동을 응징하려 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 40개국 대도시에 1만7303개의 지갑을 뿌린 뒤 지갑 속 돈의 액수와 지갑 반환 비율을 비교 추적하는 실험의 결과는 놀라웠다. 인간이 이기적이고 합리적이라는 경제학의 전제를 비웃듯, 돈이 든 지갑이 돈이 없는 지갑보다 반환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지갑 속 돈의 액수가 클수록 반환 비율이 높아졌다. 열쇠가 든 지갑의 반환 비율도 없는 경우보다 컸다. ‘비합리적 선의’가 인간을 움직이는 힘이기도 하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좋아할지 모른다’ ‘경제 주체는 나만큼 어리석다’는 각 장의 부제처럼 인간은 복잡하고 단순하며 예측 불가능하다. 그러니 경제학의 표준 모형으로 경제적인 듯 경제적이지 않은 모순적인 경제 주체를 이해하는 건 난해한 과제다. 그런데 그 난해함을 탐험해 가는 이 책은 재미있다. 게다가 묘한 안도감과 동질감까지 선사한다. 나만큼 다른 이들도 조금씩 모자라고 비합리적이라니 손해는 아닌 듯해서일까. 역시 인간은 손실 회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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