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백악관 입성 전 세계 대전 겪어본 미국 대통령 7인의 행보[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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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대통령
스티븐 M 길런 지음
박재영 옮김
21세기북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벌이고 있는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의 이란 전쟁이 보여 주듯이 현대사에서 미국처럼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많은 전쟁에 개입하고 있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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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미국 백악관에 역대 대통령들의 사진이 게시 되어 있는 모습. 왼쪽부터 리처드 닉슨, 린든 존슨, 존 F 케네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그리고 해리 트루먼.[AFP=연합뉴스]

『전쟁과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국의 일곱 대통령이 어떻게 미국을 이끌었는지를 기록한 장편 다큐멘터리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린든 존슨, 리처드 닉슨, 존 F 케네디, 제럴드 포드, 로널드 레이건,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의 참전 실화와 백악관에서의 정책 행보를 방대한 사료를 바탕으로 집대성했다. 버지니아대 대통령직연구소에 재직 중인 스티븐 길런이 지은 이 책을 통해 트럼프의 이번 대이란 전쟁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될 수 있을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은 미국인들의 애국심을 자극했다.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 레이건은 당시 이미 군 복무 중이었으며 닉슨과 포드, 부시는 진주만 공격을 계기로 군에 입대했다. 케네디와 닉슨, 포드, 부시는 후방이 아니라 최전선으로 가기 위해 로비까지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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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만 공습 84주년인 지난해 12월 7일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촬영된 USS 애리조나 기념관 모습. [AP=연합뉴스]

전쟁터에서 아찔한 순간들을 넘겼던 이들은 훗날 백악관의 주인이 됐다. 1930년대 히틀러에 대한 유화정책이 2차 대전의 참극을 불렀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각인한 이들은 적의 침략에는 힘으로 맞서야 하고 적과의 타협은 헛된 것이라는 이른바 ‘뮌헨의 교훈’에 주목했다. 하지만 대응방식은 조금씩 달랐다.

해군 중위로 제대한 케네디는 ‘뮌헨의 교훈’을 잘 알고 있기는 했지만,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2차 대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군부의 무모한 공습 요구를 거부하고 해상 봉쇄를 택하는 신중함을 보여 소련과의 핵전쟁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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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가 '도널드 J 트럼프 및 존 F. 케네디 기념 공연예술센터'로 이름을 바꾼 존 F 케네디 기념 공연예술센터에서 지난달 초 열린 전시에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표지를 장식한 잡지들이 전시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유럽 주둔 연합군 최고사령관을 역임한 아이젠하워는 미국 대통령이 된 후에는 베트남에 미군 지상군을 파병하는 것에 반대했다. 하지만 ‘도미노 이론’을 설파하며 후임 케네디와 존슨 대통령에게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베트남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케네디는 세계대전의 재발을 바라지 않았기에 베트남전쟁에 깊이 개입하지 않는 쪽으로 기울었다.

반면 하원의원으로 있을 때 참전한 존슨은 아이젠하워의 조언을 받아들여 승산 없는 베트남전쟁을 확대했다. 해군 참전 용사인 닉슨은 2차 대전식의 압도적 공습으로 적을 굴복시킬 수 있다는 ‘광인 이론’에 집착해 전쟁을 장기화했으나 결국 전쟁은 베트남의 패망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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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로널드 레이건, 조지 H W 부시,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모습이 지난달 미국 워싱턴 아담스 모건 인근에 있는 마마 아베샤 레스토랑 옆 벽화에 그려져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2차 대전에서 실제 전투에 참여한 경험은 없었지만 레이건은 ‘뮌헨의 교훈’에 깊이 매인 대통령이었다. 레이건은 막대한 전쟁 비용은 우려했지만 평화는 전쟁을 통해서만 보장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레이건은 8년 집권 기간 동안 소련과의 군축협상을 주도하면서 그레나다와 리비아에 단 두 차례만 직접적인 군사력을 사용했다. 중남미 엘살바도르 정부군과 니카라과 반군에게는 배후에서 막대한 지원을 하는 데 그쳤다.

실전에 참전해 목숨까지 잃을 뻔했던 아버지 부시(H W 부시)는 강경파 참모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결국 소련을 붕괴시키고 냉전을 종식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1930년대의 뮌헨의 교훈에 비추어 단호하게 군사력을 투입해 걸프전에서 이라크를 몰아냈다.

세계대전에 참전한 이들 ‘위대한 세대’는 막을 내렸지만 그들이 남긴 유산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냉전 이후 첫 미국 대통령인 빌 클린턴은 구유고슬라비아를 포함한 세계의 다른 분쟁 지역에서 무력 사용을 꺼렸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9·11사태를 맞아 신속히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해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렸으며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도 무력으로 축출했다.

트럼프는 첫 임기 땐 전쟁 개입에는 거리를 뒀다. 하지만 이번 두 번째 임기엔 베네수엘라와 이란 지도부를 정면 공격하는 등 적극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란 전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시의적절하게 나온 이 책은 전쟁을 바라보는 미국 대통령들의 다양한 시각과 대응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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