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정치 관심 없다”는 노인, 극우의 왕으로 추종되는 아이러니[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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죔레는 거기에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김보국 옮김
은행나무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신작 장편소설 『죔레는 거기에』(Zsömle Odavan)가 국내 출간됐다. 2024년 헝가리에서 발표된 저자의 최신작으로, 이 책이 외국어로 번역된 건 한국어 번역본이 최초다. 한국 독자들이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작품을 영어 중역이 아닌 헝가리어-한국어 직역본으로 만나는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김보국 번역가는 ‘옮긴이의 말’에 “헝가리의 역사, 정치사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제대로 소화하기 어려운 작품”이라면서도, 작가가 다양한 관점을 포괄하여 썼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역사의 이해 없이도 소화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역, 인종, 정치, 세대, 그 외 각종 구분에 따른 혐오가 만연한 이 사회에 던지는 대가의 큰 울림”을 준다면서다. 그의 말처럼 이 책은 과거 세대의 헝가리인이 알아들을 수 있을 풍자로 가득 차 있다.
지난달 2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여한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EPA=연합뉴스
어느 이름 없는 마을 산꼭대기의 작은 집에서 나이든 개 죔레와 함께 사는 90대 노인 카다 요제프가 주인공이다. 그는 헝가리 아르파드 왕가의 벨러 4세와 칭기즈 칸의 후손인 왕위 계승자로 설명된다. 혈통과 관계없이 정치를 멀리하며 40여년을 보내온 카다는 은퇴한 전기 기술자로 살아가고 있을 뿐. 그런 그를 유랑 음악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전직 교사 퍼쿠서 페테르 등의 인물과 극우 성격의 단체들이 찾아내고, 추종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헝가리 근위대’ ‘고대 헝가리교’ ‘세계민족 인민주권당’ 등 추종자로 묘사되는 단체는 실제로 헝가리에 있었던 극우 성격의 조직이다. 이들은 카다를 앞세워 폭력적으로 권력을 장악하려 시도한다. 카다는 이에 단호히 저항하지만, 어느 순간 폭력의 논리에 휘말리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카다는 자신의 일상을, 특히 심장처럼 여기는 노견 죔레를 잃으며 위태로워진다. 카다는 어디에 서야 할까. 어디에 설 수 있을까. 카다를 추종하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저자는 희망보단 모순을 드러내며 인간의 어두운 면을 비추지만, 늘 그랬듯 풍자와 유머를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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