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강제 불임 수술 받은 34세女 죽었다…페루의 '추악한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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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페루에서 열린 강제불임 사건 희생자 추모 공연. AP=연합뉴스

중남미 주요국 사법부에 적잖은 영향력을 미치는 미주인권재판소가 1990년대 페루에서 자행된 강제 불임 수술 시행 정책의 위법성을 인정하며 국가 차원의 공식 배상을 명령했다.

미주인권재판소는 6일(현지시간) 1997년 강제 불임 수술 직후 합병증으로 34세에 사망한 셀리아 에디트 라모스 두란드 여사 사건과 관련해 고인의 딸들(3명), 남편, 어머니에게 국가가 배상하라는 재판부의 판결 내용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재판소는 라모스 두란드 여사가 국가에서 시행한 인권 침해적 정책으로 "생전 고통스러운 경험"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체에 대한 자기 결정권의 완전한 침해, 조직적·차별적 가혹 행위, 사법 정의 부재 등을 지적했다. 책정된 배상금은 34만달러(약 5억원)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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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이후의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 전 대통령 생전 모습. EPA=연합뉴스

이 사건은 알베르토 후지모리(1938∼2024) 정권 당시 벌어졌다. 후지모리 정권은 빈곤 퇴치와 인구 증가 억제를 목적으로 '국가 가족계획'(1996∼2000)이라는 미명 하에 산아 제한 정책을 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각 보건 시설에 불임 수술 할당량을 배정했고, 의료진은 실적을 채우려 식량 지원을 미끼로 삼거나 물리적 강압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라모스 두란드 여사는 그 피해자 중 하나였다. 그는 1997년 7월 3일 수술 중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으나 30분가량 지나서야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그로부터 19일 후 사망했다. 당시 페루 당국은 부검을 진행하지 않았고, 유족에게 사인에 대한 명확한 설명도 없었다고 한다.

현지 인권단체 등이 추산한 이 정책 관련 피해자 규모는 여성 30만명, 남성 2만명 정도다. 피해자 중 상당수는 문맹이거나 스페인어에 서투른 안데스 산간 지역 원주민인 것으로 나타나 큰 파장을 불렀었다.

집권 당시의 각종 반인륜적 범죄로 실형을 받았던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은 수감 생활 중 건강 악화와 고령 등을 이유로 출소한 뒤 2024년 9월 수도 리마의 사저에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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